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내전과 조지 오웰

by 마하

1936년 집권한 좌파 정권에 의해 아프리카 북부로 밀려난 프랑코 군사령관은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좌천이 불만스럽기도 했겠지만 그 정권이 기득권층인 군부와 카톨릭을 개혁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내전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스페인은 사회주의 개혁을 추진하려는 공화파와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보수층인 국민파로 양분되었습니다. 좌파인 공화파는 우파인 국민파를 가리켜 파시스트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분열은 좌우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좌파인 공화파 내부에도 심각한 분열이 있었습니다. 일국공산주의를 주장하는 스탈린파와 지속적인 혁명을 주장하는 통일노동자당의 트로츠키파, 그리고 무정부주의자들도 있었습니다. 내전 발발자 프랑코의 우파는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았고 집권한 공화파는 소련의 스탈린으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 한 국가의 내전이지만 2차세계대전의 전초전으로서 세계 이념전쟁이 된 것입니다.


그 이념전의 한 복판으로 세계의 젊은이들이 뛰어들었습니다. 53개국에서 3만여명의 자원병이 국제여단으로 참전을 한 것입니다. 그들 중 작가 그룹으론 어네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앙드레 말로, 생택쥐페리, 파블로 네루다 등이 있었습니다.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참전한 것입니다. 물론 그들 모두 좌파인 공화파의 편에 섰습니다.


조지 오웰은 부인과 함께 바르셀로나로 달려갔습니다. 부인을 그 도시에 남겨둔 채 곧바로 아라곤 전선으로 투입되어 전투를 치르었습니다. 결국 목에 치명적인 총상을 입은 그는 전선에서 이탈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자상은 육체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위에 언급한 공화파 내부의 권력투쟁을 목도하고 회의감과 실망감에 빠진 것입니다. 스탈린파들은 혁명을 주창하며 파시스트들을 타도하러 온 그와 그가 속한 통일노동자당을 오히려 파시스트로 몰아붙였습니다. 허망했습니다. 결국 그와 그의 부인은 6개월 후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탄압과 저항의 땅을 타이틀에 올린 <카탈루냐 찬가>를 출간했습니다. 조지 오웰이 6개월간 민병대로 참전하며 위와 같이 보고, 느끼고, 행동하고, 당한 내용을 일기와도 같이 기록한 논픽션 소설입니다. 그래서 <카탈루냐 찬가>는 같은 스페인내전을 다뤘지만 연애와 뽀뽀가 등장하는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는 결이 다른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진지하고 딱딱한 내용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과연 특급 작가답게 전쟁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헛헛한 유머로 표현해 소설적인 재미도 큰 작품입니다. 조지 오웰은 훗날 스페인내전의 체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픽션 소설인 <동물농장>과 <1984년>을 출간했습니다.



스페인내전은 1939년 프랑코가 마드리드를 함락함으로써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도자를 뜻하는 카우디요가 되어 스페인을 다스렸습니다. 1975년 그의 사망 때까지 이어진 집권으로 36년간의 종신독재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권력을 어찌 보면 또 시대에 역행하는 왕정복고를 추진하고 죽었습니다. 1700년 스페인 합스부르크가 끊어지고 난 다음부터 스페인을 다스려 온 부르봉왕가에게 다시 돌려준 것입니다. 그가 과거 싸웠던 공화파가 싫어 공화정으로 가지 않게 한 것일까요? 물론 입헌군주제이긴 합니다. 복고한 후안 카를로스 1세는 고마워서 그랬는지 즉위하자마자인 4일 후 프랑코의 고명딸에게 공작 작위를 하사했습니다. 현재 스페인의 왕은 그의 아들인 펠리페 6세입니다.


어제 오후 신사역 무지크바움에선 저의 스페인 역사예술 강연이 있었습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청명한 가을날임에도 나들이 유혹을 물리치고 답답한 강연장을 채워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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