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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Jul 12. 2020

원조 코로나

개기일식 때 태양을 완벽하게 가린 검은 달 주변으로 뻗어 나가는 가려진 태양의 발광 외연.. 태양의 대기권인 그 모습이 왕관을 닮아서 코로나(Corona)라 불립니다. 고교 시절 과학 시간에 잠깐 스쳐갔던 그것이 요즘 전 세계 어딜 가도 존재하는 코로나의 원조입니다. 이 왕관을 머리에 처음 쓰는 날을 대관식(Coronation)이라 불리죠. 이렇게 참으로 아름답고 영화로운 단어임에도 지금은 세계적인 질병 재난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긴 어렸을 때 들어본 태풍의 이름들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소녀들을 연상하게 했습니까! 사라, 노라, 앨리스, 셀마..

코로나는 태양의 강렬함으로 인해 육안으로는 관찰할 수 없습니다. 그저 과거엔 개기일식 때에나 운 좋게 볼 수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400여 년 전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발명한 이래로 수세기에 걸친 발달을 통해 지금은 태양망원경으로 평소에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낮에 말입니다.

사실 인간이 태양계 여러 행성 중 지구에서 이렇게 따스하고 포근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코로나 덕일 것입니다. 태양의 온도라 봤자 고작(?) 섭씨 6천여도 밖에 안되니 이 멀리 떨어진 지구까지 제대로 오겠습니까? 그런데 태양의 대기권 코로나의 온도는 무려 1백만 도에 이른다 하니 멀더라도 차가운 지구를 덥히는 보일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태양의 자기장과 태양풍의 영향으로 이례적으로 지구 대기권과는 달리 코로나의 온도가 태양 중심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라고 합니다. 왕관 모양뿐 아니라 이러한 발열성으로 인해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도 코로나일 수도 있겠습니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인 중 몸에 새깃털로 짠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하늘로 날아 오른 무모하지만 도전적인 인간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몸과 날개를 연결한 밀랍이 녹으면서 추락하여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이카로스의 날개이고 추락입니다. 아마 그는 태양에 다다르기 전 코로나의 고열로 추락했을 것입니다.

그가 죽은 후 약 3천 년이 지나 인류는 다시 한번 태양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2018년 미 항공우주국에서 인류 최초 태양 탐사선인 파커(Parker)호를 띄운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몇 건의  성공적인 분석물을 받아보고 있습니다. 파커호를 통해 우주 태양계의 에너지원인 태양과 그에 속한 코로나, 흑점, 홍염, 태양풍 등 많은 비밀들이 계속해서  파헤쳐질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지금 태양에 다가가는 것이 더 이상 무모하지 않은 신화 이상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 저작권 확인이 필요한 이미지가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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