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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난 미운 아기 오리 아니야.
엄마가 되어 다시 쓰는 동화 - 명작 동화, 미운 아기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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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키우자
Jul 15. 2021
하얀 엄마새가 느릿느릿 호숫가를 걸으며 주변을 살피고 있어요.
따뜻한 5월의 햇살이 비추는 호숫가에는 이미 많은 엄마새들이 둥지를 틀었어요.
그런데
뒤늦게 호숫가에 도착한 하얀 엄마새는 둥지를 틀 곳을 찾지 못해 애가 탔지요.
하얀 엄마새는 가끔 날개를 푸드덕 거리며 힘을 내 보지만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어요.
하얀 엄마새는 호숫가 쓰레기 더미에 둥지를 틀었어요.
그리고 5개의 예쁜 알을 낳았어요.
"사랑스러운 나의 알들아. 쓰레기 더미에서 너희를 맞이하게 되어 미안하구나.
하지만 너희를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내 마음이 부족한 것은 아니란다.
세상 누구보다 귀한 너희란다.
세상 누구보다 귀하단다."
하얀 엄마새는 매일 알을 따뜻하게 품으며 아기새들을 건강하게 만날 날을 기다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검은 구름과 함께 저벅저벅 낯선 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어요.
커다란 손이 하얀 엄마새를 밀치더니 쓰레기 더미를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하얀 엄마새의 둥지는 순식간에 없어지고 알들은 그만 모두 데구루루 굴러 흩어져버렸어요.
하얀 엄마새는 흩어진 알들을 찾아 헤매고 울다 지쳐 쓰러졌어요.
하얀 엄마새는 알들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어요.
며칠이 지났을까요?
오리 엄마 둥지에서 알이 빠지직 깨지더니 회색빛깔의 솜털 보송한 아기새가 태어났어요.
오리 엄마는 막 태어난 막내 아기오리를 반겨주었어요.
하지만 오리 엄마는 막내 아기 오리가 좀 다르다는 걸 알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먼저 태어난 아기 오리들은 모두 노란빛깔이었거든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오리 엄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무럭무럭 자랐어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노란빛깔 아기 오리보다 수영도 더 잘하고, 힘도 더 셌어요.
이런 회색빛깔 아기 오리를 노란빛깔 아기 오리들은 모두 싫어했어요.
노란빛깔 아기 오리들이 회색빛깔 아기 오리를 빙~ 둘러싸고 쪼기 시작했어요.
"넌 못생겼어. 꽥꽥."
"넌 우리랑 달라. 꽥꽥."
"넌 이상해. 꽥꽥."
"넌 미운 아기 오리야. 꽥꽥."
"아냐! 난 미운 아기 오리 아니야."
회색빛깔 아기 오리가 소리쳤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슬펐어요.
그 순간 울고 있는 회색빛깔 아기 오리의 귓가에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세상 누구보다 귀하단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이상하다. 분명 들었는데..."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그 목소리를 찾아 길을 떠나기로 했어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걷고 또 걸었어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가 커다란 연못을 지나가려는데 멀리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살려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물에 빠진 아기 벌새였어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아기
벌새 곁으로 빠르게 헤엄쳐갔어요.
그리고 아기 벌새를 구해주었어요.
아기 벌새는 회색빛깔 아기 오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 아기 벌새는 회색빛깔 아기 오리가 어디를 가는지 궁금해졌어요.
"넌 어딜 가니?"
"난 다정한 목소리를 찾으러 가고 있어."
아기 벌새는 점점 더 회색빛깔 아기 오리가 궁금해졌어요.
"다정한 목소리가 뭔데?"
"내가 들은 '세상 누구보다 귀하단다.' 이 목소리를 찾고 있어."
아기 벌새는 회색빛깔 아기 오리에게 다정한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거라고 응원을 보냈어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다시 길을 떠났어요.
한참을 걸어 비탈길을 올라가려는데 저 멀리 쓰러져 있는
아기
지렁이를 발견했어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아기
지렁이가 뜨거운 햇볕때문에 쓰러진 걸 단번에 알아차렸어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아기
지렁이를 축축한 습지에 데려다 주었어요.
