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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니시 버스킹

by 마하

7월 1일, 2025년도 절반이 지나고.. 시간이 빠르니 어쩌고저쩌고 이전에 "덥습니다"가 가장 먼저 입에 붙는 오늘입니다. 미국도 유럽도 꽤나 덥다고 합니다. 남부 유럽은 한낮 최고 기온이 46도까지 올라갔다고 하니까요. 더위로 1등은 세비야일 것입니다. 오늘도 세비야는 43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다른 도시들도 모두 40도에 육박합니다. 그래도 그 도시들은 밤에는 온도가 절반쯤 떨어져 우리처럼 열대야로 고통을 겪지는 않습니다. 열대야는 밤온도가 25도 이상일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그리고 낮더위도 습도가 약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비례해서 그 더위가 고통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습도가 그만큼 무서운 것입니다. 불쾌지수를 올리는 주범이니까요. 현재 전 세계에서 불쾌지수를 생활에 반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입니다.


세비야의 더위 뉴스를 듣고 작년 봄에 여행했던 스페인이 떠올라 글을 씁니다. 그리고 그 시기 각 도시의 인상적인 버스킹 사진도 꺼내봅니다. 태양의 나라는 많지만 정열의 나라까지 교집합으로 엮여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스페인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뜨거운 기운을 노래와 춤으로 표출하곤 합니다.



세비야는 1248년 이베리아 반도 북부의 기독교 국가들이 수복하기 전까지는 이슬람의 무어인들이 다스리던 도시였습니다. 도시에 들어온 기독교도들은 이슬람의 성전인 모스크를 리모델링해서 기독교의 성전을 세웠습니다. 오늘날 규모면에서 베드로 대성당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세비야 대성당은 그렇게 모스크 위에 건축된 것입니다. 도시의 랜드마크입니다. 안달루시아의 꽃이라 불리는 세비야는 그런 이국성으로 플라멩코의 원조 도시입니다. 스페인 광장, 황근의 탑 등 도시 어디를 가도 버스킹은 플라멩코였습니다. 통상 춤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플라멩코는 댄서의 춤(바일레 baile)과 기타리스트의 연주(토케 toque), 그리고 가수의 노래(칸테 cante), 이렇게 트리오로 구성됩니다. 세비야 대성당 앞에서 만난 플라멩코는 댄서 솔로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그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찰칵!



투우로 유명한 론다의 버스킹은 가장 스페인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태양과 정열에 따라붙는 자유가 그들의 음악과 룩을 통해서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룩과는 달리 나일론 줄의 클래식 기타를 치는 연주자들, 누군가의 신청에 의해 <알함브라의 추억>도 들었습니다. 듀엣으로는 처음으로 들은 색다른 알함브라 라이브였습니다. 그리고 그 연주는 지금도 제 차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CD를 아니 살 수 없었으니까요. 버스킹 장소는 누에보 다리 위였습니다. 그 다리를 경계로 과거 론다의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는 서로 마주 보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공연자 뒤로 다리 건너 보이는 집들은 유대인이 거주하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렇게 유럽 역사를 뒤흔든 세 종교의 사람들은 한 동네에서 어울리며 공존했습니다. 스페인의 이국성은 그런 조화와 관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마드리드의 버스킹은 사뭇 달랐습니다. 물론 제 눈에 그들이 들어왔을 것입니다. 과연 스페인의 수도답게 그들의 버스킹은 클래식하고 럭셔리해 보였습니다. 복장도 세비야와 론다와는 달리 단정했습니다. 물론 버스킹 장소도 그런 느낌에 한몫 기여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거리에 울려퍼졌습니다. 마드리드는 이베리아 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본래는 시골이었었는데 스페인 통일 후 1561년 펠리페 2세가 정중앙인 그곳을 신수도로 지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드리드엔 스페인의 다른 도시와는 달리 이슬람 유적지가 없습니다. 그 이전 수도는 톨레도와 바야돌리도였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출발한 마드리드는 현재 5백년 도읍지로 스페인은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큰 도시로 발전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개척된 어촌 에도가 오늘날 도쿄로 성장한 것과 유사한 케이스라 하겠습니다.


사진 속 버스커들의 춤과 음악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면 더욱 좋으련만 그렇지 못함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스페인을 다녀오신 분들은 추억을 회상하시고, 계획을 갖고 있는 분들은 상상여행의 기술을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 여름의 스페인 여행은 노노입니다. 모쪼록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2025년 하반기 힘차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202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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