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체팔루

by 마하

유명 영화감독이 되어 30년 만에 고향을 찾은 토토는 그의 어린 시절 정신적 지주였던 알프레도 아저씨의 장례식을 치르고 그가 살았던 동네를 돌아봅니다. 그는 알프레도의 부고를 듣고 로마를 출발할 때 사망한 그 아저씨보다는 한 여자를 먼저 떠올렸을지 모릅니다. 그의 소년기를 불태운 첫사랑 엘레나입니다. 이유를 모른 채 헤어진 그녀, 어쩌면 시칠리아에 가면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하느님이 보우하사 그것을 뛰어넘어 토토는 엘레나를 만나기까지 합니다. 기도와 소망이 간절하면 이루어 주시는 하느님 맞습니다.


이 스토리는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1988년 개봉한 첫 영화엔 없었지만 1994년에 만들어진 그의 디렉터스 컷에선 나오는 장면입니다. 아, 지금 저는 어느새 불멸의 고전이 되어버린 영화 <시네마 천국>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첫 영화에서 토토와 엘레나의 가슴 아픈 사랑이 그렇게 끝나버리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아쉽고 속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커플의 후일담이 담긴 디렉터스 컷이 나온다고 해서 마음 설레며 개봉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30년 전이니 제가 그럴 때이기도 했습니다.


거리에서 첫사랑 엘레나를 닮은 여학생을 본 토토는 혹시나 했는데 그녀가 엘레나의 딸임을 알고 추적해서 결국 그녀까지 만나게 된 것입니다. 30년 전 두 사람 다 너무나도 사랑한 상태에서 헤어졌기에 40대 중년이 되어 만난 둘의 재회는 먹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운명을 한탄하며 키스를 나눕니다. 아래에 설명이 나오는 젊은 날 빗속의 첫키스에 버금가는 격정적인 키스였습니다. 역시나 격정적으로 편곡된 엔니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천국>의 OST가 그 뒤로 따라붙었습니다.



재회의 자리에서 두 사람은 과거의 헤어짐이 토토를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한 알프레도 아저씨의 빅픽처에 의해서 만들어진 사실임을 알게 됩니다. 결국엔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으로 보고 토토가 실연으로 폐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알프레도가 둘의 연결을 고의로 끊은 것입니다. 올드 앤 와이즈의 정석을 보여준 것입니다. 진실을 알게 된 토토는 과거를 돌리기엔 이미 그녀의 현실이 고착되어 있어 알프레도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어른이 된 그였기에 한편으론 그를 이해하는 듯도 했습니다. 아버지와도 같았던 그 아저씨의 진심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토토였기에 그랬습니다. 그와 엘레나는 그렇게 가슴 저미는 30년 만의 재회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체팔루, 위의 스토리가 펼쳐진 영화 <시네마 천국>의 촬영지입니다. 역삼각형 모양의 시칠리아섬 상단 변 중앙에 위치한 아름다운 지중해 연안의 고도입니다. 시칠리아의 다른 마을인 팔라초 아드리아노에서도 촬영이 많이 이루어졌지만 성당 컷이나, 바닷가의 야간 야외 영화 상영 장면, 그리고 토토와 엘레나의 빗속의 격정적인 (첫)키스 장면은 체팔루에서 촬영이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12월 초 시칠리아를 방문했을 때 그 작고 아름다운 옛 도시를 체팔루 성당 뒷길로 이어진 바위산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크게 한 바퀴 돌았습니다. 바위산 중간중간 사이 아래로 뻗어 내려간 좁고 아름다운 골목길 끝에 <시네마 천국> 촬영이 이루어진 바다 영화관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토토와 엘레나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토토가 그 사이 시칠리아에 또 왔으려나요? 그리고 엘레나를 만났으려나요? 다시 30년이 지났으니 그들은 지금 70대의 노년기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모르지요, 제가 그때 체팔루에서 지나쳤던 노년의 여인들 중 엘레나가 있었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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