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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Sep 22. 2021

차례단상

줌으로 가족이 모여 드리는 차례상

올해의 차례는 헬싱키의 아들과 줌으로 같이 치뤘습니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신 달이 각각 7, 8월말인데 계속 제사를 드리다가 몇  부터인가 제가 무척 아픈 해가 있었습니다. 사실 한여름에 인도에서 제사치르기가 쉽잖습니다. 45도를 오르내리는 터라 땀은 비오듯 내리지요, 야채는 제사상에 올릴 것이 마땅찮습니다. 한국서 가져온 조기 세마리 아껴두었다가 올리고 2월에 냉동해 둔 닭한마리 올리고 여러가지 열대 과일 많이 올리고... 그랬는데 어느해 제가 아주 아팠거든요. 아마 댕구였을 겁니다. 쌀죽만 일주일 정도 내내 먹다가 기운 차린 그해부터 시부모님 기일에는 제사대신 연도 올리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동생의 기일도 연도만 바치면서 기억합니다.

동생네의 상차림, 동생댁에 항상 감사합니다!

매년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데 예전과 달리 이제는 하루면 뚝딱입니다. 아이들이 없는 3년동안 한,두접시 정도로 해서 구색만 맞춥니다. 전날 송편사러 가는 것도 일이라서 올해부터는 송편도 집에서 그냥 한 접시 만들었습니다. 유튜브 보면서 만들어보니 그럴싸 합니다. 식감이 파는 것처럼 매끄럽지는 않지만 자꾸 하다보면 늘겠지요. 이러다 빵에 이어 떡 만드는 취미가 생길지도 몰라요. 소실 적엔 빵보, 떡보였거든요.


매년 한국에 다녀오면서 영양떡이나 절편등을 가져와서 쟁여놓고 먹었었는데 여기 델리도 많이 좋아져서 떡파는 곳도 많아지고 빵집도 많아졌어요. 한번 가면 많이 사서 냉동고에 넣어두고 간식으로 먹습니다.


차례상에 꼭 올리는 것이 시부모님들이 좋아하는 무우나물과 닭한마리, 두부전과 녹두전, 수박입니다. 조기도 매년 올렸는데 마침 갔던 한국수퍼에 조기가 없더라고요... 생선전으로 생선을 대신합니다.


올해는 큰아들과 작은아들 모두 줌으로 연결해서 같이 얼굴보고 인사도 나누고 하려고 딱 중간인 인도시간으로 9시에 하기로 했는데 외삼촌 댁에 간 큰 아들은 외할아버지 제사에 참석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헬싱키 아들이 보내준 줌에 우리 내외만 로그인해서 단촐히 치뤘습니다.

정성껏 준비한 상치림

남편은 매번 몇십년전 차례 지내는 법 노트를 뒤적이며 순서에 따라 절을 합니다. 저희들은 대강 철저히 부부가 맞나 봅니다ㅡ 아직도 저희식으로 제사, 차례 흉내만 내고 있습니다.


어릴적엔 참 순진했어요.

결혼해서까지도 정말 돌아가신 분들이 오셔서 드시고 가는줄 알았다는... 사촌오빠 집에 가서 제사 지낸후 비벼서 먹은 제삿밥이 얼마나 맛있던지요? 울 어머니가 꼭 비벼서 간이 잘 맞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기독교 집안의 언니가 손이 많아서 힘들다는 얘기를 한 후 저희 어머니께서 오빠집을 안 가십니다. 집안의 어른이던 울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는 추도식이라고 지냅니다. 동생만 대표로 가서 추도식 참여합니다. 지방의 작은 아버지께서는 말씀은 안하셔도 실망하셨는지 '울 부모님 술한잔 따뤄드리려고 매년 서울 올라왔는데 추도식이라니!'하시면서 더 이상 안 올라오신답니다...


제가 좋아하던 언니였는데, 닮고 싶었던 언니였는데 미국특파원으로 가서도 제사를 꼭 지냈던 언니였는데... 울 집안에서 보배라고 떠받들면서 맏며느리 대접해준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랬던 언니가  며느리 보고나니 많이 변했습니다. 또 변해야 될 것도 같습니다!

 

명절증후군이라... 결국 가족, 일가친척이 나눠먹는 것인데요...


저도 시집와서 처음으로 만두 빚고 빈대떡 구웠던 생각이 납니다. 잘 할려는 의욕만 넘쳐서 허리 아픈데도 한자리를 고수하면서 열심히 굽다가 밤에 끙끙 거리던 일... 하기사 그때 백여장 구웠던 것 같아요. 시댁 식구가 많아서... 차례는 큰댁에서 지내더라도 말이지요.

예전부터 일해 버릇하던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닐텐데 한번도 음식 만들어 본 적이 없다가 하려니 참 힘들더군요. 뭘 몰라서,요령 부릴 몰라서 몸이 혹사당했지요.  그래도 그때는 젊었기에 하루이틀 쉬면 금새 나았구요.


주변에 딸이든 아들이든 자식가진 부모에겐 무엇이든 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ㅡ 첫 아들은 그냥 제가 다 해버릇해서 나이 30이 넘어선 지금 주로 외식입니다. 둘째는 어려서부터 심부름 등을 곧잘하고 눈썰미 있게 관찰하더니만 혼자서도 잘해 먹습니다..어떨 적에는 저보다 더 맛있게 비쥬얼 뛰어나고 맛도 있는 음식을 떡하니 대령하곤해서 감동을 줍니다.

줌으로 보여만 주고 우리만 먹자니 아들에게 미안하더라는... 용돈 줄테니 선,후배들이랑 점심이나 저녁 같이 먹도록 해라!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너무 형식을 따지면 안될 것 같아요. 없으면 없는데로 고인을 추모하고 고인을 기리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니 명절음식 만드는 데 수고한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하고 모여서 즐거운 시간 갖는 데에 의미를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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