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조연, 가까이서 보면 주인공

우리 삶의 관객은 한 명뿐이라.

by 시현

나를 표현하는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평범‘이다.

늘 어중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주목받을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주목받을 외모를 지닌 것도 아니고

감추려고 감춰도 드러날 수밖에 없는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일머리가 타고난 사람도,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도 아니다.


그래서 늘 나를 어중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다 아이유의 <드라마>라는 곡을 듣게 되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나도 한때는 그이의 손을 잡고

내가 온 세상 주인공이 된 듯

꽃송이의 꽃잎 하나하나까지

모두 날 위해 피어났지

올림픽대로 뚝섬 유원지

서촌 골목골목 예쁜 식당

나를 휘청거리게 만든

주옥같은 대사들

다시 누군가 사랑할 수 있을까

예쁘다는 말 들을 수 있을까

하루 단 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힘을 다해 빛나리


언젠가부터 급격하게

단조로 바뀌던 배경음악

조명이 꺼진 세트장에

혼자 남겨진 나는

단역을 맡은 그냥 평범한 여자

꽃도 하늘도 한강도 거짓말

나의 드라마는 또 이렇게 끝나

나왔는지조차 모르게

끝났는지조차 모르게


<아이유, 드라마>


아이유가 부른 드라마의 내용은

젊은 여자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런데,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난 내가 듣는 이 노래는

한 사람이 삶을 회고하며 부르는 노래같이 들렸다.

내 평범한 삶은 마치 나왔는지조차, 끝났는지조차 모를 드라마 한 편 같지 않을까.

나라는 사람이 살았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른 채

나는 그렇게 이 삶을 마감하겠지.

이런 생각이 들자 나의 어중간하고 평범한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글을 쓰며 깨달았다.

과연 나만 그럴까?

주목받으며 살아가는 평범하지 않은 이들은 평생을 주인공처럼 살아갈까?


우리의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은 결국 ‘나’ 밖에 없다.

이 세상에 누군가의 삶을 24시간 시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4시간을 시청하며 관심을 가지는 시청자는 단 한 명뿐이다.

바로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드라마를 바라봐주는 1인이 있다는 면에서는 동등하다.

결국 멀리서 보면 우리 모두는 나왔는지조차 모를 드라마 속 조연이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한 명의 시청자를 가진 드라마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기록을 한다.

기록은 나의 드라마 시청자인 ‘나’에게 반짝이는 장면들을

더 반짝이게 연출하는 조명 같은 역할을 한다.

1화, 2화, 3화 모두 지루하기 짝이 없이 반복되는 재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 같았는데

기록이라는 조명이 탁 켜지면,

내 드라마도 꽤 볼 만해진다.

꽤 특별해진다.

그래서 꽤 살아볼 만해진다.


화려한 장면도, 스펙터클한 기승전결도 없어

지나고 보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없을 드라마이지만

보고 나면 잔잔하게 감동이 있는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

그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 ‘한 명’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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