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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부터 잘 키우자 Aug 10. 2023

내일 먹자.

70대까지 40대의 몸으로 살길 바라는 아줌마의 필라테스 이야기 13

드라마를 보며 자전거를 탄다. 날씬해지겠다는 불타는 의지를 다잡으며 땀을 흘린다. 여기 까지는 순조롭다. 나의 계획대로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광고다. 예쁜 여배우들을 보며 먹지 않으리 의욕을 다지다가도 중간 광고에 나오는 파사삭 혹은 소스 듬뿍 치킨이라도 보게 되면 또다시 내 마음은 시험대에 오른다. 그래서 나는 OTT가 참 좋다. 광고도 없고 언제나 볼 수 있으니 좋을 수밖에. 드라마를 보는 중에 급작스럽게 습격을 감행에 오는 치킨을 물리칠 방도가 필요하다. 그건 바로 '내일'이다. 


"니들은 내일 없으면 죽지?"


학교 다닐 때 참으로 많이 듣던 말이다. 이것저것 하기 싫은 것도 많고, 하라는 것은 절대로 바로 하고 싶지 않은 그 시절. 선생님의 모든 지시에 나와 친구들은 "내일 할게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내일 없으면 어쩔 거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런 내일을 요즘 다시 소환하고 있다.


"내일 먹자."


참으로 멋진 말이다. 그리고 참으로 강력한 말이다. 내일은 결코 내일로 내게 오지 못한다. 내일은 반드시 오늘로 내게 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일 먹겠다고 의지를 다진 치킨은 절대로 내 뱃속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 치킨의 급작스런 습격을 난 아주 쉽게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


만약에 짝꿍이 나에게 "먹지 마. 먹으면 안 되지."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더 간절히 먹고 싶어 졌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요상하여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지기 마련이므로. 아마도 못 해 본 것에 대한 미련 한 바가지와 나의 의지를 꺾어 버리려는 것에 대한 반항 한 바가지와 내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한 바가지가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사실 짝꿍이 나에게 치킨을 먹지 말라고 뜯어말린다고 해도 내가 굳이 청개구리처럼 먹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치킨은 이미 먹어볼 만큼 먹어 봤으니 오늘 한 번쯤 안 먹는다고 해서 미련씩이나 가질 이유는 없다. 그리고 나의 불타는 의지를 꺾으려는 마음이 짝꿍에게는 1도 없으니 애초에 나는 반항할 이유도 없다. 오늘 치킨 한 마리 안 먹으면 내일 당연히 가벼운 몸을 만나는 것은 이미 여러 번의 경험으로 증명도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먹지 말라는 말에 반해 치킨을 먹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살살 달래며 내일 먹자고 좋은 말로 해도 될 것을 딱 잘라 먹지 말라고 한다면 당연히 기분이 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드라마를 보며 자전거를 타다 치킨의 기습 공격에 아밀라아제가 입 속에서 터지는 지금, 긍정의 말이 가진 힘을 또 한 번 느꼈다.


뛰지 말라는 말 대신에 걸어 가자라고 말할 것이다. 늦지 말라는 말 대신에 저녁 같이 먹을 수 있게 오면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웃어 줄 것이다.





#필라테스 #긍정의말 #다이어트 #치킨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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