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늦게 페이스북을 보다가 지인인 바산트 밸리 학교 선생님이 제 31차 개교기념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았습니다. 매년 11월 18일, 파운데이션즈 데이! 불현듯 우리 두 아들이 17년간 다녔던 개교기념일 행사가 추억으로 밀려왔습니다.
두 아들 나이차가 9년이 되기에, 인도 최고 사립학교인 바산트 밸리 스쿨과 17년간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개교기념일은 학교의 가장 큰 행사입니다. 거의 한달 전 부터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연습을 하게 되지요. 인도 학교 시스템을 잘 몰랐던 당시에는 학교에서 공부는 잘 안가르치고 뭔 춤에, 노래에, 등교 시간도 달라져서 힘들게 왔다갔다 하게 하는지 불평했더랬어요. 이맘쯤이면 알다시피 날씨도 춥고 해도 빨리 저무는데, 리허셜한다고 얇은 옷 갖춰 입고 등교하기도 하고... 부모로서 당연 불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행사장에 가보면 장관입니다. 학교 선생님들, 학생들 모두 대견스러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학교 행사장 규모가 모든 학생의 직계가족들을 수용하기엔 부족하고 안전상 문제가 있어서 두번에 걸쳐서 행사를 진행합니다. 행사 전날인 마지막 예행연습날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먼저 초대해서 전초전으로 보여드리고 개교기념일에는 부모님과 형제, 자매들만 초대합니다. 볼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기도 했고 손자.손녀의 무대를 보려는 할아버지.할머니에게 큰 효도 선물을 드린다고나 할까요...
참 성대했습니다. 재능있는 학생들만 선별해서 등장하는 무대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합동으로참여하는 노래.춤.연극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인도의 내노라하는 상류계층 사람들과 소통하는 계기도 되었구요. 인도를 이해하는 기회이기도 했지요. 또한 행사의 피날레는 졸업생들의 행진입니다. 지금도 학교 교가를 들으면 가슴이 울립니다. 계단을 내려오는 학생들과 플레시 세례에 비디오찍느라 여념없던 졸업생 부모님들... 전교 학생과 학부모를 모신 자리에서 졸업식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이기에, 개교기념일 행사 말미에 졸업장 수여식을 함께 합니다. 유치부에서 12학년 모두 참석하는 개교기념일날, 졸업식 광경을 직접 보면서 학생 자신들도 학부형들도 몇년 뒤엔 이렇게 졸업을 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졸업생을 축하해 주는 매우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큰아들이 8~9학년 때 일본 문화원 주최 종이접기에 나가서 2년째 금상을 탔었는데, 그 해에는 아들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진행중이라고 말을 하려다가 아, 참! 하면서 입을 막더라고요...
아, 그해 학교의 정원은 모두 1미터 정도의 색색깔의 다양한 종이 꽃 물결이었습니다. 아들이 얘기를 안해서 당시 사진을 별로 찍지 않았는데.... 매우 아쉽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들과 몇 학생들이 전 학년, 전 반을 돌아다니며 모든 학생들과 종이접기를 해서 한달간 준비했던 것이었습니다. 장관이었지요. 제 기억속에만 남아있지만 색색깔의 종이꽃들의 물결... 사진이 별로 없어 안타깝네요.
둘째는 재학중이던 형 덕분에 유치원부터 입학했어요. 이쁘게 분장하고 다른 학생들은 제대로 춤을 못추는데 맨 앞줄 정면에서 다른아이들의 리더로 춤을 추고 노래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이후로 큰아들은 피아노를 친다거나 작은 아들은 바이올린을 켠다거나 하면서 학교 행사에 참여했구요. 작은 아들은 춤을 출 때도, 어쩌면 그리 잘추고 정확한지 주변의 학부형들로부터 감탄의 인사를 받곤 했습니다.
아... 옛날이여! 학교 재단인 인디아투데이 그룹의 아룬 푸리이사장과 부인을 만나 볼 수 있었고 디렉터이신 교육계의 거장, 카푸르 교장선생님과도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둘째가 졸업하던 개교기념일 행사는 특히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모디정부의 강력한 추진으로 갑작스런 디모네타이제이션(화폐개혁)이 발표된 어수선한 초기였거든요... 알고 지내던 한국 테니스선수의 어머니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인도시합에 참가하려고 델리를 가야하는데... 한국서 돈을 바꾸러 환전소를 아무리 다녀도 새돈을 구할 수 없다면서 도와달라고요. 당시 은행에서 장시간 줄서다 졸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릴 때였습니다.
마침 아들의 개교기념일 행사날, 졸업식 행사후 모든 졸업생 가족들이 모여서 새벽까지 파티가 진행되는데... 그래도 도와주어야지요. 레스토랑의 옥상을 개조한 파티장에서 학생들 추억의 비디오를 보면서 먹고 마시고 춤추며 놀다가 돈 바꿔주러 새벽 2시에 공항근처 호텔로 찾아간 기억이 납니다. 선수.코치는 찬디가르의 시합장으로 바로 가야되는 상황이라서 돈만 바꿔주고 안부와 격려를 하고 돌아왔었는데요...
돌아오던 길의 은행 ATM 에는 새벽인데도 50미터 더 되는 긴 줄 서서 사람들이 돈을 찾고 있었어요...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쥬니어 스쿨 뒷정원, 이곳이 종이꽃의 물결을 이루었었다...
코로나로 올해도 진행되지 못한 개교기념일 행사 소식을 대하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곳은 현재 코로나가 아닌 대기 오염때문에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고 마스크 쓰고 다닙니다.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늘었던데 따뜻한 물이나 차 많이 드시고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