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면 그냥 푹 빠져버리자
또 빠지고야 말았어.
우울의 웅덩이에.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만나는 것 같아.
깊은 것도 있고, 얕은 것도 있는데.
우울한 건 마찬가지야. 일단 빠지면.
우울의 웅덩이는 어둡고 축축해. 그래서 싫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새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고양이 털을 쓰다듬어도.
마음 한 곳에서 자꾸 눈물이 나와. 이 우울의 웅덩이에 빠지면.
눈물을 닦을 손수건이 많이 필요해. 많이. 많이.
여기저기 붙여두고 코 풀고 눈물을 닦을 손수건이. 많이.
너무 많이 풀고, 울고, 닦아내서
내 온몸과 마음이 누더기가 될 만큼 많이. 많이.
결코 끝이 안 보일 것 같지만, 결국은 끝날 때까지.
그래서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어.
우울의 웅덩이에 빠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