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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Feb 11. 2022

로미오와 줄리엣의 백년해로


그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는 마지막 날이면 으레 학교에서 영화를 단체로 관람하게 하였습니다. 시험이라는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즐거움을 누리라고 학교에서 내려주는 은전과 같은 것이었지요. 빡빡머리 중학생 때의 이야기입니다. 은전이라고 하는 것은 이때가 아닌 때에는 학교 선생님들이 영화관에 잠입해서 숨죽이며 영화를 감상하던 학생들을 순사처럼 잡아가던 시대였기에 그렇습니다. 미성년자들이 보기에 애매한 영화를 선생님께 허락받지 않고 보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던 시대였지요. 교무실로 잡혀간 학생은 그곳이 고문실이 되면서 소위 불량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구속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의 등급과 동반자의 성별과 품격, 그리고 취조하는 선생님을 대하는 행동거지에 따라 훈방, 반성문, 태형, 정학 등의 형벌을 받곤 했습니다.


그랬던 선생님들과 함께 관람을 하는 날이니 그날은 그분들을 앞세워 당당하게 입장을 하곤 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영화를 공짜로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정상 영화값에서 학생 할인에, 단체 할인에 그리고 마지막 날 시험은 2교시 정도에 끝났기에 조조할인 비스무리한 할인까지 들어가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대신 좌석은 언감생심, 만원 극장에서 서서 보기 일쑤였지요. 제가 다닌 중학교 한 학년만 해도 900명이 넘었으니까요. 지금은 극장에서 서서보는 입석이란 개념이 아예 없어졌지요.


그런데 이제야 생각해보니 시험이 끝나는 딱 그날이면 중학생들이 교육적으로 볼만한 미성년자 상영가의 영화가 항상 개봉되어 있었던 것이 신기합니다. 당시 인천 시내 중학교 교장 선생님들과 영화관 사장님들이 무슨 카르텔이라도 맺어져 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큰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그 행사는 예외 없이 거행되었습니다. 이 글의 영화 행사는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영화는 달랐습니다. 그전에 보았던 <킹콩> 같은 오락물이나 공산당을 때려잡자는 반공, 승공, 멸공 영화가 아닌 문학성 높은 로맨스인 <로미오와 줄리엣>이었으니까요.


아.. 로미오와 줄리엣.. 그 영화가 멀리 바다 건너 인천에 상륙한 것입니다. 원작자 셰익스피어는 몰라도,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예나 지금이나 누군지 모르겠고 알아도 관심도 없지만, 당시 이 나라 제 또래 빡빡머리들의 남심을 열렬하게 울린 소녀 여주인공은 이미 영화 훨씬 전부터 반도를 점령한 상태였습니다. 그녀가 줄리엣이라 문학성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캐플릿 가문의 무도회에서 처음 만난 로미오와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 그녀가 왔습니다. 그 시절 남학생들의 책받침에 단연코 가장 많이 곱게 모셔져 있던 그녀였습니다. 책받침 스타는 요즘으로 치면 브로마이드 스타라 할 수 있는데 사이즈는 공책 사이즈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왜 책받침이라 불렀는지 모르겠네요. 책을 받치는 물품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독서대인 책받침대와 혼선의 여지도 있으니 정확히는 공책받침이라 불려야 했습니다.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춘기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니 당시 영화관에 밀집해있던 저를 비롯한 사춘기 중학생들의 심장은 모두 그때 국어책에 나온 민태원님이 쓴 <청춘예찬>의 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있다". 이렇게 뜨겁고 힘차게 말입니다. 당시 우린 극장 오기 전 학교에서 치른 국어 시험에 위와 같은 <청춘예찬>의 지문이 나왔던지라 모두들 그것을 되새기며 심장이 한껏 업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날은 영화가 세기의 명화인지라 극장엔 제가 다녔던 동인천중학교만이 단관을 온 것이 아니라 가서 보니 여학교인 박문여중도 단관을 와있었습니다. "Oh my God!" 어두컴컴한 애관극장은 만원 지하철 버금가게 남녀 중학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콩나물시루가 되었습니다. 제 전후좌우로도 여학생들이 마구 밀착되어 뒤섞여 있었지요. 전방 대형 스크린에선 로미오와 줄리엣이 열정적으로 키스를 하고 있고, 첫날밤도 치르고.. 아아.. 그날은 선생님들이 잘못한 날이었습니다. 아니면 확실하게 은전을 베풀었던가.. "Bravo, Romeo & Juliet!"


