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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Jul 06. 2024

파리의 근대 올림픽 <상>

고대 올림픽의 부활 근대 올림픽

센강의 축제 파리 올림픽


또 올림픽입니다. 4년 아닌 3년 만에 열리는 역대 가장 빠른 올림픽입니다. 지난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로 인해 1년 연기된 2021년에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게재되는 7월 6일은 정확히 그 올림픽이 20일 남은 D-20입니다. 이번엔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파리입니다. 세계 예술의 수도 파리는 그때만큼은 세계 스포츠의 수도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야심차게 그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파리는 200년 전 주소를 가지고 찾아가도 목적지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할 정도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도이지만 1924년 이후 정확히 100년 만에 여는 이번 올림픽을 위해 획기적인 신식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막식부터 그 이전 32번의 올림픽에선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쇼를 계획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얼마 후면 전 세계인은 진기한 그 이벤트를 흥미롭게 보게 될 것입니다.


2024년 7월 26일이 바로 그날입니다. 올림픽은 그날부터 폐막식이 열리는 8월 11일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갈 것입니다. 그런데 개막식의 장소가 이전 올림픽에서 보아오던 주 경기장(main stadium)이 아닙니다. 파리를 관통하는 센강에서 개막식이 열리니까요. 기존 올림픽에선 국가명이 적힌 보드를 든 도우미와 선수단을 대표하는 기수를 따라서 국가별로 선수들이 주 경기장의 400m 트랙을 줄지어 입장했습니다. 하지만 센강의 개막식에선 선수들이 물 위를 걸을 수 없으니 국가별로 보트를 타고 줄지어 입장하게 됩니다.


강 저 편으로는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이 보일 것입니다. 그 보트들은 에펠탑을 향해 전진하기로 되어 있으니까요. 마치 영화 <트로이>에서 트로이를 향해 전진하는 그리스 연합군의 함대와도 같은 모습이 연출될 것입니다. 관객들은 강변에서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벌어지는 이 장대한 수상쇼를 보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게 될 것입니다. 장관입니다. 이런 올림픽 개막식을 기획하다니요? 흔히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축구를 가리켜 아트 사커라고 하는데 올림픽마저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도시 파리입니다.  


2024년 7월 26일 전 세계인이 보게 될 파리 올림픽 개막식 시뮬레이션 (출처,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센강의 재앙 파리 올림픽


그런데 이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합니다. 센강의 물속에서 기괴한 물결이 일더니 거대한 괴생명체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 강에 서식하고 있던 상어가 출몰했습니다. 센강에 상어라니요? 말이 안 됩니다. 상어 떼는 강을 휘젓고 다니며 개막식을 아수라장, 아니 아수라강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괴물과도 같은 식인 상어의 공격으로 보트는 뒤집히고 선수들은 살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상어에 물려 죽는 사람, 강에 빠져 익사하는 사람.. 비명이 난무하는 아비규환의 장면이 연출됩니다. 믿기 힘든 일입니다. 축제의 개막식이 순식간에 공포의 지옥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런 상상이 가능할까요? 상상이니 가능하겠지요. 그 상상이 세상사, 인간사라면 무엇이든 가능한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의 영화 <센강 아래>에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상어들이 환경오염의 영향으로 변이가 생겨 태평양에서 대서양을 거쳐 민물인 센강을 타고 파리 도심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상어 재난 영화의 원조인 <조스>에서처럼 바닷가가 아닌 도심에서 상어의 공격이 가능해진 이유입니다. 영화에선 대회를 올림픽으로 설정하지 않고 철인3종 세계선수권대회로 보여줍니다. 그 대회 개막식에 참가한 파리의 시민들과,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 그리고 개막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상어로부터 피해를 입고 결국은 도시 전체가 엉망이 되고 파괴된다는 줄거리입니다. 상어 재앙을 예견한 환경운동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파리 시장이 정치적 입지를 위해 강행해서 벌어진 참사입니다.


