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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Jul 11. 2020

격리는 왜 콰란틴 40이 되었을까?

Trentino 30일에서 Quarantine 40일로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요즘 이전엔 들은 바 없으나 이젠 일상화된 용어가 두 개 있으니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요, 또 하나는 자가격리(self-quarantine)입니다. 그중 영어로 격리 또는 검역을 뜻하는 콰란틴은 처음 듣는 순간부터 저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는데 이유는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콰란틴 단어의 어미 때문이었습니다. 숫자 4가 바로 연상되듯이 콰란틴은 라틴어, 이태리어의 40이라는 숫자에서 유래합니다. 영어로는 말 그대로 forty이지요. 이 40이 어느 시점, 어떻게, 왜 격리라는 뜻으로 바뀌어 통용되었을까요?

역사는 동유럽 아드리아해에 접한 아름다운 나라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서 시작됩니다. 중세부터 나폴레옹이 정복하기 전까지 이곳은 라구사 공국이라 불리는 지역이었습니다. 동서 무역, 십자군 원정 등으로 외지인의 왕래가 많은 도시였죠. 동쪽에서 온 흑사병이 창궐할 때 도시는 외지인과 환자를 도시 주변에 30일간 격리하는 트렌티노라는 법령을 만들고 시행하였는데 이것이 나름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주변 도시와 국가들도 이를 따라서 시행하게 되었는데 당시 해상 강국이던 베네치아는 이를 40일로 늘리고 이러한 격리를 콰란틴이라 칭하였습니다. 트렌티노가 30이니 40은 자연스레 콰란틴이 되었을 것입니다. 당시 타지에서 온 배는 베네치아 앞바다에서 40일간 정박 후 이상이 없을 시 비로소 입항이 허가되었습니다.

그런데 30일인 격리 기간이 왜 40일로 늘어났을까요? 효과가 더 좋아서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기독교가 콰란틴에 영향을 주어서 그렇게 됐을 것이라고 강하게 추론해봅니다. 당시는 워낙 기독교의 영향이 컸던 기독 문명 시대이니 종교를 통한 기적적인 치유 희망이 법령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집니다.

예측하셨겠지만 성경에 가장 많이 나오는 숫자, 바로 40입니다. 노아의 방주 때 세상에 내린 비가 40일, 땅이 마르는 기간도 40일, 모세와 히브리족이 출애굽 해서 가나안에 도달할 때까지 40년, 그리고 여호수아의 가나안성 정탐 기간도 40일이었습니다. 예수의 광야 금식기도 기간 40일, 그의 부활 전 40일은 사순절이라 불리고, 부활 후 40일간 그는 지상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성경엔 여자의 산후조리 기간도 40일(딸 출생 시 80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삼칠일보다 꽤나 긴 유태인의 산후조리 기간입니다.

이 정도면 전염병 콰란틴 기간 40일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노아의 40 큰비 후 세상은 깨끗해졌고, 출애굽 40 후 히브리족은 자유를 얻었으며, 예수는 광야 시험 40 후 사람의 아들에서 하나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부활, 승천으로 이어진 것도 40 이후였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산후조리 40 후 그간 출입 금지됐던 성전도 들어갈 수 있고 사회 활동도 가능해집니다.

위 사실들의 공통점은 40 고통 후 변화된 새 모습으로 이전보다 다들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흑사병이든 코로나든 전염병 콰란틴 40 후는 어떻게 돼야 할까요? 역시 그렇게 변화된 새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인간의 소망이 담겨 격리 기간이 30일에서 성경을 따라 40일로 늘고 오늘날까지 콰란틴으로 정착된 듯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를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들은 코로나 콰란틴 기간을 14일로 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라진 세상의 현실성을 고려해서 기간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겠죠. 모쪼록 코로나 콰란틴 후 긍정적인 변화, 좋아진 새 세상을 강하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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