최고의 키스 신으로 꼽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신


제가 이렇게 어린 로미오와 줄리엣을 소환하게 된 것은 며칠 전 읽은 신문의 칼럼 때문입니다. 지난 2월 3일 자 중앙일보에 김영민 교수가 연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등장시켰는데 저와 생각의 단초가 비슷해 이렇게 제 글로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글에서 김 교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격정적인 사랑과 동반 자살을 혁명이라 칭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만약에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그 혁명 정신이 끝까지 이어졌을까라는 의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변학도 앞에서 죽음과 맞바꾼 절개를 지킨 춘향과 암행어사로 출두한 그의 피앙세 이몽룡도 그것이 혁명이었다면 그들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질문도 던집니다. 춘향은 정경부인이 되었지만 기생 출신이라 다른 양반 부인들에게 왕따를 당하며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을 신경통에 시달리며 살았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말입니다. 그런 그녀의 생활 모습에서 과거 한 때 혁명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시국을 빗댄 정치 칼럼이었습니다.


제가 중학 시절 위의 영화관에서 본 <로미오와 줄리엣의> 일체감이 컸던 것은 원작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우리 또래와 비슷해서 더 그랬을 것입니다. 그 커플의 정확한 나이를 셰익스피어는 밝히지 않았지만 원작에선 줄리엣의 나이가 채 14살이 안 된다고 나옵니다. 그러니 로미오도 아무리 늙게 봐도 10대 중반의 소년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사랑이 뜨겁고 불 같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성과 인내 등이 비집고 들어가기엔 감정의 파도가 높은 곳에만 머물러 있어 냉정을 취하기 힘든 때니까요. 냉정은 고사하고 냉정과 열정 사이도 없는 꼭대기 열정만이 존재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니 로미오는 작품 말미에 줄리엣이 약에서 깨어나서 일어날 불과 2분 여의 짧은 시간도 못 기다리고 죽음을 선택해, 이후 깨어난 줄리엣까지 죽게 해 해피엔딩을 새드엔딩으로 바뀌게 한 것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그때 로미오가 흡연자였다면 로미오도 줄리엣도 모두가 살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사형수이든 자살자이든, 또는 전장의 전사자도 그들이 흡연자라면 죽기 전 마지막 행동이 담배 한 대인 것은 만국공통이니까요. 담배 한 대의 길이만큼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오래 사는 것입니다.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나는 로미오와 줄리엣

 

김영민 교수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제 생각이 유사하다는 부분은 이렇습니다. 제 생각은 역으로 그들이 이팔청춘이었기에 혁명이든 문학이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10대라서 둘 다 자살이 가능했다는 것이지요. 만약 그들이 20대에 처음 만났다면 제 생각엔 로미오와 줄리엣 중 죽어야 최대 1명만 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30대에 처음 만났다면 1명도 자살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40대 이후에 만났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히려 왜 죽어야 하는데요?라고 반문했을지도 모릅니다. 40대 이상까지 사신 분이라면, 그리고 사랑과 인생에 대해 좀 아시는 분이라면 제 의견에 동의하실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사랑과 나이의 함수에 죽음(자살)이라는 변수를 넣으면 나이대별로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라는 저의 추론입니다. 물론 로미오와 줄리엣 같이 서로 원수 집안으로 사랑이 이루어지기 힘든 동일한 환경 하에서의 가정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떠나 나이가 들면 열정이 식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반대로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나이가 들수록 진지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나이를 10대로 설정했을 것입니다. 그래야 문학이 되고 공감도 되니까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둘 다 40대인데 그들이 원작의 10대처럼 약 먹고 동반 죽음을 택한다면 청중이나 독자는 공감하기 힘들 것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탈리아의 북부의 유서 깊은 도시 베로나의 뿌리 깊은 앙숙 몬태규 가문의 사내아이와 캐플릿 가문 여식의 과정은 행복했으나 결말은 슬픈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청춘남녀가 모두 죽어 우린 슬프고 원통해하지만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같은 비극엔 포함 안 시키고 희비극으로 분류합니다. 비극으로 인정받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한 순간은 없고 계속 비극적이어야 하나 봅니다. 미괄식으론 안 된다는 것이지요.


