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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May 06. 2019

생각의 탄생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셀 루트번스타인


“생각 좀 하고 살자" 태어나서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일 거다. 생각을 빼고 사람을 설명할 수 있을까? 가장 큰 인간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생각에 대해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


생각하면 생각나는 건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무얼 선택해야 할까? 나에게 생각이란 보통 고민이다. 어릴 때는 고민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은 맥주 한 캔 사들고 집에 들어가서 고민한다는데 나는 고민이 생기면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걸로 풀었다. 깊게 생각하기를 외면하며 살았던 거 같다.


이 책에서 생각은 상상력과 창조성의 도구로서의 생각이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명한 분들의 방법들과 사례들을 13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해준다.


암기법으로 유명한 게 이미지 연상법이다. 생각해보니 나만의 암기법이라고 할만한 게 떠오르지를 않는다. 생각의 기본은 머릿속으로 어떤 걸 이미지화시키는 것이다. 상상만으로 탐험도 떠나고 집도 만들고 꾸밀 수 있다. 이게 '형상화'다.


피카소는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라.’고 했고 파인먼은 ‘현상은 복잡하지만 법칙은 단순하다.'라고 했다. 사람이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선으로 연결해 연속해서 표현한 미술 작품은 '추상화'라는 것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몸이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고 운전을 하지 않았어도 다시 하게 되면 몸이 기억해서 탈 수 있다. 말미잘은 바다를 떠다닐 때는 뇌가 있지만 바위에 정착하게 되면 퇴화한다고 한다. 사실 뇌가 생겨난 이유가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많이 발전했지만 로봇대회를 보면 아직 걷는 것조차 부자연스럽다. 인공지능이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가 이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좋거나 싫거나 할 때 느끼는 감정들이 실제로 내장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앨러나 콜렌의 [10퍼센트 인간]이라는 책을 보면 장내 세균이나 박테리아들이 불안정하면 독소를 내뿜어 자폐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결론은 몸과 마음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다.


김영하는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감정이입'이라고 했다. 그 사람 또는 그 사물 입장에 서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자아가 너무 강한가 보다. 감정이입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선불교에서는 자기를 버려야 타자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나 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4차원 입방체를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은 3차원 세계에 살고 있어서 그보다 높은 고차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2차원 평면에 3차원 입체를 투영해서 그릴 수 있듯이 4차원 입방체를 투영해서 그릴 수 있다. 초끈 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11차원이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 생각했었는데 이걸 보고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조금 깨달았다.



두 번째로 놀라웠던 건 생각과 차원의 전환, 즉 변형이다. 유전자 배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음악, 즉 소리로 변형했더니 눈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걸 알았다고 한다. 음악의 경우 여러 악기가 하나로 합쳐진 화음으로 들리지만 각자의 음도 개별적으로 들린다. 양자역학도 음의 파동 연구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생각의 차원을 확장시켜주는 느낌이다. 마지막 결론이 교육 쪽으로 마무리되어 아쉽지만 생각이라는 것을 부분 부분 쪼개어 설명하는데 이것이 모여 하나의 입체적인 모습으로 완성되는 느낌이다. 왜 형상화나 추상화가 중요한지 차원적 사고나 변형이 중요한지 깨닫게 해 주었다. 여러분께 강추한다.


생각의 본질은 감각의 지평을 넓히는 것. 이 모든 다양하고도 특이한 감각 융합 현상들은 공감각의 형태를 띤다. 공감각이란 말은 그리스어에 어근을 두고 있는데 융합, 결합, 다 같이를 뜻하는 syn과 감각을 뜻하는 aisthesis가 합쳐진 말로, ‘한꺼번에 느낀다', 혹은 ‘감각의 융합'을 의미한다.



p85

테슬라는 자서전에서 “나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머릿속에서 즉시 그것의 기본 모양을 상상으로 그려본다. 상상 속에서 그것의 구조를 바꿔보기도 하고 한번 작동을 시켜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실물이나 형체 없이 그 모든 것을 상상 속에서 한다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p116

피카소는 우리에게 이렇게 훈계한다. “당신들은 보고 있지만 보고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보지만 말고 생각하라!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 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으라! 눈이 아니고 마음으로 보라!”


p121

리처드 파인먼은 이보다 간결하게 적어놓고 있다.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글쓰기의 본질은 종이 위에 단어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골라내고 버리는 데 있다.”


p124

현실이란 모든 가능한 추상의 총체이며, 이 가능성을 알아냄으로써 우리는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p178

나보코프는 글쓰기를 “맥락이 끊어진 조각 글들로 조화로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p217

우리들은 과도하게 머리만 쓰는 경향이 있어서 몸이 먼저 일의 처리방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우리는 걷거나 달리거나 뛰어오를 때 몸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위치한 공간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자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몸의 느낌을 알게 된다.


p247

선불교의 철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물들이 타자가 아닌 것처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p373

유전자 배열을 음악으로 변형시켜봄으로써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보다 빠르게 배열을 ‘들을’ 수 있음을 알아냈다. 게다가 눈으로 인지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을 귀로는 파악할 수 있었다. 눈은 한 번에 하나의 패턴, 단일한 진행만을 쫓아간다. 그러나 음악의 경우, 가령 합주를 들을 때 우리는 악기들이 어울려 내는 화음을 듣는 동시에 그 개별적인 소리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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