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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Nov 27. 2021

프렌치 미투(French Metoo)-<상>

올 초 프랑스에서 발생한 별난 가족사 하나가 프랑스는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언론의 한 지면을 크게 장식했습니다. 크게 차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가족의 추문이 한 건이 아니라 이혼하고 재혼한 부모 자녀 형제에게 줄줄이 엮여 있어서 그만큼 소개할 내용이 많아서였습니다. 요약하면 폭로자는 여성인데 그녀의 계부가 어린 시절 그녀의 쌍둥이 남동생을 성추행했다는 것과, 과거 그녀의 친부는 그녀의 이모인 그의 처제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친모는 자신의 아들이 재혼 남편에게 성추행 당한다는 사실과 자신이 재혼 전 초혼 남편과 살 때 그가 자신의 여동생과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런 일들을 모두 묵인했다는 것까지도 폭로를 하였습니다. 이런 팩트도 놀랍지만 이 뉴스의 밸류가 더 높아진 이유는 관계한 등장 남녀 모두가 아래와 같이 프랑스 지식 사회의 정점에 있는 저명인사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폭로자 : 파리5대학 법학 교수

계부 : 헌법학자,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명예교수, 국립정치학재단(FNSP) 이사장

남동생 : 파리7대학 물리학 교수

친모 : 과거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의 연인, 소르본대 정치학 교수, 변호사, 소설가

친부 : 국경 없는 의사회 설립자, 프랑스 보건장관 / 외무장관

이모 :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을 다룬 다큐 영화, 2019

2017년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가 여배우들을 대상으로 벌인 성범죄 파문으로 폭발한 미투 운동은 발원지인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간 가려지고 숨겨진 피해 여성들의 폭로가 잇따라 줄을 이어 광풍으로까지 불리며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요즘 들어 폭로가 현격하게 줄어들어 보이는 것은 미투 선언 시작 당시 드러난 추행이나 폭행들 중 대다수는 과거의 묻힌 사고들이었는데 미투 시점을 기해 많은 여성들이 일거에 그 일들을 쏟아냈기에 그래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운동을 통해 남성 중심으로 움직였던 우리 사회가 각성하여 여성의 성 문제에 대해 관행적으로 방치했고 묵인했던 잘못된 것들을 교정하여 새로운 시대로 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뭘 그런 것 가지고' 했던 남자들에게 '앗 뜨거워' 하고 깜짝 놀라게 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투 선언을 촉발하게 하는 잘못되고 나쁜 성범죄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시각에서 더 줄어들어 보이고 궁극적으로는 사라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런데 미투 운동 폭발 당시 세계의 여성들이 공공의 적을 대하듯 모두 한 목소리를 낼 때 다른 목소리를 낸 일부 여성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프랑스의 셀럽들이었습니다. 당시 이들의 행동과 발언은 역시 또 전 세계로 퍼져나가 미투 운동만큼이나 화제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 일성은 2018년 초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적인 원로 배우 까트리느 드뇌브였습니다. 그녀는 남자는 여자를 유혹할 권리가 있다며 그런 환심과 유혹은 범죄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남자에게 증오를 표출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를 배격한다며 남자가 무릎을 만지거나 도둑 키스 한 번으로 평생직장을 잃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까지 하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이 선언을 할 때 혼자 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여성 인사 100명이 함께 했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 일성은 역시 또 프랑스를 대표하는 관능적인 배우인 브리지트 바르도였습니다. 우리보고 개고기를 먹는다고 계속해서 비난을 해대고 있는 배우입니다. 저는 개고기도 미투 운동보다는 늦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 안 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프랑스인이 좋아하는 거위간 푸아그라는 모르겠습니다. 말이 잠깐 옆으로 샜네요. 브리지트 바르도는 한술 더 떠 미투 선언을 하는 여배우들을 위선적이고 우스꽝스럽다고 하며 많은 여배우들이 배역을 따기 위해 프로듀서들과 불장난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공인인 이들이 여성임에도 굳이 페미니즘에 반하는 주장을 연이어 한 이 뉴스를 보고 그전에 터진 할리우드의 미투 뉴스보다 더 큰 놀라움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내 속으로 "아, 그렇지 프랑스".. 이렇게 되뇌었습니다.