한때 인도보다 값이 비쌌던 윌리암 셰익스피어, 1564~1616


올리비아 핫세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1968년 전 세계에 처음 개봉했습니다. 이 원작은 1996년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기념하여 우리 생애에 한번 더 만들어집니다. 이번엔 줄리엣보다 로미오에 힘을 더 주었습니다. 당시 할리우드의 청춘 아이콘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로미오로 출연시켰으니까요. 그럼에도 그 영화는 저의 경우 과거의 그 영화와 같은 참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인 것도 이입을 방해하는데 한몫을 하였겠지요. 그만큼 올리비아 핫세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치 셰익스피어의 그 작품이 희곡이 원작인 것처럼 영화판 원작으로까지 보입니다.


이런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에서 재탄생하는데 대가들에 의해 잘 알려진 클래식으로는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오페라,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 극적 교향곡 , 그리고 발레로 각색되며 그 음악으로는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뮤지컬로는 번스타인이 각색한 그 유명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있고 영화와 뮤지컬을 결합한 스필버그 감독의 뮤지컬 영화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최근 국내에도 개봉을 하였습니다.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는 서로는 밀라노, 동으로는 베네치아의 중간에 위치한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고도입니다. 개인적으론 이탈리아에서 가장 이름이 아름다운 도시로 저는 베로나를 꼽습니다. 프랑스에선 아비뇽처럼 말입니다.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태어나고 십수 년간 살았다고 셰익스피어가 낙점했기에 그 유명세로 오늘날 전 세계의 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제가 2017년 그 도시를 방문했을 때도 예외 없이 캐플릿 가문의 줄리엣의 집 발코니 아래엔 연인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아, 저는 연인으로 간 것이 아니고 업무차 갔습니다.


그리고 줄리엣의 집 문과 담벼락은 그날도 듣던 대로 전 세계에서 그녀에게 보낸 러브 레터로 빼곡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그 편지를 배경으로 <레터스 투 줄리엣(Letters to Juliet)>이란 로맨스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이렇듯 베로나는 오늘날 그 도시에서 요절한 로미오와 줄리엣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도시 베로나는 영국의 셰익스피어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베로나 시내에 조성된 줄리엣 생가와 줄리엣 동상, 2017


그리고 역시 국가인 이탈리아도 셰익스피어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의 <베니스의 상인>은 베네치아, <오셀로>도 베네치아, <템페스트>는 불카노,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파도바, <한여름밤의 꿈>은 아테네 등 이 많은 작품들을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배경으로 썼으니까요. 아테네는 그리스의 아테네가 아니고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아테네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과연 이탈리아의 광팬인 셰익스피어였나 봅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이탈리아를 단 한 번도 안 가고 이 도시들을 무대로 작품을 썼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다 하며 이번엔 셰익스피어의 광팬인 리처드 폴 로라는 작가가 그의 이탈리아 여정을 추적한 <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 기행>이라는 책을 2013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떠오르게 하는 제목입니다.


