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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Jun 08. 2019

떨림과 울림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양자역학을 좀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김상욱 교수 책 두 권을 빌렸다. 하나가 [떨림과 울림]이고 다른 하나가 [김상욱의 양자 공부]이다.


알쓸신잡에서 김상욱 교수의 모습은 그다지 매력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던 거 같다. 몇 달 전에 [광명 도서관에서 한 강연]에 갔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그러고 나서 책을 읽었는데 이건 대박이다. 방송에서의 모습, 강연에서의 모습이 진짜가 아니었다. 책이 진짜다.


간결하면서도 적절한 비유와 통찰이, 짧은 문장 호흡 안에서도 빛을 발한다. 요 근래 읽은 책 중 최고였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부럽다.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제한 조건이 시간과 공간을 얽히게 만든다. 그래서 시공간이다. 빅뱅 때 시공간이 생겨났다. 그러니 시간도 빅뱅 때 생겨난 것이다. 빅뱅 이전은 모른다가 정답이다.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게 과학이다.


우주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졌다. 영혼이 아니라 원자가 불멸한다. 이게 핵심이다. 양자역학은 원자와 전자의 운동을 설명한다. 원자를 이해하면 우주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양자역학을 알아야 할 이유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졌다. 전자는 원자핵을 궤도처럼 돌고 있는 게 아니라 구름처럼 둘러싸고 있다.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확률로서 분포하고 있는 게 전자장이다. “전자장에서 전자가 만들어졌고 전자는 실체가 아니라 전자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물체의 운동은 뉴턴 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작용량이 최소로 만들려는 경향이, 물체의 운동을 결정한다는 ‘최소 작용의 원리’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적용하려면 모든 미래의 경로를 미리 내다보고 작용량을 계산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의식도 없는 물체가 그걸 계산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신이 의도한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편해진다.


의식이란 무엇일까? 무언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고, 물질과 분리된 정신의 영역일까? 나는 내 기억과 선택의 집합이 아닐까 생각했다. 선택이란 것도 어쩌면 학습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기억이란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라는 연결부위가 갖는 세기들의 집합”이고, 학습이란 “정해진 입력에 대해 원하는 출력이 나오도록 연결 세기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의식이란 어쩌면 뉴런들이 어떻게 각각 고유하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불과할지 모른다.


원핵세포로부터 진핵세포로 가는 생명 진화의 과정은 나름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들이 많다. 하지만 생명의 탄생은 알려진 바가 없다. 우주의 탄생도 마찬가지다. 빅뱅 이후의 일들은 많이들 연구되었지만 빅뱅 이전이라던지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썰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신이 또 등장한다.


진화론의 시각에서 생명은 우연의 산물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주의 탄생도 우연의 산물이다.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게 인간이지만 인간도 우연의 산물이다.


이걸 인정하기 싫어서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했나 보다.


진화에 목적이나 의미는 없다. 의미나 가치는 인간이 만든 상상의 산물이다. 우주에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없다. 그렇지만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다. 비록 그 의미라는 것이 상상의 산물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게 사는 게 인간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상상의 체계 속에서 자신이 만든 행복이라는 상상을 누리며 의미 없는 우주를 행복하게 산다. 그래서 우주보다 인간이 경이롭다.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진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온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속삭임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힘은 관계가 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미시세계에서 완벽한 정지 상태는 불가능하다. 결국 모든 정지는 단진동이다. 단진동은 중요하다.


파동은 물질이 운동하는 방식의 하나가 아니라 물질 그 자체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결국 양자장이라는 분야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서는 파동으로부터 물질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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