안티 미투 성명을 발표한 프랑스의 원로 우명 배우들의 리즈 시절. 좌) 까트리느 드뇌브, 우) 브리지트 바르도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고 하지만 제가 살면서 밖에서 엿본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국가의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면들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위에 소개한 올 초 프랑스 지식 사회의 선도층 가족의 얽히고설킨 막장 사건과 3년 전 톱 원로 여배우들의 안티 미투 회견이 어차피 발생할 사건들이었다면 프랑스에서 발생한 것이 제 눈엔 가장 당연스럽고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저런 사건들이 지구 상 다른 수많은 나라들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미투 고발이 일어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국대급 여배우가 까트리느 드뇌브나 브리지트 바르도와 같은 인터뷰를 자발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상상 자체가 아예 안 될 것입니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습니다. 말하고 보니 다른 세계가 틀린 말은 아니네요. 두 나라의 수도인 서울과 파리는 8976km나 떨어져 있으니까요. 제가 이런 사건들에 대해 "프랑스니까.."라고 치부하는 것은 그간 제가 엿본 관찰과 경험에 기초합니다. 그중에서도 다른 사람도 아닌 프랑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들의 결혼과 사생활만 보더라도 저는 저의 이런 추론이 나름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대단하고 무슨 의미 있는 분석은 절대 아닙니다. 가십성 영역이니까요. 아무튼 최고 공인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사적 영역이기에 우리완 다른 그들의 모습이 사실 놀랍고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아마 그들은 그들과 다른 어떤 요소들을 우리에게 발견하고 매우 흥미로워할 것입니다.


역사상 프랑스의 가장 젊은 대통령인 능력자 마크롱의 배우자 영부인 브리지트가 연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24년 연상으로 16세 고교 시절 때 은사였던 그녀와 마크롱은 14년 연애하여 결혼에 골인하였습니다. 30세의 한창 잘 나가던 젊은 마크롱이 54세의 브리지트와 결혼한 것입니다. 한때의 불장난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녀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애 셋을 두었는데 그중 한 명이 마크롱과 동갑내기 고교 친구였습니다. 친구의 엄마인 선생님과 결혼한 것이지요. 마크롱의 엄마는 그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브리지트 선생님의 딸과 결혼한다는 것으로 알아들었다고 합니다. 마크롱은 동기 여친의 새아빠가 되었고 그녀는 그를 대디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마크롱은 브리지트와 결혼하며 3명의 의붓 자녀와 그들에게서 나온 7명의 손주를 얻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24년 연상의 퍼스트레이디 브리지트

마크롱 전전 대통령인 사르코지는 재임 시 이혼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영부인이 된 세실리아와 엘리제궁에 입성했을 땐 둘 다 재혼한 신분이었습니다. 그리고 5개월 후 그들은 이혼을 하였습니다. 대통령 취임 시 5명의 자녀들이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사르코지와 전부인 사이의 아이 2명, 세실리아와 전남편 사이의 아이 2명, 그리고 재혼해서 둘 사이에 낳은 아이 1명 이렇게 5명이 함께 했습니다. 이어서 사르코지는 엘리제궁에서 재혼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됩니다. 동시에 영부인은 세실리아에서 12년 연하 유명 모델 겸 가수인 카를라 부르니로 바뀌었습니다. 사르코지와 결혼 전 화려한 남성 편력으로 많은 옐로 페이퍼를 장식했던 그녀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퍼스트레이디가 된 것입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제직 중 두 번째 퍼스트레이디가 된 카를라 부르니

마크롱과 사르코지 사이의 전직 올랑드 대통령도 역시 또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 역사상 공식적으로 결혼한 적이 없는 최초의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영부인, 아니 부인은 아니네요. 하지만 퍼스트레이디는 있었습니다. 기자 출신의 트리에르바일레가 그녀로 그녀는 동거녀 신분으로 엘리제궁에 입성하였습니다. 보시듯 프랑스는 동거녀도 법적인 신분을 보장받는 국가입니다. 과거 출산율 최저 국가였던 프랑스가 오늘날 다산 국가가 된 것은 이런 유연한 제도도 한몫을 하였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동거녀가 아이를 낳아도 친부 호적에 올라가고 상속도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극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뿌리 깊은 유교 전통이 살아있기에 법안 통과가 쉬어 보이진 않습니다.


