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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어른으로 나이 든다는 것은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 임경선

by 푸른청년

요새 영포티라는 신조어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젊게 살고 싶은 욕망도 어쩌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미지일지도 모르는데, 희화화해 버리니 어쩌라는 건지 갈팡질팡 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괜찮은 어른으로 나이 든다는 것은 뭘까?

작가는 나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무시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눈을 돌리는 느낌이고, 무의식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는 어떤 초연한 상태다.”


나이 든다는 것을 느끼는 첫 번째는 내 몸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자꾸 어디가 안 좋고, 약을 먹어도 잘 듣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초연한 상태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뜻 같다.


나이를 무시하고 젊은 척 살면 병든다.

그렇다고 나이 든 척하면 마음과 몸이 쳐진다.


젊은 척도 안 하고

나이 든 척도 안 하는 것이

괜찮은 어른인 걸까?


작가는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괜찮은 어른이란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을 사는 농도가,

나이가 주는 고정관념을 희석시킬 정도로

충분히 진한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한다.


인생을 사는 농도가 충분히 진한 것.

그건 성숙을 의미 하는 것 같다.

괜찮은 어른으로 나이 든다는 것은 성숙해진다는 의미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성장만 추구하다 보니 성숙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 감정이 사라질까

작가는 포기하고 대리만족 하는거라 말한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엿보면서

그들 인생의 희로애락을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난 감정이 더 풍부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은 것 아닐까?

감정은 풍부해졌는데 쳇바퀴 도는 일상이라 부족하니까. 극적인 남의 인생을 통해 도파민을 얻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조그만 일에도 울컥울컥 한다.

감정의 파도타기가 어지러울 정도다.

사춘기보다 갱년기가 더할 수 있다.

사춘기 없이 보낸 사람이 갱년기에 더 힘들 수 있다.


그래서 평정심이 더 필요하다.

평정을 찾을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을 찾으려면 내 안보다는 밖에서 찾아야 한다.

밖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눈치가 있어야 한다.

나이 들어서 눈치 없는 사람은 그간 남을 배려할 필요가 없었던 사람일 것이다.

어른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한다.

비굴한 눈치가 아닌 센스 있는 눈치”


사람이라면 어른이라면 눈치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이 든다는 것이 비굴한 눈치만 늘은 것 같아 슬프다. 나이 들수록 남을 배려할 눈치가 늘어야 하는 데 말이다. 뭐가 그리도 아깝고, 나 밖에 모르는지 나이를 헛먹은 거다.


결국 괜찮은 어른으로 나이 든다는 것은

인생의 농도가 충분히 진할 정도로 성숙하고,

감정의 파도를 타기보다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눈치가 있어야 한다.


너무 하찮은 어른으로 산거 같아 많이 부끄럽다.

그동안 나이드는 것도 많이 나쁘지 않았는데,

의식하지 않고 초연하게 나이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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