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건고와 김대건 신부

by 마하

지역을 특정하진 못해도 같은 이름을 가진 학교가 다른 곳에 또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의 이름처럼 말입니다. 남자 고등학교의 경우 전국에서 제일 많은 교명은 제일고일 것입니다. 지역 최고 명문을 지향하는 이름이니 서로가 선점하려 했을 것입니다. 광주 제일고와 제주 제일고가 우선 떠오릅니다. 지역의 중심을 뜻하는 중앙고 역시 개 있습니다. 그리고 동쪽의 밝은 빛을 뜻하는 동명고 또한 전국에 여럿 있습니다. 중앙고는 서울이 유명하고 동명고는 진주가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동명의 학교들은 모두 지역과 관련된 교명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이름을 딴 동명의 고교가 전국에 3개나 있는 학교가 있습니다. 대건고등학교입니다. 대건고는 바로 추측되듯이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이름을 따서 세워진 학교입니다. 카톨릭 재단이 세웠고 학교장은 전통적으로 신부나 수사 등 사제가 맡고 있습니다. 찾아보니 세 학교 모두 1940년대 해방 후에 세워졌습니다. 인천, 논산, 대구, 전국에 골고루 위치해 있습니다.


지난 주말 모교를 다녀왔습니다. 총동문 체육대회가 열렸고 우리 졸업 기수가 주관을 해서 발걸음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 머릿속엔 체육대회를 간다는 것보다는 모교를 간다는 이슈가 더 크게 작용을 하였습니다. 그만큼 아주 오래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럴 경우 전자는 명분이 되고 후자는 실상이 될 것입니다. 우리 기수의 행사라는 것은 겸사겸사가 됩니다. 그래서 그날 수고하고 애쓴 현장의 동기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앞섰었습니다. 가기는 했지만 행사 참여 의지는 시원찮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중간에 바베큐 고기를 담는 1회용 접시가 떨어졌다고 해서 학교 근방 편의점과 마트 두 곳을 헤매어서 찾아가 그것을 한 봉다리 가득 사다 주기는 했습니다. 차를 뺄 수가 없어 걷다가 뛰다가를 헉헉 반복하며 장을 봐온 것입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 고기가 떨어지기 전에 귀교해야 했으니까요. 체육대회 가서 농땡이만 치다가 정작 뜀박질은 학교 밖에서 하고 온 것입니다. 그래도 마음은 살짝 편해졌습니다. 이것은 면피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날 제가 방문한 모교는 위의 세 지역 중 인천에 있는 대건고입니다. 제가 재학 시절엔 동인천역과 하인천역 중간의 구도심에 있었는데 지금은 연수 신도시로 이사를 갔습니다. 맹자 시절엔 학교를 따라 학생이 옮겨 갔지만 지금은 학생이 있는 곳으로 학교가 옮겨 가는 시대에 맞춰 아파트촌으로 간 것입니다. 교내엔 예나 지금이나 카톨릭 건학 이념을 따른 김대건 신부와 성모 마리아의 동상이 서있었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에게 종교를 강요하진 않았지만 제가 재학 시절엔 한 달에 한 번씩 운동장이 아닌 교내 성당에서 미사 조회를 드리곤 했습니다. 교장 신부님으로부터 나쁜 사람 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강론을 들은 것입니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는 16세의 나이에 프랑스 신부를 따라 마카오로 건너가 수학을 하고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1845년 그의 나이 24세 때였습니다. 그리고 조선으로 들어와 전교 활동을 하다가 잡혀 25세의 젊은 나이에 순교를 하였습니다. 사제로서 국내에서의 활동 기간은 1년에 불과했지만 박해의 시대에 죽음을 불사하고 입국해 순교한 것에 더해,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라는 상징성으로 그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으로 추대되었습니다. 그것엔 그가 사제 서품을 받기 전 중국에서 보낸 8년 세월의 카톨릭 공적도 더해졌을 것입니다. 아래 마지막 사진은 가우디가 건축한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이니셜(A. KIM)입니다.


논산 대건고는 김홍신 작가의 모교입니다. 그의 베스트셀러 <인간시장>이 출간됐을 때 프로필에 그의 모교가 대건고인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건고가 인천 말고도 또 있구나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의 고향은 논산과 가까운 당진입니다. 그리고 대구 대건고는 과거엔 야구부로 유명했었습니다. 오늘도 한화이글스와 한국시리즈 진출을 다툰 삼성라이온즈의 스타급 선수였던 권영호, 장태수, 허규옥, 박승호 선수가 그 학교 출신입니다. 제 모교 인천 대건고는 현재 축구부로 매우 유명한 학교가 되었습니다. 제가 졸업하고 한참 후인 2008년에 창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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