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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Dec 16. 2018

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작가는 정식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작가다. 액세서리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다가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고 책까지 내게 된 경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의 글엔 반전이 있다. 예상을 뒤엎는 반전에는 소름과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의 글에는 카타르시스까지는 아니지만 잔잔한 소름이 있다.


주인공들은 보통 극한 상황에 내몰린다. 외계인에게 납치되거나 무인도에 떨어지거나, 인간들은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면 기존의 가치관이나 도덕, 윤리와 같은 것들이 소용 없어진다. 작가는 그 틈새를 파고든다.


예술은 인간이 생존활동을 하고 남은 여가시간을 이용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일깨운다. 예술활동을 통해 척박하고 노예 같은 생활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거다.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것은 현실이나 진실보다는 거짓이나 헛된 꿈이나 희망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더구나 멈출 수 없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간다. 더구나 나아가는 과정이 일리가 있고 설득력이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늦었다.


인간의 선택은 많은 고민과 고뇌 끝에 내려지는 게 아니다. 순간의 상황 속에 단편적인 결과만을 보고 감정적으로 판단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다.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끔찍하다. 대다수 인간들은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감추려 한다. 하지만 소수 인간의 호기심이 뜻하지 않게 진실을 드러낸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작가는 우리에게 인생을 너무 편하게 살아온 게 아닌가라고 묻고 있는 듯하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글의 주인공들을 욕할 수 없다. 설득력이 있다. 내 모습이기 때문에... 그게 소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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