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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Jul 01. 2018

곰탕 - 김영탁

미래에서 온 살인자,  열두 명이 사라진 밤

아르테 출판사의 독서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독서모임 분들과 읽게 됐다. 출판사 이름이 낯설어 찾아보니 '북이십일의 문학 브랜드'라고 한다


김영탁 작가는 영화 '헬로우고스트'와 '슬로우비디오'의 영화감독이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했던 웹소설을 모아 처음 소설로 출간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두 영화 다 나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제목이 곰탕이라 한국적인 현대소설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타임머신과 레이저총이 나오는 SF적 배경과 영화 황해를 연상시키는 잔혹한 묘사에 살짝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가까운 미래에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다.


쓰나미가 지나간 후로 매번 조류독감, 구제역이 잇달았고 사람들은 살기 위해 가축을 이고 멸종시켰다. 그리고 먹기 위해 쥐를 닮은 동물을 만들어냈다.


가축이 멸종되고 쓰나미가 수시로 오는  미래의 부산에서 마흔 넘도록 식당 주방보조로 일하던 주인공이 곰탕의 비법을 알아오라는 사장 요청에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겪는 일을 다루고 있다.


과거로 간 주인공 이우환은 자신을 고아원에 버린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무 상관없는 12명을 희생시키고 할아버지도 죽이고 그 얼굴로 살아간다.


첫 번째 시간여행자였던 박종대는 자신만의 왕국 건설을 위해 장기밀매를 하고, 테러를 한다.


방황하는 문제 고등학생인 이순희는 사랑하는 여자 친구도 생기고 미래에서 온 자기 아들인 이우환을 만나 호감을 가지며 행복하려는 순간 결국은 테러조직에 가담해서 빌딩을 폭파하고 무기수가 된다.


작가는 아마도 가족 간의 소통 부재가 괴물을 만들고 타임머신을 통해 미래에서 과거로 간 아들을 통해 그 관계가 회복되고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은 거 같다.


하지만 자신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별생각 없이 남을 희생시키고 결국은 자신의 할아버지까지 희생시키는 장면들은 공감이 되지 않는다.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 과거에서 살아가기 위해 악착같이 저지르는 일들도 공감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괴물이 되는 것은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목적이 확신이 되고 전부가 될 때이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후회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궁금한 이유는 현재가 괴롭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과거는 갈 수 없고 미래만 갈 수 있다.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선형적인 세계관 속에서 항상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현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과거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고 순간순간의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윤회가 있고 모든 것이 인과관계로 규정되는 것이라면 두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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