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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Aug 11. 2019

바른 마음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 조너선 하이트

도덕이란 무엇일까?

올바른 것? 그렇다면 올바름의 기준은 무엇일까?

금기시되는 걸 하지 않는 것? 아니면 집단에게 이로운 것?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준칙이나 규범의 총체라고 한다.


도덕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타고난 걸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교육되는 걸까?

성선설이나 성악설 처럼 오래된 주제이고 무 자르듯이 이분법적으로 나눌 순 없다. 아마 항상 그렇듯이 중간 어디쯤 일 것이다. 피아제의 주장에 따르면 다른 아이들과 놀면서 스스로 그 이치를 깨닫는 거라고 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고 항상 주장했었는데 경험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그 근거가 이 책에 있었다. 도덕은 이성적이지 않고 감성적이며 사람은 직관이 먼저고 추론이 나중이다. 사람은 친근감이나 호감에 따라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그 이유나 증거로 나중에 추론을 이용할 뿐이다.


여기서는 감성이나 직관을 코끼리에 비유하고, 논리나 추론을 기수에 비유한다. 기수는 코끼리에 봉사할 뿐이다.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은 논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 직관적으로 호감을 가지게 해야 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에 투표할까?

항상 이해하기 어려웠던 주제였다. 지금까지 내 생각은 보수 언론이나 가짜 뉴스에 호도되어서, 아니면 자기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해서였다. 이 책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그들이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르고, 그 가치에 따른 신념에서 나온 행동이었던 거다.


실험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는 중요시하는 도덕적 가치의 개수에 차이가 있다. 진보는 배려, 자유, 공평성 등 세 가지 가치에만 반응하지만, 보수는 위 세 가지뿐만 아니라 충성심, 권위, 고귀함이라는 가치에도 골고루 반응한다.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는가를 보면 내가 진보인지 보수인지 알 수 있다.



지금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한창이다. 평소에 보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일본 불매 운동에 적극적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왜 우리는 이토록 집단적이 되는 것일까?


다윈에 따르면 인간은 아마도 이타적인 사람들이 많은 부족들이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고, 살아남아서 그 유전자를 남겼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군집 스위치가 있어서 이 스위치가 켜지면 행복감과 해방감을 느끼며 집단에 헌신한다.


이런 스위치를 켜지게 하는 가장 큰 후보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과 거울신경이 있다. 우리는 거울신경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다.


인간은 남이 보고 있을 때 더 도덕적이다. 종교인들이 도덕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믿음이 아니라 동료들과의 관계 때문이다. 정치나 종교는 이렇게 인간의 도덕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발달했을 것이고, 이런 정치체제나 종교를 가진 집단이 살아남았다.


인간은 90%는 침팬지고 10%는 벌과 같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지만 어떤 상황에 놓이면 이타적이 된다. 우리의 유전자가 그렇게 진화해 왔다. 이게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이고, 앞으로도 희망적인 이유다.




p23

우리 인간은 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존재 이지는 않다. 그런 성향과 더불어 우리는 특정 상황에 처하면 자신의 자아쯤은 얼마든지 접어두고 그 대신 더 커다란 몸체의 세포라도 된 듯이, 혹은 벌집 속에서 살아가는 꿀벌이라도 된 듯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p93

사람들은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즉각적이고 감정적이었다. 추론은 열정의 하인에 불과했으며, 하인이 훌륭한 논거를 전혀 찾아내지 못할 때에도 주인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p101

감정은 말 못 하는 벙어리도 아니다. 다마지오의 환자들이 얼토당토않은 결정을 내렸던 것도 의사결정에 이용되던 감정 쪽의 입력값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감정은 일종의 정보처리 과정인 것이다.


p107

도덕적 이유가 다름 아니라 직관이라는 개가 흔드는 꼬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사람들 안의 코끼리에게 말을 걸어야만 하는 것이다. 즉, 사회적 직관 주의자 모델에서 본 대로 새로운 직관을 끌어내려고 해야지, 새로운 근거를 끌어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p309

메일 내용 중에는 공평성을 논하는 것이 많았는데, 이때의 공평성은 평등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즉 그것은 청교도의 노동 윤리와 힌두교의 인과 법칙에 나타난 공평성으로서, 사람은 자신이 뿌린 대로 거두어야 한다는 개념이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은 땀 흘린 결실을 손에 넣을 수 있어야 하는 반면, 게으르고 무책임한 사람은 그로 인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p327

실제 실험에서는 최소 한 번은 자기 토큰을 들여 징계에 나선 학생이 전체의 84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징계가 허용되고 첫 라운드에 들어가자 협동이 부쩍 늘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렇듯 나쁜 행동을 처벌하면 덕행이 증진되어 집단이 이익을 얻는다.


p351

다윈은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도덕성의 기원을 다음과 같이 요약

종국에 가면 우리의 도덕심 혹은 양심은 고도로 복잡한 감성이 된다. 애초 그것은 사회적 본능에서 비롯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 동료들의 칭찬에 좌지우지된다. 또 이성과 이기심의 지배를 받다가 나중에는 심오한 종교적 느낌에까지 지배당한다. 그러다가는 결국 가르침과 습관이 도덕심이 무엇인지를 확증해준다.


p435

행복은 사이에서 찾아오는 것이었다. 나 자신과 타인, 나 자신과 나의 일, 나 자신과 나보다 더 거대한 무엇, 이 둘 사이에 올바른 관계가 맺어져야 행복은 비로소 찾아온다.


p527

기게스의 반지가 기업들 손에 들어가면 대재앙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내가 보기에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에 옳은 대목이 있다면, 정부의 주된 기능이 기업들에 맞서 대중의 권익을 지켜내는 데 있다고 본다는 점이다.


p542

우리를 갈라놓는 그 국경과 경계만 사라지면 세상은 “다 같이 하나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진보주의자들은 그런 곳을 천국으로 꿈꾸지만, 보수주의자들은 그렇게 되었다간 세상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뭘 좀 아는 것은 보수주의자 쪽인 것으로 보인다.


p551

어떤 사람이 미리부터 진보주의자의 성향을 갖는 것은, 그런 뇌를 가졌기 때문이다. 즉, 모종의 유전자 조합으로 말미암아 그의 뇌는 신기함, 다양성 등에는 특별한 만족을 느끼고, 그와 동시에 위협의 신호에는 덜 민감하게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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