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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Jun 23. 2019

스토너

한 남자의 일생 - 존 윌리엄스

한 사람의 일생을 담담히 써 내려간 소설이다. 지루할 수도 있는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개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심리묘사는 없다. 다만 주변 상황과 시대 상황에 대한 묘사로 짐작할 뿐이다. 이게 이 소설의 매력이다.


사실 인생이라는 건 선택의 연속이다. 고민 끝에 한 선택이 최악일 수도 있고, 별다른 생각 없이 한 것이 행운 일 수도 있다. 나의 선택일 수도 있고, 남의 선택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아마도 농사를 지었을 ‘스토너’는 아버지가 근처에 농과대학이 생겼으니 기술이나 배워오라고 보낸 대학에서 인생이 바뀐다.


2학년 때 필수과목이라 어쩔 수 없이 들었던 영문학 개론 수업에서 교수의 질문 하나가 그를 문학 전공으로 바꾼다. “셰익스피어가 자네에게 뭐라고 하나?”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전쟁터로 나갈 때 스토너는 대학에 남기로 한다. 그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았다. 누구는 겁쟁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전쟁에 대한 두려움 일 수도 있다. 그는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전임강사가 된다. 전쟁에 나갔던 한 친구 ‘매스터스’는 죽고, 한 친구 ‘핀치’는 학교로 돌아와서 승승장구한다.


교수 파티에서 만난 ‘이디스’라는 여성에게 첫눈에 반해서 청혼을 한다. 초스피드로 결혼을 하게 되지만 와이프는 관계를 거부한다. 딸 ‘그레이스'를 낳았지만 와이프는 관심이 없다. 집안일과 육아는 모두 그의 몫이다. 스토너는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딸을 보살필 수 있어 행복해한다. 하지만 딸이 어느 정도 크자 와이프는 딸을 빼앗아간다.


이미 정원이 꽉 찬 세미나에 동료 로멕스 교수의 제자 워커가 신청한다.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들어주는데 수업태도가 불량하고 오만하다. 그래서 낙제점을 준다. 그런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며 부당하다고 학교위원회에 그를 고발한다. 그렇게 로멕스 교수와는 평생 원수가 된다. 로멕스는 문과대 학장이 되고 스토너를 내보내려 괴롭힌다.


자기 세미나에서 만난 캐서린이라는 제자와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집과 학교에서 왕따인 스토너에게 사랑은 피난처이자 해방구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고 학교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해고 위기에 놓인다. 그러자 그녀는 떠난다. 아니 그가 떠나보낸다.


스토너는 이제 65살이 되어 정년퇴직이 다가온다. 로멕스 교수는 빨리 퇴직시키려 한다. 스토너는 가능한 학교에 남겠다며 거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몸에 이상신호가 온다. 검사를 해보니 종양이 있다고 한다. 스토너는 퇴직하기로 하고 주변을 정리한다. 수술을 해보니 이미 온몸에 암이 퍼져있다. 점점 쇠약해진 그는 죽음을 맞이한다.




인생에 있어 가정을 꾸리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만큼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없다.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두 개가 불행하면 그 인생은 불행한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다. 이혼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했을 거다.


스토너는 그냥 견딘다. 불륜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포기한다. 직장은 그만두지 않는 걸로 저항한다. 글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아마 속이 썩어 들어갔을 거다. 그래서 암에 걸렸는지도 모른다.


스토너가 죽는 순간 마음이 아련했다. 그의 인생이 불쌍한 거 같고 고생만 하다 간 건 아닌가 해서 슬펐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성과가 없었다고는 해도 종신 교수였다. 불타는 사랑도 했다. 그는 세상과 타협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낸 것이다. 나도 그렇다. 매 순간 세상과 타협한다. 아마 대부분이 그럴거다. 그래서 책을 읽고나면 내 인생인 거 같아 마음이 쓰리나 보다.


행복한 인생이란 무얼까? 남이 볼 때 불행해 보이는 인생도 나에게는 아닐 수 있다. 행복은 기대치를 낮추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을 인생 목표로 삼지 말자고 다짐해 왔다. 그렇다면 내 인생 목표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릴 때 꿈이 뭐냐고 하면 잘 대답을 못했는데 나이 먹어도 마찬가지다. 변한 게 별로 없다.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발전하는 게 내 인생 목표라고 하면 너무 없어 보이나? 좀 더 멋있는 말을 고민해야겠다.


죽는 순간 스토너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묻는다.


난 무엇을 기대했나?
넌 무엇을 기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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