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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락다운 일년 소회

벌써 일년...

by kaychang 강연아

아래는 남편이 쓴 글로 《인도에서 공부하기》 밴드에 올린 글입니다. 인도 락다운 일 년이 지나면서 소감을 써야 하는데 요즈음 너무 일이 많습니다. 남편이 써 놓은 글을 올리면서 대신합니다. 인도 지인들이 보내오는 컨탠츠가 무한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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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을 온전히 보냈다. 잃어버린 1년을 흘려보낸 소회가 없을 수 있겠는가? 잠시 숨을 가다듬고 생각을 모아야겠다 (회사 생활하면서 숱하게 혁신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전술. 전략을 쥐어짜지 않았는가? 유행처럼 새로운 기법들로 넘쳐나지만 구닥다리 기법도 쓸모가 있을 것이다. 옷이 복고풍으로 유행 따라 되돌아오듯 경영혁신도 들여다보면 사이클 유행을 탄다. 이제는 소싯적 배운 이 기법들을 나 자신에게 적용해야 하는 시점에 온 거 같다).

은퇴 후 삶은 어떤 건가? 대충 감은 잡았지만, 실습을 찐하게 했던 2020년 한 해였다. 안식년 1년은 창살 없는 구속이었고 감옥이었다. 가고 싶은 덴 갈 수가 없었고, 당연히 오라는 데도 없었다.

작년 이맘때, 지인들이 소셜미디어로 보내준 컨탠츠들을 다시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변화 앞에서 삶의 본질을 찾고자 진지해졌다. 그렇지만 바이러스를 가볍게 본 게 역력히 드러난다. 애간장 타는 긴장 속에서 한편으론 지루하고 따분하게 하루하루 견디면서 일 년이란 세월을 훅~하니 보내리라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장담할 수 없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 계속될 거라는데 있다.

이 체험을 근육 키우듯 기억 속 근육에 저장하여 끄집어낼 수 있도록 잊지 말아야 할 텐데... 순간순간 느꼈던 오만가지 감정들과 잡 생각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텐데...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깨친 게 있다면 여하히 현역으로 살다가야겠다는 의지를 붙들어 매야겠다는 사실이다. 은퇴 후의 삶이란 게 재미가 없다.

***** 아래는 2020.3.24일 전후의 장면들 *****

1. 일간지의 점성술 주간 운세: 모든 별자리들 누구나 할 거 없이 똑같이 가족과 시간을 보낼 거라고 예측했다.


2. 평소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과의 과감한 이별을 고했다. 결국 남는 건 가족과 집이다. 이 당연한 가치를 뼛속 깊이 간직하며 지켜가야 한다.

3. 매년 3월은 코튼 트리 계절이다. 이 무렵 손바닥만한 붉은색 짙노란색 꽃잎들이 즐비하게 떨어진다. 밟으면 묵직하니 뭉클할 정도로 크다. 계절은 여김 없이 반복해서 찾아온다. 작년이나 금년이나 다를 바 없다 (아래는 작년 이맘때 찍은 사진).


4. 배웠든 안 배웠든,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슬그머니 껴드는 선수들이 바이러스 전염될까 봐 거리 유지를 솔선수범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발로라 하더라도, 놀라운 사회적 변화가 일어난 한 해였다.


5. 굳게 닫힌 문을 보면, 혼자만 남은 느낌이랄까? 명절날 모두 고향 앞으로 갔는데, 혼자서 당직서는 기분이랄까? 고립되고 소외된 기분이다. 다시는 강제적으로 문 닫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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