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청년 Aug 08. 2017

검은 꽃

김영하

한일합방 전 국교도 맺기 전인 멕시코 농장에 팔려간 천여 명의 조선인에 대한 역사소설.


망해가는 나라에서 갖가지 이유로 배에 올라타는 사람들. 장돌뱅이 고아, 타락한 신부, 몰락한 양반, 전직 군인, 박수무당, 도둑놈 등 다양한 군상들이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배에 올라탄다.


3개월여에 걸친 기나긴 여행 끝에 멕시코에 도착했지만 그들에게 처한 현실은 노예와 마찬가지. 장시간 노동과 채찍질. 힘들게 번 것을 다시 살기 위해 농장에서 비싸게 사야 하는 구조속에 고통스러워한다.


역관이 제 민족을 더 괴롭히고 자기 욕망을 채운다. 조선인들은 폭력과 착취에 대항해 싸우기도 하면서 적응해 간다.


4년에 걸친 계약기간이 끝나고 고국으로 되돌아 가길 원했지만 나라를 잃고 갈 곳을 잃은 사람들.


멕시코는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여기저기 다른 반군에 가담하게 되는 조선인들. 나중에는 전직 군인들 중심으로 승무라는 군사학교도 세우고 정착해 가는데.


과테말라 반군이 거금을 주며 용병으로 참전해 달라고 요청하고 42명의 남자들이 용병으로 밀림에 들어간다. 그들은 신대한이라는 작은 나라를 세우지만 결국 정부군에게 대부분 죽음을 당한다.


나라를 잃은 민초의 삶은 어딜 가나 힘들고 고달프고 이용당한다. 그 안에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고통받으면서도 그들은 뭉치고 배반하고 살아간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불과 백 년 좀 넘은 우리의 역사에 있었던 일들이다. 역사는 승자와 가진 자, 이긴 자들의 기록이라 역사책 안에 민초의 삶은 없다. 역사소설이 그나마 이름 없이 쓰러져간 민초들에게 위로가 되려나?



작가의 이전글 장정일 작가. 43인의 나를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