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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부터 잘 키우자 Aug 11. 2023

슬플 땐 필라테스를 가요.

70대까지 40대의 몸으로 살길 바라는 아줌마의 필라테스 이야기 14

"자. 타워 쪽으로 이동하세요."


난 타워를 좋아한다. 정식 이름은 타워 리포머. 꼭 침대같이 생겼고 침대 헤드에 해당하는 부분이 높다. 높은 그 부분에 나무와 철로 된 봉이 가로로 각각 하나씩 달려있고 여러 강도의 스프링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내가 타워를 좋아하는 이유는 침대처럼 눕는 부분이 이동을 하여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편하게 눕거나 앉아서 운동을 시작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균형감각 제로인 나는 어딘가 올라가 서서 시작하는 동작이 정말 어렵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무섭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은 몸 풀기를 마치고 바로 타워로 가라고 하니 너~~어~~무 좋다. 오늘은 운동이 더 즐거워질 것 같다.


그런데 선생님이 갑자기 타워에 있는 철로 된 봉, 푸시바에 스프링을 두 개 걸라고 한다. 머릿속에서 뭔가 나의 기대와는 다른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스프링마다 강도가 있는데 한 개라면 몰라도 두 개는 좀 어려워진다는 말. 나의 몸 어떤 근육이 당첨될지는 몰라도 그 녀석은 필시 오늘 너덜너덜 해 질 거라는 말이다. 그래도 선생님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 비장한 각오로 스프링을 걸었다. 선생님은 편하게 누워서 푸시바에 양쪽 발바닥을 붙이라고 했다. 아~ 오늘은 나의 다리가 당첨되었군. 집에 갈 때 후들거릴 다리를 생각하니 적잖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회원님들, 내 쉬는 호흡에 다리를 쭉 펴요."


헉. 그런데 다리가 안 펴진다. 스프링의 텐션때문에 힘이 많이 든다. 겨우 겨우 다리를 폈는데 이번에는 다시 다리를 접으라고 한다. 그런데 이 때 푸시바가 완전히 내려오면 안되기 때문에 다리 근육에 힘을 주고 적당히 구부려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푸시바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나처럼 운동을 잘 못하는 사람은 힘조절이 안되어 기구에서 무척이나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그래서 소리가 안 나게 하려면 엄청 근육을 쓰게 되어 운동이 저절로 된다. 운동을 할 때마다 내가 운동을 하는지 소리 내지 않는 법을 연습하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 선생님의 신호에 맞추어 다시 푸시바를 밀어 올린다. 그리고 다시 접고 버티는데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점점 더 많이 후들거린다. 옆 회원들의 다리도 후들거린다. 우리들의 다리는 단체로 하늘로 향한 채 후들거리고 있었다. 순간 빵 터진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회원님들.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 전 못 보겠어요. ㅋㅋㅋ"


선생님의 웃음소리를 시작 신호로 하여 회원들 모두 소리 내 웃었다. 사실 나도 운동하는 동안 거울을 통해 나와 옆 회원들을 볼 때면 웃음을 참기가 어려울 때가 정말 많다. 얼굴은 오만상 찌푸린 상태로 빨개지고 가끔은 이마에 힘줄도 드러나는데 허우적대며 동작을 하는 걸 보면 정말로 웃긴다. 어디 그것뿐이랴. 서 있으라고 했는데 기우뚱거리다 넘어지고, 누웠다가 일어나 앉아야 하는데 다시 뒤로 발라당 뒤집어지기도 하고 어쩔 때는 다리에 쥐가 나서 동동거리기도 한다. 또 누워 있으면 방향 감각은 얼마나 무뎌지는지. 분명 천장을 향해 팔을 뻗으라고 했는데 머리 위로 팔을 뻗어 선생님이 직접 천장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유치원 다니는 아이마냥 왼쪽과 오른쪽을 틀리기도 한다. 분명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똑 같이 따라 하는데 이건 마치 맞는 그림을 찾아보세요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한 건 맞는 그림이 거의 없다는 것. 나와 회원들의 상태가 이러니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웃음을 참으며 가르치는게 어디 마음처럼 쉽겠는가. 그래도 뭐 우는 것 보다야 웃는 게 훨씬 좋지. 우리 웃으며 포기하지 말고 날씬해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운동해요라는 메시지를 웃음 뒤에 결연한 눈빛으로 옆 회원들과 뜨겁게 나누었다. 우린 서로 아무 말도 안 하는 사이지만 분명 동지임에 틀림 없다.


운동을 하면 몸이 건강해지는 것 외에도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것이 진리. 그래서 상담을 하러 온 분들께도 운동을 많이 권해 드리는데, 운동의 결과로 정서가 안정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운동하는 과정 또한 즐거우면 정서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나는 아마도 상담을 하러 오는 분들께 즐겁고 웃긴 필라테스를 권해 드릴 것 같다.


슬플 땐 필라테스를 가요. 슬픔이 달아나 버릴 테니까.




#필라테스 #웃음 #다이어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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