실제 그가 이탈리아를 갔든 안 갔든,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실제 인물이든 아니든 셰익스피어의 생가를 보유한 영국 입장에선 후대에 남 좋은 일을 시키는 그를 아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국에도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는 차고 넘치니 이 모든 작품들의 무대를 영국의 도시들로 해도 됐으니 말입니다. 셰익스피어 정도의 천재라면 작품성에도 아무 문제없이 영국에 맞춰 창작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국인은 그런 그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국가적인 보물로 받들고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영화 속 커플은 영화가 끝난 후 죽은 듯이 조용히 살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성과 화제성을 다 잡은 명화의 청춘스타임에도 그들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맡은 배역이 너무 강해 차기작 캐스팅에 기피되어 불이익을 당한 승자의 저주가 걸려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출연한 몇 편의 영화들도 그들의 존재감은 없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엔드리스 러브>로 스타덤에 올랐던 브룩 쉴즈와 남자 주인공도 비슷한 길을 걸었지요.


그래서인가 몇 년 전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그들은 진짜 커플로 백년해로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치 영화 속 어린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덤에서 약발이 떨어져 다시 살아나 몰래 멀리 도망쳐서 오랫동안 살다 돌아온 커플처럼 보인 것입니다. 대중들의 기억 속엔 그들의 삶과 모습엔 로미오와 줄리엣만이 존재하기에 그래 보였을 것입니다.


이 또한 아름다운 백년해로(?)중인 로미오와 줄리엣, 2015


그런데 로미오와 줄리엣이 진짜로 작품 속에서 죽지 않고 사랑이 결실을 맺어 살았다 해도 그들 이후의 삶은 그들 역을 맡은 배우인 여주인공 올리비아 핫세나 남주인공 레오나드 위팅의 삶처럼 조용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학적 요소가 가득했던 10대의 불꽃 튀기던 격정이나 열정적인 사랑은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엔 평화롭고 지혜로운 사랑이 채워져 서로를 캐어하며 살았겠지요. 흥미를 끌만한 시끄러운 얘깃거리도 없을 테니 주변의 시선도 줄어든 조용한 삶으로 말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사랑이 꼭 칙칙폭폭 하며 우렁찬 소리를 내는 큰 배의 기관과 같은 끓는 피로만 제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청춘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설사 문학은 끝났다 해도 나이대별로 그 남녀에 맞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어렸을 때 목도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그들 방식대로의 정겨운 주고받음도 사랑이듯 말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유명한 ost는 우리에게 두 가지 버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Ost란 말을 쓰는 순간 바로 영화 속 그 노래와 장면이 떠오르네요. 중세에 민네징거라고 불렸던 음유시인이 캐플릿 가의 무도회에서 불렀던 그 아름다운 사랑 노래말입니다. 영화 안에선 'What is a Youth'란 타이틀로 음유시인이 노래하지만 그 곡은 영화 밖에서 'A Time for Us'란 제목의 얼터너티브 버전도 하나 더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수가 불렀지만 제 귀엔 앤디 윌리엄스의 곡이 익숙합니다. 우리에겐 영화 속 'What is a Youth' 버전보다 이 가사의 노래가 더 익숙할 것입니다. 영화 개봉 1년 후인 1969년에 발매되었으니 'A Time for Us'도 거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때를 같이 했습니다.


줄리엣 집 무도회에서 음유시인이 부르는 What is a Youth


이곳에 전체 가사를 게재하지는 않지만 이 두 곡은 제목에 나온 의제에 대한 답을 노래에서 곧바로 줍니다. 영화 속에서 그 노래를 부른 가수는 젊음은 충동적인 불꽃이라 단정하고 노래를 이어갑니다. "What is a youth? Impetuous fire.." 그리고 영화 밖에서 그 노래를 부른 가수는 우리를 위한 시간은 언젠간 올 것이라며 노래를 시작합니다. "A time for us, someday there'll be.."


같은 멜로디로 두 곡 모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각각의 첫 가사로만 보면 뉘앙스는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전자는 현재의 충동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노래하고 있고, 후자는 미래의 희망적이고 안정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현재의 사랑은 타오르는 불꽃 같은 사랑이고 미래의 사랑은 그 불꽃으로 정련된 사랑이라 할 것입니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이 원작과 영화에서 나와 백년해로했다면 후자와 같은 사랑이 되지 않았을까요?  


https://youtu.be/QxidjMJK9f4


https://youtu.be/o1dtCna9b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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