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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Jun 16. 2019

김상욱의 양자 공부

완전히 새로운 현대 물리학 입문

김상욱 교수의 [울림과 떨림]을 보고 감명받았다. 하지만 [양자 공부]를 읽고 좌절했다. 김상욱 교수가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애쓴 게 느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양자역학에 대해 알게 되면서 깨닫게 된 건 세상은 확률로서 존재한다는 거다. 어릴 땐 사랑이나 믿음에 90%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100%는 없다고 생각한다.


양자역학은 기존 상식이나 인간의 직관에 위배된다. 그래서 어렵다. 측정하기 전까지 실재하지 않고 상태가 공존한다니 말이 안 된다.

 

어벤저스 엔드게임 때문에 양자역학이 타임머신 도구처럼 여겨지고 있다. '양자 도약'이나 '양자 얽힘' 현상을 보면 시공간의 차원을 넘어서는 거 같긴 하다.


머리로 잘 이해가 안 되니 양자역학을 철학처럼 사용한다. 모든 것에 양자역학을 들이민다. 부작용이다. 최대한 내가 이해하는 만큼만 정리해 보았다. 더 이상은 무리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있다. 원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이 양자역학이다.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있는 것도 아닌 좀비 상태가 '양자 중첩'이다. 누가 살았나 죽었나 손으로 터치해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게 '코펜하겐 해석'이다. 관측되기 전까지는 살아있기도 하면서 죽어있는 공존 상태라는 거다. 이것이 원자나 전자의 세계다.


'슈뢰딩거 고양이 역설'은 입자와 고양이를 연결시켜 이런 중첩 상태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말하려 했다. 이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결어긋남 이론'이 등장했다. 중첩 상태로 존재하려면 파동이 결맞음 상태여야 한다. 고양이처럼 큰 물체는 결어긋남 상태일 확률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역설을 해결하려 한 또 다른 방법은 '다세계 해석'이다. 측정하는 순간 우주가 둘로 나뉜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살아있는 우주와 고양이가 죽어있는 우주로 나뉜다. 문제는 우주가 너무 많아진다는 거다.


스타트랙을 보면 우주선에서 다른 장소로 워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자는 움직일 때 워프 한다. 그게 '양자 도약'이다. 에너지는 연속된 흐름이라는 지금까지 물리학에 위배된다.


빨간약 파란약을 각각 상자에 넣고 하나는 수십광년 떨어진 별에 가서 상자를 열어봤더니 파란색이었다. 그럼 지구에 있는 상자에는 빨간색 약이 들어있다는 걸 즉시 알 수 있다. 이게 '양자 얽힘'이다.


'EPR 역설'은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반박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이런 얽힘 현상은 정보가 빛의 속도보다 빨리 전달된다는 것이므로 잘못됐다는 거다. 그런데 이 현상은 존 벨의 실험으로 증명됐다.


뉴턴은 모든 변수를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먼 미래는 변수가 많아져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는 게 '카오스'다.


이 논리라면 가까운 미래는 자유의지가 없고, 먼 미래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변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확률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미래는 예정되어 있지만 가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김영하 작가의 [보다]에 보면 인간은 93% 정도 예측 가능하다고 한다. 사주나 팔자를 믿지는 않지만 어쩌면 한 인간의 미래는 93% 정도는 결정되어 있고 7% 정도의 변수에 따라 변하는 걸지도 모른다.


일반 컴퓨터는 0 또는 1의 정보만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0과 1을 갖는 것을 허용한다. 따라서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측정을 하면 이 중첩 상태가 깨진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조건 분기라는 것을 해야 한다. 1보다 크면 특정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측정하지 않고 분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지 못한 이유다.


매트릭스 영화를 보면 키아누 리브스가 깨닫는 순간 모든 게 비트로 보인다. 황당하게 생각되겠지만 양자 세계는 다르다. '실라르드 엔진'에 따르면 측정하는 순간 엔트로피가 열원으로 이동한다. 즉 정보가 일로 바뀐다. 측정을 통해 얻은 정보가 실체가 된다. 우주 존재의 본질은 정보다.


20세기가 상대성원리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양자역학의 시대다.
아인슈타인은 확률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지만
확률이야말로 우주를 움직이는 유일한 법칙일지도 모른다.


p81

전자는 파동이면서 입자다. 하나의 정상 상태에서 다른 정상상태로 전자가 도약한다. 반면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입자가 파동의 모습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양자 도약하는 전자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자 역학은 정말 이상하다. 하지만 문제는 원자가 아니다.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p119

우리 우주가 결정론적 우주이며 모든 것이 다 결정되어 있으므로 자유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강성 결정론자'가 된다. 우리 우주는 결정론적 우주이지만 자유 의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양립론자'다. 우리 우주가 비결정론적 우주라고 생각하는 경우, 자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자유론자'가 되고, 그럼에도 자유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양립 불능론자'가 된다.


p149

양자 역학적 상호 관계는 빛의 속도보다 빨리 전달되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말로 관계가 비 국소적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 때문에 양자역학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슈뢰딩거는 이런 괴상한 양자 역학적 상호 관계를 얽힘(entanglement)이라고 부르고 양자역학에 내재된 성질이라 생각했다.


p217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행성에 불과하다. 태양은 아보가드로 수(6.02.214129(27) 10 보다 많은 별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이 광활한 우주마저 무한히 많은 다중 우주의 하나일 뿐이다. 다중 우주는 현대 물리학이 발견한 허무주의의 종결자라 할 만하다.


p230

휠러가 던진 '빅 퀘스천 몇 개를 보자. "존재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왜 양자인가?", "동참하는 우주?" , "의미는 무엇인가?" 얼핏 과학적이라기보다 철학적인 질문으로 보인다. 이 모든 질문들은 결국 "비트에서 존재로"라는 문장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휠러의 생각이었다. 비트는 정보를 상징하는 말이니, 우주 존재의 본질은 정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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