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청년 Apr 07. 2019

인도 이야기

한 권으로 읽는 인도의 모든 것 | 마이클 우드

이 책은 영국 BBC의 간판 프로듀서인 작가가 쓴 책이다. 마치 일본 방송 PD가 우리나라 역사를 소개하는 책을 쓴 것과 비슷하다. 어찌 보면 난센스인데 예전 식민지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7000년 경 아프가니스탄 고원에서 생겨났다. 하라파와 모헨조다로 같은 도시 유적들은 기원전 3000년경에 만들어졌는데 기자 피라미드가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때였다. 가장 신기한 건 강한 권력자가 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복잡한 사회를 형성했다는 것과 전쟁과 분쟁의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기원전 327년에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넘어 인도까지 쳐들어왔다. 그 영향으로 찬드라 굽타가 인도 최초의 제국인 마우리아 제국을 건설했고 그 손자인 아소카왕 때 불교가 번성하게 되었다. 아소카왕은 그 시절에 법을 통해 환경파괴를 막으려 했다는 점이 놀랍다.


굽타 시대에 건설된 날란다의 사원은 세계 최초의 기숙사 대학을 갖추고 있었다. 이 대학은 극동과 페르시아에서까지 학생들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학교가 되었으며, 12세기까지 존속했다.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아리아바타는 0의 개념을 정의하고, 지구가 자체적인 축을 중심으로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기원전 5세기 때 등장한 자이나교라는 매우 오래된 종교가 있다. 이 종교의 원칙은 모든 생명체에게 비폭력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이나교의 원칙은 그 후 생겨난 많은 종교와 현대 간디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


인간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조건을 타고났다. 고통을 없애려면 욕심이나 집착을 버려야만 한다. 자유를 얻으려면 신을 숭배하지 말고 자율적이고 연민을 느낄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부처는 이런 진리에 이르는 길을 팔정도라고 했다.


중국에서 월지라는 나라로 불린 쿠샨왕조가 유럽과 중국을 잇는 실크로드 무역으로 번성하고 간다라 미술을 발전시켰으며 그 중심에는 카니슈카 왕이 있다. 인도는 위치적으로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고기를 먹는 것, 술을 마시는 것, 섹스를 하는 것은 죄도 아니고 잘못도 아니다. 비록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울 때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마음이 그것들에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의 사고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절제가 아니다. <카마수트라>는 단순히 섹스 지침서가 아니라 인간 행동과 연예 심리학 보고서다.


무굴제국의 아크바르는 종교 토론회를 열었다.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자이나교, 조로아스터교 등 거의 모든 종교를 망라하여 토론했다. 아크바르는 모든 종교가 똑같이 환상이므로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는 국가라면 모든 종교에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크바르의 손자 자한은 아내 뭄타즈를 기리기 위해 타지마할을 세웠다.


인도를 200년간 지배했던 동인도회사는 정복 당시 영국의 세금을 한 푼도 쓰지 않았고 영국인 용병이 2천 명뿐이었다. 용병 2천 명으로 수억 인도를 정복한 것이고, 국가가 아니라 민간기업이 한 나라를 지배한 거다.




인도는 종교의 나라다. 수많은 신이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 다양한 종교가 갈등하며 공존해왔다. 신에 의지하지 않고 인간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불교가 인도에서 생겨난 건 우연이 아니다.


인도는 인류의 보고다. 인도는 동서양이 융합되어 있는 인류의 축소판이다. 전 세계에서 이만큼 오랜 시간 동안 전통을 다양하게 유지하고 있는 곳은 없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도 불합리한 카스트제도가 종교의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는 건 무슨 이유에서든 안타깝다.


인도는 어쩌면 미래다. 인류가 발전하는 건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이 보장될 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중국 다음은 베트남이 아니라 인도가 유력해 보인다.




p14

인도 문명에서 오래전부터 통용된 삶의 목표들, 즉 아르타(세속적인 부와 성공), 카마(쾌락과 사랑), 다르마(미덕), 모크샤(지식과 해방)는 지금도 부자든 빈민이든 모든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p21

관습, 친족관계 등과 비교하면 종교는 껍데기일 뿐입니다. 그냥 신앙 체계에 지나지 않아요. 각자 자신이 속한 체제든 신이든 그냥 자기가 믿고 싶은 대상을 믿는 겁니다. 내가 보기에는 바로 그 때문에 인도가 인류의 다양성이 전부 모여 있는 소우주이면서도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p106

“나한테서 무엇을 바라느냐? 난 진리를 가르쳐주었다. 너희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이제 너희는 공동체다. 너희들 스스로에게 등불이 되어라. 너희들 스스로에게 피난처가 되어라. 다른 것을 구하려 하지 마라"

“모든 것은 반드시 사라진다. 계속 노력하며 나아가라. 포기하지 마라"


p315

모든 종교의 핵심은 아주 간단했다. 많은 종교가 독특한 비전을 주장하고, 일부 종교는 절대적인 진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에서 조금이라도 종교를 경험해본다면, 그 어떤 종교도 절대적인 진리를 소유할 수 없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p388

인도는 현대에 구축된 개념입니다. 원래 영국이 창조한 것이지만, 독립운동을 거치면서 정치적인 실체가 됐죠. 기본적으로 인도는 소수의 저명한 민족주의자들, 특히 모더니즘과 합리주의의 산물인 네루 같은 사람들이 꿈꾼 환상적이고 대단히 미학적이고 윤리적인 개념이었습니다. 네루는 동서의 장엄한 융합을 인도의 미래로 보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보다, see, 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