실제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영화처럼 환경운동가를 포함하여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파리 시민들이 연일 센강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센강에서 똥을 싸자"라는 캠페인입니다. 상어는 풀 수 없으니 똥이라도 풀자는 것인가요? 그들은 수질이 좋지 않은 센강에서 올림픽 개막식을 열고, 영화처럼 실제로 센강에서 철인3종경기를 계획하고 있는 시와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파리 시가 시위대의 눈엔 말 그대로 쇼로 보이는 그 센강의 개막식을 위해 수질 개선용으로 안 써도 되는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개막식이나 경기를 안 하면 환경 피해도 적고, 그 돈을 훨씬 유용한 민생의 문제에 쓸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국토나 도시의 개발이나 국가적인 빅 이벤트를 진행할 때 늘 부딪히는 난제가 파리 올림픽에서도 떠오른 것입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과 파리 시장은 센강에서 직접 수영을 하겠다고 공표까지 했습니다.


센강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의 환경 문제를 꼬집은 영화 <센강 아래> 포스터. 영문은 <Under Paris> (출처, 넷플릭스)



근대 올림픽의 태동지 파리


<센강 아래> 영화는 6월 5일 개봉되었습니다. 올림픽을 바로 앞두고 개봉하여 센강의 개막식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과 파리 시민들의 정서를 대변해 주는 듯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반대를 해도 센강의 개막식이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주목도 높은 올림픽 개막일에 센강 주변의 파리 시내를 전 세계에 보여줄 절호의 찬스이니까요. 도시 홍보 효과로는 만점일 것입니다. 파리 시와 조직위는 최근 센강에 보트들을 띄우며 리허설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승선해 보트로 센강을 6km 이동 후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하선하는 플랜입니다. 만약 센강에 테러의 위험이 감지된다면 그 개막식은 센강이 아닌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열리게 됩니다. 물론 영화처럼 센강에 식인 상어의 위험이 감지되어도 이번엔 그 행사를 취소할 것입니다.


바야흐로 올림픽 시즌입니다. 매년 여름마다 기록을 경신하며 더 더워지는 유럽이지만 이번 여름 파리는 더욱 가열될 것입니다. 뜨거운 7말8초의 태양에 더해 올림픽 성화의 불이 17일 동안 꺼지지 않고 내내 타오를 테니까요. 아마도 성화대의 그 불길은 4마리의 말이 끄는 태양의 신인 헬리오스의 불수레처럼 보일지도 모를 것입니다. 부디 그 기간만큼은 그 신이 불수레를 타고 주마가편을 가해 하늘 높이 올라가 지구에서 멀어지기를 바랍니다. 참가한 선수들이 시원한 컨디션에서 뛸 수 있도록 말입니다. 파리의 성화는 신들의 땅인 올림피아에서 가져온 것이고,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올림픽의 전사들은 신들을 위해 뛰었으니 배려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번 올림픽으로 파리는 총 33회의 올림픽 중 3회를 개최하는 최다 개최 도시의 영예를 안게 됩니다. 2012년 올림픽을 개최한 런던과 차기인 2028년 개최지인 로스앤젤레스와 함께 다관왕 트리오로 등극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하계 올림픽입니다. 하지만 그 도시들 중 파리만큼 올림픽의 자부심이 강한 도시는 없을 것입니다. 올림픽을 만든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 남작이 프랑스인이고, 파리는 그의 출생지이며, 그 올림픽을 주관하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창설된 곳이 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파리 소르본대학 내에 결성한 올림픽부활의회의 결의로 IOC와 올림픽은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1894년 IOC는 창설되었고 2년 후인 1896년 제1회 올림픽이 아테네에서 열렸습니다. 물론 근대 올림픽입니다.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인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



