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 가면 언제나 있을 것만 같은 밴드 신촌블루스가 결성 40주년을 맞아 어제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기념 공연을 펼쳤습니다. 인생 40세면 공자 왈 불혹이라 하여 세상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는다 하였는데 신촌블루스는 불혹 이전, 일찍부터 흔들림 없이 한 음악만을 해왔습니다. 이름에 속박되어 그런 것이었을까요? 개명하면 모를까 밴드의 이름에 책임을 지고 40년 한 우물을 판 것입니다. 그 사이 그렇게나 많은 쟁쟁하고 개성 있는 뮤지션들이 거쳐 갔음에도 말입니다.
거기엔 블루스 40년 무공으로 도가 터 이젠 도인처럼 보이기도 하는 유일한 원년 멤버 엄인호 리더의 공이 절대적으로 클 것입니다. 밴드명에 들어간 신촌은 그가 당시 살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래 첫 사진은 어제 공연 시작 전 로비에서 저의 파파라치 샷에 딱 걸린 그분의 해맑은 모습입니다. 1952년 생이니 나이로는 밴드보다 30년 위인 고희를 훌쩍 넘겼습니다.
공연엔 밴드의 공동 파운더인 동업자 이정선 가수도 함께 했습니다. 엄인호 리더를 이끌어준 2년 선배인데 나이들이 무색하게 무대에 선 두 분은 여전히 짱짱한 보컬을 뽐내었습니다. 물론 서로 메인을 주고받으며 연주한 현란한 기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밴드 특성에 맞게 박광현 가수도 한 무대를 꾸몄는데 재지한 그의 보컬이 새삼 매력적으로 들렸습니다. 모두가 라이브로는 처음 듣는 뮤지션들입니다.
그렇게 신촌블루스가 단축시킨 40년의 세월은 긴 폭염의 여름을 겨우 쫓아낸 가을의 문턱에서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다시 더워지게 만들었습니다. 블루스, 블루스로 밤이 깊어 갈수록 반응은 뜨거워져만 간 것입니다. 제 경우 언뜻 옛사람이 떠오르기도 해 가슴 한 편이 순간 시리기도 했지만 그조차도 매우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블루스는 그런 음악이니까요.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신촌블루스의 50주년 공연도 기원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블루스만큼이나 느린 황소걸음으로 한 곳에서 40년을 해왔으니 10년 더 가는 것은 일도 아닐 것입니다. 50년은 하늘의 뜻..ㅎ
(아래 사진 중 공연 모습 2컷은 촬영이 불가해서 외지에서 퍼옴. 마지막 사진은 공연을 마친 박광현님과 이정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