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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Oct 06. 2019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의 경고는 무자비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BAD SAMRITANS -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1998년 2월 IMF 때 대학을 졸업했다. 일 년 정도 놀면서 도서관과 농구장을 왔다 갔다 했다. 신대방역 굴다리 옆 농구장에는 평일 오전에도 아저씨들이 참 많이 나와 있었다. 일 년 만에 인턴으로 취직했다. 월급이 적은지도 몰랐다. 뽑아준 것만도 감사했다.


IMF가 요구한 것은 외국인 투자를 위해 구조조정과 공공기업 민영화, 자본시장 개방 같은 것들이었다. 국민들이 그걸 다 감당했다.


장하준은 IMF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자들을 나쁜 놈들이라고 규정한다. 자기들은 보호무역으로 부자가 됐으면서, 자신들의 이익때문에 가난한 나라들에게 시장을 개방하라고, 그게 경제발전할 수 있다며 구라 치고 다닌다는 거다.


그 근거로 영국과 미국도 보호무역을 통해 부자가 된 후 자유무역을 주장했다. 한국의 경제기적도 자유시장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 아니고 국가관리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에 아프리카 경제 추락의 책임은 그걸 운영했던 IMF와 세계은행에 있다고 말한다.


‘자유무역은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된다'라는 이론의 바탕에는 리카도가 제시한 ‘비교우위 이론'이 있다. ‘비교우위 이론'은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무역에서도 가난한 나라가 가격차이가 가장 적은 상품의 생산에 집중하면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데는 유효하지만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나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거다.


또 신자유주의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말하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그린 필드 투자'와 ‘브라운 투자'가 있는데 ‘그린 필드 투자'는 직접 생산라인을 만들지만 ‘브라운 투자'는 기존의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고 생산라인 투자는 거의 없다. 외국인 직접 투자의 대부분은 브라운 투자다.


경제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 선교사들은 일본인들을 게으르다고 평했고 유럽에서 독일은 도둑질 잘하는 민족이었다.


내 지인 중에는 공공부문을 줄이고 시장에 맡기는 신자유주의 만이 서민을 살리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계신다. 하지만 자유무역을 주장했던 미국도 일본도 보호무역으로 돌아서는 추세고 중국도 보호무역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킨 게 사실이다.


2007년도에 쓰인 이 책이 지금도 얼마나 유효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게 가하는 시장개방 압력은 개발도상국들에게는 독약이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충분히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개방하는 게 좋다.  이 지점에서 북한의 개방도 북한입장에서는 독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무역은 어쩌면 선진국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허울이며, 홍성국 씨가 [수축 사회]에서 말했듯이 지금과 같은 치킨게임 상황에서는 점점 그 의미를 잃고 있다. 장하준 교수는 제조업 육성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런데 AI가 등장한 지금 상황에서는 좀 오래된 해법인가? 아니면 AI는 꿈도 못꾸는 나라에겐 아직도 유효한가?




p33

한국 정부는 그렇게 해서 도입된 새로운 산업들을 관세와 보조금으로 보호했는데, 그것은 국제 경쟁으로부터 영원히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고 조직화하여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의 경제 기적은 시장 인센티브와 국가 관리의 교묘하고도 실용적인 조합이 빚어낸 결과이다.


p34~35

오늘날 부자 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을 설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며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


p37

세계에서 손꼽히는 회사들 가운데는 국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회사들도 상당수 있으며, ‘생산성이 높은 외국'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빌리는 것'은 경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안정된 물가와 신중한 정부 재정 정책이 경제 발전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부정부패는 시장이 지나치게 작아서가 아니라 시장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자유 시장과 민주주의는 타고난 짝이 아니며, 국민들이 게을러서 나라가 가난한 것이 아니라 나라가 가난하기 때문에 국민이 ‘게으른 것'이다.


p50

결국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첫 번째 세계화의 역사는 현대의 신자유주의의 정통적 견해에 부합되도록 다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이 취했던 보호 무역주의의 역사는 지극히 과소평가되고 있고,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고도의 전 지구적인 통합이 제국주의적 근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 식이다.

엄밀하게 짚어 보면 영국이 자유 무역을 포기하게 된 진정한 원인은 경쟁국들이 보호 무역주의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데 있다는 사실이 거의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p53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아프리카는 생활수준이 도리어 하락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아프리카 경제의 대부분은 IMF와 세계은행에 의해 운영된 만큼 아프리카 경제의 이런 기록은 결국 정통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유죄를 증명하는 판결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p67

자유 무역은 대개 약소국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억지로 강요된 것이었으며, 선택권을 가지고 있던 나라들의 대부분은 짧은 예외 기간을 제외하고는 자유 무역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도 보여 주었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성공한 경제들은 거의 모두 세계 경제로의 무조건적인 통합 과정이 아닌, 선택적이고 전략적인 통합 과정을 거쳐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것도 제시했다.


p98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은 내가 이 장에서 제시한 역사적 증거에 반박하기 위해 보호 무역주의와 경제 발전이 동시에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 무역주의와 경제 발전이 동시에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 무역주의가 경제 발전을 유도했다고 증명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 어떤 것(경제 발전)을 그와 같은 시기에 존재했던 다른 것(보호 무역주의)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 만큼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은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이 부자가 되기 전까지 자유 무역을 실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자유 무역이 경제적인 성공을 설명하는 해답이 될 수 있는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p295

회교 문화는 유교의 위계질서에서와는 달리 공업이나 상업 활동을 경멸하지 않는다. 예언자 무하마드 자신이 상인이었다. 회교는 상인의 종교이다 보니 계약에 대해 매우 진보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결혼식에서도 결혼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절차가 있다. 이런 경향은 법치주의를 장려한다. 실제 회교 국가들의 판사 양성 역사는 기독교 국가들보다 수백 년이나 앞선다. 회교 국가에서는 또 합리적인 사고와 학습을 강조한다. 예언자 무하마드는 “학자의 잉크는 순교자의 피보다 더 신성하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덕분에 아랍 세계는 한때 수학, 과학, 의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했다.


p315

중국 경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대 후반 중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경제 위기가 제2차 대공황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구성이 전혀 허황된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에서 정치적인 혼란이 일어나기라도 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중국에서 정치적 혼란이 일어날 확률은 불평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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