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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Jul 10. 2020

트로이 디렉터스 컷 영화 원전과의 차이

지난 토요일 밤 트로이 영화 디렉터스 컷 심야 타임을 봤습니다. 33분 늘어 런닝 타임 196분, 21시 50분부터 25시 15분까지 제 눈은 말똥말똥했습니다. 그래도 과거 원스 어폰  타임  아메리카 디렉터스 컷의 251분 심야 관람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그렇게 길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긴 영화, 그것도 디렉터스 컷으로 늘어난 영화가 나쁜 경우는 제 기억엔 별로 없습니다. 일단 시네마 천국도..

전쟁의 비슷비슷한 전투가 주류이고 과거 첫 버전의 기억이 희미해선가 늘어난 33분의 장면을 모두 집어내기는 힘들었습니다. 단지 제가 아는 한 그리스 신화와 일리아드의 원전과 다른 몇 가지가 눈에 띄어 그것을 집어봅니다.

1.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와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 왕의 영화 속 결투 신에서 메넬라오스는 동생 파리스를 보호하려는 헥토르 왕자에 의해 죽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것은 원전과 다릅니다. 메넬라오스는 끝까지 살아 승전 후 고국 스파르타로 귀국합니다. 그것도 뒤에 설명할 누구와 함께 말입니다. 위험에 처한 파리스는 여신의 도움으로 구름이 그를 숨겨줘 겨우 살아오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파리스는 당시 세계 최고 미녀 헬렌을 반하게 한 그 잘생긴 외모와는 달리 수차례 찌질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그날 밤 파리스는 헬렌에게 잠자리를 요구하는데 헬렌은 전남편으로부터 비굴하게 도망쳐온 그가 못마땅해 거부합니다. 하지만 그 둘을 성사시킨 여신 아프로디테의 개입으로 잠자리는 성사됩니다.

2. 그리스 최고 전사 아킬레스가 최종 사랑한 여인은 트로이의 여사제 브리세이스가 아니라 파리스의 여동생인 폴릭세네 공주입니다. 그는 그가 죽인 헥토르의 장례식을 트로이 성에 몰래 숨어 들어가서 보다 그녀를 보고 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폴릭세네와의 만남 때문에 아킬레스는 결국 죽게 됩니다. 영화는 이 공주와의 러브 스토리까지 아킬레스가 먼저 만난 여사제 한 인물로 간편하게 소화합니다. 아킬레스가 죽을 때 끌어안고 있던 여인이 브리세이스가 아니라 폴릭세네여야 맞습니다.

3. 파리스는 전쟁 중 독화살을 맞아 전사합니다. 후대에 아킬레스건이라 불리는 아킬레스의 약점인 발뒤꿈치를 화살로 쏴서 그를 죽인 후의 일입니다. 파리스는 그의 화살로 그리스 연합군 최고 영웅을 죽였지만 그 역시 화살로 죽는 운명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파리스는 끝까지 살아남아 멸망한 트로이의 유민들을 인도합니다.

4. 당시 그리스 최고, 아니 세계 최고 미녀라 칭송받은  헬렌은 트로이 멸망 후 첫 남편 메넬라오스와 함께 고국 스파르타로 돌아갑니다. 트로이 목마 아이디어를 낸 이타카 왕 오디세이까지는 아니지만 이들도 귀국길이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신의 노여움으로 키프로스, 페니키아를 거쳐 이집트에 도달하고 그 후에야 본국으로 무사히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헬렌은 트로이 멸망 후에도 파리스와 끝까지 운명을 함께 합니다. 파리스 대신 메넬라오스를 죽였으니 이런 스토리가 가능해진 것이겠지요.

어차피 트로이 전쟁은 올림포스 산꼭대기에 사는 세 여신 헤라, 아데나, 아프로디테의 하찮은 미모 경쟁으로 촉발된 것처럼 신화와 인간사가 혼재된 것이고 구전으로 이어오다 후대에 문헌으로 기록된 것이기에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사실적 시비가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는 사실에만 기초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연출자의 창작물이기에 설사 변형을 가한다 해도 그것이 잘못되었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차치하고 글래디에이터, 트로이 이후 이렇다 할 역사적 대작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큽니다. 디렉터스 컷도 좋지만 가슴 뛰게 하는 새로운 시대물 블록버스터를 고대해봅니다.


(엔니모리꼬네, 그가 음악한 영화 2개를 서두에 나열했는데 다음날 그의 부고를 접했네요. 마에스트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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