다시 기운을 차린
아기
지렁이는 회색빛깔 아기 오리가 어디를 가는지 궁금했어요.
"넌 어딜 가니?"
"내가 들은 '세상 누구보다 귀하단다.' 이 목소리를 찾
으러 가는 길이야."
아기
지렁이는 다시 길을 떠나는 회색빛깔 아기 오리에게 다정한 목소리를 꼭 찾으라고 응원
해 주었어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힘차게 다시 길을 떠났어요.
하지만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다정한 목소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실망한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풀 숲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그 때 마침 풀 숲을 지나가던
아기
개구리가 회색빛깔 아기 오리를 발견했어요.
"넌 왜 울고 있니?"
"내가 들은 '세상 누구보다 귀하단다.' 이 목소리를 찾고 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아기
개구리
는 울고 있는 회색빛깔 아기 오리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넌 다정한 목소리를 왜 찾니?"
"내가 정말 귀한지 물어보려고."
이상하다는 듯
아기
개구리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회색빛깔 아기 오리에게 또 물었어요.
"넌 어떻게 생각하니?"
"뭐가?"
"넌 네가 귀하다고 생각하니?"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생각에 잠겼어요.
그리고
아기
개구리에게 물었어요.
"귀한게 뭐니?"
"귀한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야."
이 말을 남기고
아기
개구리는 폴짝 뛰어 풀 숲으로 사라졌어요.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다시 혼자가 되었어요.
혼자가 된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가만히 가만히 생각했어요.
다정한 목소리를 찾아 떠나오면서 있었던 일들
이 떠올랐어요.
"맞아. 난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는 마음과 용기를 가졌어.
난 친구들을 소중하게 생각해.
그리고 이런 나도 소중하다고 생각해."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회색빛깔의 털이 하얀빛깔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예쁜 하얀빛깔을 구경하러 벌새친구들과 지렁이친구들과 개구리친구들이 몰려왔어요.
그리고 하얀빛깔의 백조가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어요.
"너 처럼 예쁜 하얀빛깔을 가진 백조는 처음 봐. 나랑 친구하자."
"내가 예쁘다고? 내가 백조라고? 나랑 친구하자고?"
회색빛깔 아기 오리는 자신이 오리가 아니라 백조라는 것을 알
게 되었어요.
비록 다정한 목소리는 찾지 못했지만
대신
자신의 진짜 모습
을 찾게 된 것이지요.
자신이 누구인지 찾은 하얀빛깔 아기 백조는 이제 다정한 목소리를 가슴 속에 잘 담아두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 다정한 목소리에 어울리는 근사한 백조가 되기로 했답니다.
어릴 적 안데르센의 '미운 아기 오리' 를 참 많이도 좋아했었다.
오리가 우아한 백조가 되는 모습이 뭔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었다.
나도 혹시 백조가 아닐까, 나도 한마리 백조가 되어 다른 무리에 속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상상을 했었다.
아니 그렇게 간절히 되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서 아이에게 다시 읽어줄 때 더 이상 안데르센의 '미운 아기 오리'는 좋지 않았다.
카타르시스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 미운 아기 오리는 도망만 다녔을까?'
'외모만 바뀌면 다른 존재가 될수 있는걸까?'
'미운 아기 오리는 왜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을까?'
시간이 흘러 백조가 백조다운 모습으로 변하는 건 당연하지만
자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미운 아기 오리가
외모가 변했다고 해서 다른 무리에 속하고 그 무리에서 환영 받는 것에서
무기력함과 수동성이 보일뿐이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참 다행스럽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고 자라면서 나도 길 떠나는 회색빛깔 아기 오리 처럼 걷고 묻고 찾기를 반복했나보다.
아주 많은 또 다른 회색빛깔 아기 오리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스스로 찾아내길 바란다.
난 오늘도 길 떠나는 회색빛깔 아기 오리들을 만나 귀를 열고 말은 아끼려 한다.
나의 하루를 그렇게 쓰려한다.
세상의 모든 길 떠나는 회색빛깔
아기 오리들을 응원하려 한다.
[그림.. 요술이 & 햇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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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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