고대 올림픽의 오마주 근대 올림픽


우리가 올림픽이라 부르는 이 대회는 근대 올림픽(Modern Olympic Games)이란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것과 구분되는 고대 올림픽(Ancient Olympic Games)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성화를 이야기하며 한때라고 표현했던 바로 그 시기입니다. 하지만 말이 한때이지 그 한때는 꽤나 긴 기간이었습니다. 기원전 776년부터 기원후 393년까지 무려 1,169년이나 되니까요. 그 기간 동안 총 293회의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이것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속 숫자가 아니라 엄연한 역사 속의 데이터입니다. 반면에 1896년 아테네에서 시작한 근대 올림픽은 올해 파리까지 쳐도 128년, 33회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커리어상으론 근대 올림픽은 고대 올림픽에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근대 올림픽은 고대 올림픽을 할아버지로 모셔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1894년 파리에서 올림픽을 논의한 쿠베르탱 남작과 초기 15개 회원국 대표들은 근대 올림픽 개최의 명분으로 고대 올림픽의 전통과 이념을 선양하고 세계에 그 아마추어 정신을 떨치자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새로 창설한 국제 스포츠 대회의 이름도 똑같이 올림픽으로 한 것입니다. 1회 대회를 아테네에서 개최한 것도 그리스가 올림픽의 원조국이라는 것과 고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낙점했을 것입니다. 쿠베르탱 남작이 초대 IOC 위원장 직을 상징적인 측면에서라도 그리스의 사업가인 비켈라스에게 양보한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실제로 쿠베르탱 남작은 2년 후인 1896년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1925년까지 29년간 2대 IOC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역대 최장수 임기입니다.


이렇듯 근대 올림픽은 처음부터 고대 올림픽의 많은 것들을 계승하였습니다. 거의 오마주 수준입니다. 또 하나 대표적인 것이 4년 올림픽 주기도 고대의 것을 그대로 따른 것입니다. 인간의 신체 능력이나 경기 종목과 환경 등이 고대와 달라졌어도 그때와 똑같이 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누군가 올림픽 대회의 이름이 왜 올림픽이고, 그 대회가 왜 4년마다 열려야 하냐고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 논란을 완벽하게 차단해 주는 훌륭한 준거가 되어왔을 것입니다. 과학이나 논리보다 때론 전통과 유산을 더 중시하는 서양인이기에 곧바로 승복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고대 올림픽을 부활시킨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 (1863~1937) (출처, 위키백과)



체육의 르네상스 근대 올림픽


로마 제국의 후예인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그 이전 중세의 신 중심에서 뛰어나와 인간 중심으로 가자는 인본주의 예술운동이었습니다. 그때 그 르네상스의 선구자들이 그것에 부합되는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 역사상의 시기는 고대 그리스였습니다. 그 사회가 직접 민주주주의 하에서 이성적으로는 인간을 통찰하고 연구하는 학문인 철학이 융성하고, 감성적으로는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시와 연극 등의 문학과 예술이 극대화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부활을 의미하는 르네상스에서 부활의 주체는 고대 그리스였습니다. 한마디로 고대 그리스를 다시 살려내자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예수의 부활처럼 말입니다.


그때 그들이 빠트린 것이 하나 있었는데 저는 그것이 올림픽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덕체 합일이라는 완벽한 인간상에서 지와 덕은 15세기부터 시작된 르네상스와 이후 17~18세기의 계몽주의를 통해 부활했는데 인간의 신체 능력을 보여주고 수련하는 체육 활동은 빠져있었다는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중 인간 신체의 완벽한 비율을 표현한 <비트루비우스적 인간>과 미켈란젤로의 아름다운 <다비드>상에서 보여주듯이 하느님이 그의 모습을 따라 진흙으로 빚은 인간의 신체를 가장 완벽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체육 활동인데 말입니다.


결국 그리스의 체육 활동인 그 고대 올림픽도 뒤늦게 막차를 타고 서구 사회에 소환을 당했는데 그것이 근대 올림픽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서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올림픽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20세기가 다 돼서 시작되어서 그렇지 그리스의 부활이라는 측면에선 먼저 시작된 르네상스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1896년 올림픽이 부활하며 중세 기독교에 억눌려왔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것들은 모두 부활했습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라는 것을 입증한 올림픽의 부활입니다.


이상적인 인체 비례도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레오나르도 다빈치, 1490년대



* 다음 주말엔 근대 올림픽의 창설 과정과 고대 올림픽의 종말 과정에 대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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