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치과를 다녀왔는데 지인인 치과의사가 "친구사이에!" 그러면서 필링을 한 것에 대한 돈을 안 받습니다. 감격, 감동의 물결이네요...
3, 4년전 여의도 대형병원에서 필링한 것이 열흘전에 빠졌어요. 꽤 컸거든요. 왼쪽 제일 끝에 자리잡은 어금니가 거의 다 나간 상황이니까요. 그때부터 걱정이 태산이었어요... 한국가야 하는데 왜 정기 항공기가 없냐고! 원망도 하면서...
그런데 하루, 이틀 시리다가 또 괜찮은 겁니다. 대신 잘 씹지를 못하고 넘기게 되더라고요. 씹기를 잘 못하면 치매와도 연관된 답니다. 산넘어 산 맞지요?
한국에서도 동네 치과 안가고 잘 할까싶어 대형병원이라고 갔는데 35년전 대학교 다닐 적에 한 땜질도 아직 괜찮은데 5년도 안되어 빠져버리다니... 참 어이가 없었고 평소에 영양상태가 부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반성도 되더라고요.
또한 이년마다 한국서 스케일링 할 적에 보면 언제나 여기저기 문제가 많다고 손봐야 된다고 그러니 스케일링한다고 피를 많이 본 터에 치과 가기가 정말 부담스러웠답니다.
남편이 내가 걱정하던 것을 아니까 아이들 이빨 교정하느라 익숙해진 구루가운의 치과를 갈까 어쩔까하면서 아침에 병원 예약하라고 종용합니다. 그래서 동네 친구인 블라그나씨에게 오후 5시에 예약했어요.
동네 지인들 부부와 즐거운 시간. 리나와 블라그나 부부.
블라그나씨의 클리닉은 동네 마켓에 위치하며 의사가 나보다 연상이니 60대여서 젊은 사람들이 가는 팬시한 곳은 아닙니다. 필링이 빠져서 왔다고만 했고 치료받는데 아무소리도 안했는데 뭔가로 때워주었네요... 제 생각에 아말감 같았어요. 눈을 감고 입을 벌리고 있으면서 다음번에 와서 해야되나 고민 했는데... 내 고통을 아는지 한방에 해결해 주었습니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입은 벌리고 내일부터 계속 점심약속이 있는데 어쩌나? 약속을 캔슬해야하나? 그랬지요.ㅎㅎㅎ
끝나고 샘플이어서 작긴해도 이빨시린데 좋다는 치약도 주고 그냥가라고... 친구사이에! 라는 말씀을 합니다.
올 4월에 닥터 블라그나의 모든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을 적에 먹을것 갖다드리고 신경을 썼더랬어요. 동네 오가면서 인사만 하던 사이였는데... 아들을 코로나로 잃은 이후로 유머가 많은 그녀는 슬픈 얼굴입니다. 빨리 나으려고 비싼 플라즈마 요법까지 해봤는데 결국 그것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고 참담해 하던 그녀는 오늘 제게 큰 고마움을 선사했습니다. 푸짐한 그녀가 일을 보는데 웬지 편안함이 느껴져서 긴장되지가 않더라고요. 아프지도 않게 일을 잘 해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감동했습니다!
고마움을 담아서 그녀에게 바친다.
내일이나 주말에 케익 사서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참 고마운 분이지요? 아름다운 이야기여서 나눕니다. 전 고민도 해결되고 마음까지 따뜻해져서 오늘 무척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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