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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Sep 29. 2019

부활

톨스토이

 부활은 성경 말씀으로 인해 신의 품으로 돌아온 탕자를 말한 거 같다. 톨스토이가 예순한 살 때 썼다고 하는데 나이 들면서 기독교에 많이 심취했나 보다. 마태복음을 읽으며 주인공이 갑자기 신의 섭리를 깨닫는 결말은 너무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재판 과정의 불합리, 수감 생활의 처참함, 혁명가들과 토지분배에 대한 문제 등 사회 부조리를 깨달아가는 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네흘류도프 공작은 청년시절 고모 집에서 일하는 마슬로바 카튜샤라는 처녀를 범하고 떠난다. 8년 후에 한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석한 그는 거기서 우연히 살인 피의자로 있는 그녀를 보게 된다. 그녀는 자기가 떠난 후 매춘부로 살고 있었고 한 손님의 독살사건에 연루되었다.


배심단에서 ‘유죄이지만 살인 의도는 없었다'는 말을 덧붙이지 않아 마슬로바는 4년 징역형에 처한다.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 네흘류도프는 그녀의 석방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결심하고 그녀와 결혼까지 생각한다. 그리고 시베리아로 이송될 때 동행한다.


감옥을 드나들던 그는 감옥에 갇혀 있는 다른 죄수들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도와주려 한다. 토지라는 것은 공기나 물과 같은 것이어서 개인이 소유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땅을 농민들에게 싼값으로 나눠주려고 한다.


그런데 골고루 나눠주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다. 어떤 사람에게 좋은 땅을 주고, 어떤 사람에게 나쁜 땅을 주겠는가?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좋은 토지에 대해서는 돈을 많이 지불하고, 나쁜 토지에 대해서는 조금 지불한다. 토지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 땅값은 공동 비용으로 쓴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획기적이고 합리적이다. 톨스토이의 토지 분배에 대한 깊은 사유의 흔적이 느껴진다.


이 소설에서 두 인물이 부활한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귀족이 자신 때문에 매춘부가 되고 감옥까지 가게 된 여자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다가 사랑하게 되고, 자기 땅을 농민들에게 나눠주며 깨닫게 된다. 하녀에서 주인에게 몸 버리고 매춘부가 된 여자는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에 가면서, 자신을 구해주려는 주인을 다시 만나면서, 그리고 정치범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다.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한 계기가 생기면 변할까? 부활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만큼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 조금씩 발전하는 것과 성장하는 것도 변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변화는 극적으로만 가능한 것인가?


p86

그에게 이런 무서운 변화가 일어난 것은 요컨대 그가 자기 자신을 믿지 않고 남을 믿기 시작한 데 그 원인이 있었다. 자신을 믿지 않고 남을 믿게 된 것은 자신을 믿고 생활하기가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신을 믿고 생활하려면 안이한 쾌락을 좇는 동물적 자아를 만족시키는 방향에서가 아니라, 그와 정반대 되는 방향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p115

모든 좋지 않은 행동의 원천이 되는 생각이 있었다. 좋지 않은 행동은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고 반성할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은 생각이란 좋지 않은 행동을 낳는다.


p171

“계급적 이익의 옹호에 불과해요. 내가 보기에 재판이란 우리 지주 계급에게 유리한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행정상의 무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p172

재판소의 목적은 다만 현재의 사회를 유지하는 데 있을 뿐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재판소는 일반 사회의 수준보다도 위에 서서 이를 향상시키려 드는 사람들, 이른바 정치범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수준 이하에 서 있는 이른바 범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박해하고 벌주고 있는 것입니다.


p218

지사라든지, 소장이라든지, 경찰이라든지, 순경이라든지 하는 자들이 인간에 대해서 인간적인 태도로 대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p252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의 사상으로, 또 어느 정도까지는 타인의 사상으로 생활하고 행동한다. 어느 정도까지 자기 사상으로 생활하고 어느 정도까지 타인의 사상에 의뢰하느냐 하는 점에 인간의 주요한 한 가지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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