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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Jul 15. 2020

헬렌 vs 페넬로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사이에는 트로이 전쟁의 종전있습니다. 기원전 13세기  인류 최초 세계대전인 트로이 전쟁의 개전부터 전까지의 10년 기간 중 마지막 10년 차 51일의 기록이 일리아드이고 전 후 귀향 길에 오른 전쟁 영웅의 모험 가득한 또 10년의 기록 중 일부가 오디세이입니다. 둘 다 모두 24권의 서사시로 눈먼 현자 호머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인류의 귀한 고전입니다.


일리아드는 당시 트로이의 그리스식 이름인 일리오스에서 따왔고 오디세이는  전쟁에 참전한 그리스 연합 이타카의 왕 이름으로 영어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율리시스입니다. 그래서 오디세이의 주인공은 당연히 오디세이 본인이지만 일리아드의 주인공은 많은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 영웅 중 최고 활약을 펼친 아킬레스라 할 수 있습다. 왜냐하면 일리아드내용전쟁 중 아킬레스가 그리스 총사령관인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여자 포로 문제로 갈등 후 전쟁에서 빠져있다가 그의 4촌 동생의 죽음으로 다시 참전하여 동생을 죽인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를 결투에서 살해하는 것이 주요 줄거리이기에 그렇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그 둘이라여자 주인공은 바로 제목의 두 여인입니다. 일리아드엔 스파르타의 왕비 헬렌(Hellen)이 있고 오디세이엔 이타카의 왕비 페넬로페(Penelope)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왕비의 삶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스토리만큼이나 참으로 다르게 펼쳐집니다.


헬렌은 당시 자타공인 그리스 최고 미녀입니다. 얼마나 미녀이면 올림포스 산상에 사는 여신들이 인정할 정도이니 당시로선 세계 최고의 미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그녀의 미모 때문에 트로이 전쟁도 발발한 것이지요. 그녀는 트로이의 젊고 잘 생긴 왕자인 파리스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하여 트로이로 새 시집을 가게 됩니다. 당시 그녀는 딸이 있었고 파리스도 유부남인 상태이니 전형적인 불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파리스의 심판으로 헤라, 아데나와 여신 간 미모 경쟁에서 승리한 아프로디테의 개입이 있었다곤 하지만 헬렌은 유부남과 눈이 맞아 남편도 딸도 조국도 모두 버렸습니다. 그것도 고귀한 왕비의 신분으로 말입니다.


트로이 전쟁 중 파리스는 독화살을 아 죽게 되는데 헬렌은 이후 파리스의 동생인 데이포보스 왕자와 또 한 결혼식을 올립니다. 또한 첩자 역할을 하여 트로이의 운명을 좌우할 신상을 그리스 군에게 넘기기도 합니다. 마침내 트로이 성이 함락될 때 첫 남편인 스파르타  메넬라오스와 현 남편인 트로이 왕자 데이포보스결투를 하게 되는데 헬렌은 첫 남편을 도와 세 번째 남편을 죽이는데 일조합니다. 결투 중인 현 남편을 뒤에서 화병으로 내려친 것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첫 남편의 품에 안기게 되고 그와 함께 고국 스파르타로 돌아가게 됩니다. 모두 전쟁 기간인 10년 안에 있었던 일입니다.


페넬로페는 남편 오디세이가 10년의 지루한 전쟁을 끝내는 트로이 목마 아이디어를 내서 승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하니 종전 후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그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현재 터키 지역인 트로이에서 그리스 이타카까지는 당시 선박 기술로도 3일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해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거인 장님으로 만든 죄로 저주를 받아 그는 바다 이곳저곳을 헤매며 갖은 모험 속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속절없이 또 10년이 흘러갔습니다.


이때 이타카에선 오디세이가 죽었다 생각하고 아름다운 왕비 페넬로페에게 청혼하는 구혼자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는데 그 수가 무려 108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들은 왕궁에 진을 치고 그녀에게 결혼을 종용하였습니다. 그러함에도 그녀는 남편의 귀국을 믿고 갖은 꾀를 내며 그들의 요구를 밀쳐내며 결혼을 연기시켰습니다. 마침내 고국에 도착한 오디세이는 아들 텔레마커스와 함께 그들 모두를 물리치고 사랑하는 아내 페넬로페와 반갑게 만나됩니다. 무려 20년 만의 재회입니다. 사실 오디세이의 귀향길에는 키르케, 칼립소, 나우시카 등 그를 유혹하는 아름다운 요정과 공주 등이 넘쳐났음에도 그 역시도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그들을 물리치고 그녀에게 온 것이었습니다. 부창부수, 서로 끌어당기는 사랑의 힘입니다.


이렇듯 여자 주인공 헬렌과 페넬로페의 인생은 판이하게 다르게 전개됩니다. 한 명은 절세의 미모로 인해 여러 남자와 다양한 운명을 겪지만 또 한 명의 미녀는 유교 국가에서나 법한 절개와 정절로 한 남자와 한 운명으로 끝까지 엮입니다. 트로이를 지도 상에서 사라지게 한 헬렌은 팜므파탈이라 할 수 있겠으나 대개의 팜므파탈과는 달리 그녀는 말년 운도 좋아 고국 스파르타에서 원 남편과 끝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미모도 통상 미모를 훌쩍 뛰어 넘는 최상위 레벨이면 미인박명을 피해 가나 봅니다.


일리아드의 시작에 한 여자가 있었고 오디세이의 끝에도 또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세상을 뒤흔든 큰 전쟁의 시작이 한 여자로 인해 일어났고 그 전쟁을 끝낸 어떤 영웅의 필사적인 귀향을 가능케 한 것도 또한 한 여자였습니다. 과연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남자지만 그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라더니 그 진리 아닌 진리가 이렇게 인류 첫 문학 유산인 일리아드 오디세이에서부터 입증되고 있습니다.


에게해를 끼고 동시대를 살았던 헬렌과 페넬로페가 죽은 지 3천여 년이 지난 후대에 어떤 한 위대한 음악가가 두 여인 중 한 명만을 선택해 그녀를 닮은 아름다운 곡을 썼습니다. 그는 자유분방한 프랑스인임에도 그가 선택한 여인은 페넬로페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에게해의 진주라 칭하였습니다.


https://youtu.be/OmkOzGUwFJ0



위) 2004영화 트로이에서 헬렌을 연기한 독일 배우 다이앤 쿠르거

아래) 1954년 영화 율리시스에서 페넬로페를 연기한 이탈리아 배우 실바나 망가노


(위의 내용 중 헬렌을 언급한 부분은 영화 트로이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위의 내용이 원전의 내용이고 영화는 일부 각색을 했습니다. 영화와 원전의 차이는 제가 이전에 작성한 '트로이 디렉터스 컷 영화 원전과의 차이'를 보시아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 확인이 필요한 이미지가 들어 있습니다.

* 브런치의 특성을 살려 영상도 활용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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