올랑드는 대통령이 되기 전 동료 정치인인 세골렌 루아얄과 27년 동거하며 아이 넷을 두었습니다. 그녀는 2011년 대선에 나가 정적 사르코지에 패해 그 후유증으로 올랑드와 기나 긴 동거를 청산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 뻔했던 그녀였습니다. 결별 후 그녀는 올랑드가 차기 대선에 뛰어들 때 그와 다시 만나, 이번엔 같은 당의 정적으로 경선을 치르게 됩니다. 부부와 다름없던 과거 남편과 부인이 같은 당에서 부부싸움을 하듯 대선 경선을 치른 것입니다. 그들의 네 아이는 편이 나뉘어 엄마와 아빠를 응원했을 것입니다. 그 사이 올랑드는 새 애인 트리에르바일레와 동거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여성 편력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엘리제궁에서 또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는 밤마다 경호원이 모는 오토바이를 타고 엘리제궁을 몰래 빠져나가 줄리 가예라는 여배우와 밀애를 즐겼습니다. 애 둘이 있는 이혼녀였습니다. 이것이 파파라치에게 딱 걸려 또 전 세계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주야로 공사가 다망하여 국민들에게 전달할 것이 많은 프랑스 대통령들입니다.


올랑드 대통령과 동거녀 신분으로 퍼스트레이디가 된 트리에르바일레

저는 당시 뉴스를 선명히 기억합니다. 우리나라 공중파 저녁 메인 뉴스 인터뷰에 등장한 올랑드의 경쟁 야당 당수는 이 사건에 대해 이렇게 태연하게 얘기했습니다. "상관없다. 그의 일탈에 세금만 들어가지 않았다면.." 한마디로 업무 시간이 아니니 그가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일반인도 아니고 야당 당수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에 대해 당시 저는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뭐 쿨한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영부인을 놔두고 밤에 경호원이 모는 오토바이를 타고 청와대를 빠져나가 유명 여배우를 만나고 아침에 들어온다? 역지사지해보면 분명해진다고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하였는데 이런 올랑드의 연애에 대해 70% 이상이 상관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오히려 동거녀인 트리에르바일레가 대통령이 새 애인이 생겼으니 엘리제궁에서 나가야 한다라는 것에 찬성표가 더 많았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혼을 하지 않은 신분이라 그랬을 것입니다. 제가 6천 5백만 프랑스 국민의 정확한 성비는 파악하지 못했으나 그래도 절반은 여성일 것입니다. 당시 올랑드가 바람피운 줄리 가예를 동거녀로 공표했더라면 엘리제궁의 안주인은 또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국민들의 분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엉뚱하게도 그들은 당시 올랑드가 타고 나간 오토바이를 가지고 문제를 삼았습니다. 이태리제였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면 당연히 국산품을 애용해야지 왜 외제를 타냐고 말입니다.


이런 대통령들과 국민을 봐왔기에 미투 운동을 대하는 프랑스인의 태도가 그렇게 생경스럽게 느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까트리느 드뇌브와 브리지트 바르도도 남자들의 성폭행과 성추행을 옹호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것을 옹호한다는 것은 프랑스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도 말이 안 되지요. 그 이면에 깔려있는 여성들의 심리와 태도, 행동과 사후 평가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비난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미투로 인해 남녀 간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에서 잃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경계함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분위기에서 대놓고 미투 운동을 반대하는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을 수용하는 사회이기에 그것이 가능했겠지요.



윗 글은 뉴스버스 2021 1127 1118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하편은 내일 28일 일요일에 게재 예정입니다.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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