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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Nov 11. 2023

대통령 집 구경

대구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초청한 교수와 팔공산 식당가에서 점심을 마치고 귀경길로 그 산을 넘어가는데 갑자기 대통령 생가 안내판이 쓱~하고 나타났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래서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좁은 꼬불길을 내려가 그의 생가를 방문하였습니다. 방문보다는 구경이란 표현이 적절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집이라 하니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마음이 일어난 것이지요. 과거 광고회사 현직에 있을 때에도 구미공단에 있는 광고주를 방문하고 귀경길에 역시 쓱~하고 나타난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같은 흐름으로 방문한 것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생가는 아래 사진 속 모습과 같이 생겼습니다. 전형적인 과거 시골집입니다. 물론 그날도 사진에서 보듯이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고 보수를 해와서 실제 과거 생가보다는 신상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곳에서 제가 생각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다소 엉뚱하게 집이 참 조그맣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방이 말입니다. 민속촌을 처음 갔을 때 옛날 사람들은 그 좁은 방에서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곳에서도 그 생각을 우선 한 것입니다. 사실 그 생각은 구미 박대통령 생가를 방문했을 때도 똑같이 했었습니다. (무슨 건축업자나 중개업자도 아니고..ㅎ)


그런데 사실 그 방의 크기는 제가 태어난 시골집도, 도시로 이사 온 후 방학 때마다 가서 살다시피 했던 할머니가 계셨던 그 시골의 큰집도 별반 차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땐 다들 그렇게 작은 집에서 많은 식구들이 복작거리며 살았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기억하는 그 집들은 제 어린 눈에 비친 모습이라 실제보다 커 보여 그땐 그것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듯 어린아이의 눈엔 어른 세상보다 세상이 더 크고 아름다워 보이니까요.


노태우 대통령은 팔공산 자락의 이 집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내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상경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도 제가 저의 어린 시절 시골집을 추억하듯이 이 집을 기억했겠지요. 소를 몰고 팔공산에서 풀을 뜯기며 퉁소를 불었다는 일화가 소개되고 있듯이 그의 생가엔 대문 옆 외양간이 그대로 있고 그 안엔 실물 크기의 소 인형도 전시해 놓았습니다. 그 소는 당시 이 집의 큰 재산이었을 것입니다.


12.12, 5.18, 6.29, 1988, 1992.. 그의 생가엔 그의 이런 공과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은 대통령 기록관이나 기념관이 아니니까요. 그저 그가 자연인으로 살던 어린 시절의 흔적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모든 역대 대통령이 기념관을 갖게 될지 모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곳은 생가와는 달리 그들이 공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행한 일들을 공(功)이든 과(過)이든 모두 사실대로 보여주는 장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역사의 원칙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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