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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Apr 14. 2018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댓글부대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솔직히 약간 실망했다.


한국이 싫어 호주로 가서 시민권을 따게 된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다.


왜 한국을 떠났냐고 물어보면

두 마디로는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는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라고 답한다.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힘들지만 재미있어 그런 것도 아니고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익숙하다.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

경쟁에 뒤쳐지면 패배자가 된다.

조직생활도 잘해야 하고.

사람들과 융화도 잘 되어야 한다.


좋아 보여서 호주에 갔지만

여기도 신분 차이가 있고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심지어 자신도 그렇다.

인도네시아 친구와 사귈 때 그 친구가 말한다.

"한국 애들은 제일 위에 호주인과 서양인이 있고, 그다음에 일본인과 자신들이 있다고 여기지. 그 아래는 중국인, 그리고 더 아래 남아시아 사람들이 있다고
그런데 사실 호주인과 서양인 아래 계급은 그냥 동양인이야. 여기 사람들은 구별도 못해.
걔들 눈에는 그냥 영어 잘하는 아시안과 영어 못하는 아시안이 있을 뿐이야"


유학생활도 이민생활도 돈 없으면 힘들다.

가진 게 없으면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낙하산 하나가 안 펴지면 예비 낙하산을 펴면 되지만,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한테는 그럴 시간도 없어.
낙하산 하나가 안 펴지면 그걸로 끝이야.
그러니까 낮은 데서 사는 사람은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조심해야 해.
낮은 데서 추락하는 게 더 위험해"


자기 스스로 하지 않으면 모래성일 뿐이다.

호주에 왔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 힘으로 왔다는 게 중요한 거다.

"똑같이 하와이에 왔다고 해도 그 과정이 중요한 거야. 어떤 펭귄이 자기 힘으로 바다를 건넜다면 자기가 도착한 섬에 겨울이 와도 걱정하지 않아. 또 바다를 건너면 되니까"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댓글부대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인간이 살아가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떠난다는데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비록 그게 신기루일지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어떤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
나한테는 자산성 행복도 중요하고, 현금 흐름성 행복도 중요해.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나한테 필요한 만큼 현금 흐름성 행복을 창출하기가 어려웠어.


한국사람들은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요새 유행하는 말 중에 '소확행'이라는 것이 있다.

작지만 소중한 행복.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라

작은데서부터 찾자는 건데.

자신의 성향에 따라 추구하는 행복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 버틴다면

그것만큼 비루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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