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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a Oct 31. 2021

집안일도 '일'이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다 든 생각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영화감독으로 일하던 찬실은 갑작스럽게 실직한다. 당장의 생계 유지가 어려워진 찬실이 친한 배우 소피의 집에서 청소, 빨래, 식사 준비 등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한다. 어느날 소피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자 소피는 황급히 찬실을 숨긴다. 찬실을 아끼는 소피는 찬실이 가정부로 일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한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中


청소를 원하는 고객과 청소서비스 제공자인 매니저를 매칭해주는, 홈클리닝 서비스 청소연구소도 이제 업력이 5년이나 될만큼 가사도우미 시장의 O2O 변화는 생각보다 최근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사도우미가 된 찬실이가 소문이 무서워 자신이 하는 일을 숨겨야 하는 세상이다. 이렇듯 편리함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오랜 시간 굳어진 인식은 너무나 천천히 바뀐다는 것을 청소연구소에 합류하고 더욱 실감하는 요즘이다.


집안일은 엄연히 값을 매길 수 있는 노동이다. 엄마라서 따라오는 의무와 희생이 아닌,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 된 것이다. 사실 집안일에는 많은 것들이 뭉뚱그려져 있다. 청소, 세탁, 요리 등 이제 일상을 꾸려나가는 집안일들은 세분화, 전문화되어서 O2O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했다. 플랫폼의 등장으로 명확한 서비스 제공 범주와 이에 상응하는 공정한 가격이 책정되기 시작했다.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처우는 많이 개선되었고 이제 직업의 카테고리에 속할정도로 전문화 되었다. 


집안일에 깃든 전문성에 대해 청소연구소를 예로 들자면, 매니저(청소 서비스 공급자)는 무조건 교육을 수료해야 활동할 수 있다. 오프라인 교육에서는 전문 강사들이 청소에 대한 지식과 방법 및 앱 사용법, 서비스인 마인드 교육 등을 진행한다.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다. 이사, 입주 청소와는 다르게 청소연구소 매니저는 혼자서 활동하며 집 구조와 오염도에 따라 효율적인 시간 분배 및 업무 동선을 짠다. 이렇게 직접 체득한 경험과 숙련도를 통해 개개인이 전문성을 배양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줌마, 도우미, 가정부 등의 호칭도 청소연구소는 '매니저', 미소는 '클리너' 등 하는 일 자체로 초점이 옮겨가며 변했다. 수납정리 분야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집안일의 한 분야에서 공식적인 인증을 받은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활동하는 것이다. 또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플랫폼 종사자 특화 직업훈련' 사업에 청소연구소 및 다양한 집안일 관련 플랫폼들이 선정되어 전문가 양성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이수하면 수료증이 발급되고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 




최근에는 청소연구소 매니저 앱에서 '명함'을 친구에게 공유할 수 있는 신규 기능이 추가되었다.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공유해줄 수도 있고 전자명함처럼 이미지 저장도 가능하다. 명함이란 직업을 보여줄 때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기에, 매니저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으면 하는 배경에서 추가된 기능이다. 청소연구소 매니저로서 소속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을 위해 동료들과 늘 고민하고 있다.


마지못해 하거나, 떳떳하지 못한 밥벌이에는 애정도 책임도 크기가 힘든 법이다. 단순한 밥벌이가 아닌 삶에서 큰 의미를 갖는 일로 매니저님들의 삶에 자리잡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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