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페친이 산울림의 리더였던 김창완 아티스트의 발표회를 다녀와서 올린 글을 보고 저도 올립니다. 제게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입니다. 그녀가 다녀온 곳은 음악 공연이 아니라 미술 전시회였습니다. 이정연 작가와 함께 듀오로 내년 1월 5일까지 Moma_K_Gallery에서 열리는 전시회입니다. 그렇습니다. 김창완 아티스트는 가수이자 화가이기도 합니다. 2018년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꾸준히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시간 예술과 공간 예술을 모두 병행하고 있는 그입니다.
저는 일전에 김창완 아티스트에 대한 제 생각과 글로 이어진 인연에 대해 몇 편의 글을 썼습니다. 그에 대한 놀라움을 표한 그 글들에서 저는 그를 가리켜 비정형적 천재라고 규정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직접 만난 사람들 중 천재라는 생각을 들게 한 사람이 딱 3명 있는데 그는 나머지 2명 포함 역사에 등장하는 일반적인 천재의 틀에서 벗어나 있기에 그런 것입니다. 천재는 대저 시간성 개념과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인데 그는 오히려 범인보다 시간에 철저히 묶여 살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특히 예술 분야의 천재는 시간과는 더욱 멀게 사는데 그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제한은 예술가의 자유성을 속박합니다. 그래서 천재는 타율과, 타인과 상관없이 혼자 작업하고 노는 자유롭고 자율적인 영혼입니다.
하지만 김창완 아티스트는 그렇지 않고, 아니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아틀리에에서 파묻혀 그림만을 그리거나, 스튜디오에서 꼭 박혀 작곡만을 할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되면 캔버스에 그리던 붓을 내려놓고, 오선지에 그리던 악보를 접어 놓고 샐러리맨처럼 매일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그입니다. 그가 애정하는 라디오 방송을 하러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1977년 우리나라 대중 음악계에 벼락과도 같은 <아니 벌써>를 투척한 후 그가 50여년간 발표한 곡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듬해인 1978년부터 라디오 DJ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는 무려 23년 5개월을 방송했습니다. 그의 음악 인생 절반 동안 매일 새벽에 출근을 한 것입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매일 오전 6시 20분이면 그는 집을 나서서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그 장기 방송을 끝낸 지금은 작업 타임을 바꿔 <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를 위해 역시나 매일 야간조로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1954년생이니 정년을 넘겨도 한참 넘긴 나이입니다.
이런 사실들이 일반적인 천재의 라이프스타일과는 다르기에 그를 비정형적 천재라 칭한 것입니다. 물론 김창완 아티스트의 일엔 연기도 포함됩니다. 요즘 신세대는 그를 연기자로 아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할 정도로 드라마나 영화에도 많이 출연하고 있는 그입니다. 하지만 연기는 조금은 다릅니다. 그건 그가 선택지를 갖고서 하는 일이기에 하고 싶을 때만 해도 되는 일입니다. 천재가 해도 문제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아티스트에게 여쭈었습니다. 왜 그렇게 사시냐고 속인의 마음을 품고 물은 것입니다. 귀찮을 수 있는 그 라디오 매일 방송 안 해도 충분하니까요. 아티스트가 대답했습니다. 그는 카메라의 렌즈 속 사각 테두리 안에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는 그 틀 안에서 벗어나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춥고 비구름으로 우중충한 12월의 겨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역시나 그렇습니다. 제가 다녀온 김창완 화가의 전시회는 해가 쨍쨍하고 수은주가 최고로 치솟던 지난여름 8월이었습니다. 당시 전시회는 관악산 입구 관악아트홀에서 열린 개인전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이 다 와있나 할 정도로 다작 전시회였습니다. 그때 제 눈에 특히 들어온 것은 전시회장 한 벽을 온통 채운 그의 화사한 꽃밭이었습니다. 계절과 날씨가 이래서인가 그 밭에 핀 꽃들이 그립습니다. <희망을 찾아서>가 타이틀인 전시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