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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Nov 25. 2018

마음

나쓰메 소세키 저, 오유리 역

나쓰메 소세키 이름은 2년 전쯤에 독서모임에서 소개해 주신 분이 있어 들은 기억이 났지만, 읽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 우파니샤드를 읽어보려고 리디북스 세계문학선을 뒤지다가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첫 느낌은 데미안 읽을 때의 충격과 비슷했다. 인간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심지어 이분은 150년 전 메이지 유신 시대분인데 현대 작가가 썼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우연히 바닷가에서 만난 선생님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끌려 다가가게 되고, 그분 집에 드나들며 교류하는 사이가 됐는데, 아버지 병환 때문에 시골에 내려가 있는 사이, 선생님이 자살하게 되고 유서를 자신한테 남긴다는 내용이다.


우연히 본 선생님한테 마음이 끌리는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선생님한테 풍기는 ’반갑지 않다는 거리감’이다. 선생님은 본인이 가까이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그런데 거기에 이상하게 더 끌린다. 밀어내지만 더 당기는 미묘한 감정...


선생님은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채 아내와 외롭게 살고 있다. 매월 특정 날짜에 성묘를 간다. 아이도 없다. 왜냐고 묻자 천벌이라고 한다. 도쿄 국제대학을 졸업한 엘리트고 돈도 풍족하진 않지만 일하지 않아도 살만큼 있다. 여자는 집사람 밖에 없다고 하고, 집사람도 남자는 자기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행복한 한쌍이 아니라,'이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은 죄악이라고 한다. 인간이란 존재를 믿지 못한다.


그 이유를 선생님은 유서에 남겼다. 아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평생 속에만 간직하고 있던 비밀을 편지로나마 고백할 수 있게 됐다. 자신의 비열함과 비겁함 때문에 고결했던 친구를 자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세상과 담을 쌓고 마음속으로 천벌이라 생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아마도 살아가는 게 지옥이었을 것이다. 지독히 외로웠을 것이다. 그런데 한 어린 청년이 다가와 자꾸 물어보고 궁금해한다. 자신을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내가 이제 행복해도 되나 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은 자살이다. 그런데 그랬을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된다.

 

젊은것만큼 외로운 것도 없지요. 그렇지 않다면 왜 당신은 그러게 자주 날 찾아오는 겁니까?


아무것도 없으니 일렁이는 거야. 있다면 안정될 거라고 생각하니 일렁이는 것이지


과거에 그 사람 앞에 무릎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얹게 만드는 법이네


세상에 나쁜 사람이라고 정해진 인간은 없네. 평소에는 모두 선량한 사람들이지. 적어도 그냥 보통 사람들이라고. 그러던 것이 한순간에 갑자기 나쁜 사람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지.


나는 인간이란 존재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인간은 거스를 수 없이 타고나 가변적인 존재임을 절감했다.


나는 교묘한 술수에서는 그를 이겼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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