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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May 01. 2022

이웃 지인네와 점심 그리고 산스크리티 켄드라

언제가도 좋은 마음의 고향, 산스크리티 켄드라

인도는 올 4월 말이 120년만의 최고 무더웠던 날들이라고 합니다. 온 인도 전역이 45도를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불타오르는 듯한 인도 전역의 모습입니다

오늘은 5월 1일, 가정의 달 5월의 첫날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머니 생신과 둘째 아들의 생일이 있는 달입니다. 그러고 보면 5월생들이 팔자가 좋은 듯 한데요...

저의 어머니께서는 곧 89세가 되시는데 아직 다행히 정정하시고 저보다도 더 정신이 말짱하십니다. 저희 은행구좌 내역을 다 꿰차고 계십니다.

울 둘째는 굉장히 립서비스가 좋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다 이뤄냅니다. 상대방이 사정해서 돈을 본인에게 주도록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ㅎㅎㅎ 물론 부모와 외삼촌, 할머니와 형에게 국한되지만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합니다. 3+2인 대학을 다녀서 졸업하고 대학원 가야 하는데 군대를 먼저 다녀올까 하더니만 인턴이 되고 나서는 급 선회합니다. 그러면 대학원 등록금을 준비해야 될 듯해서 물어보면 제발 자신이 성인이니 본인이 등록금 및 생활비를 해결하게 내버려 두라고 큰소리 칩니다. 우리 부부는 그래도 혹시 돈이 모자라서 밥 굶을까봐서(절대 밥을 굶는 아이가 아니지만서도) 생활비라도 보내야 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낮춥니다. 큰소리 치면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바를 챙기는 것 맞지요?ㅎㅎㅎ


북유럽 최고은행에서 4명의 인턴을 뽑는다는데 세달간의  검증 작업을 통해서 지난 주부터 출근했습니다. 다음번에 이 검증 작업에 대해서 써볼게요. 대단히 철저하게 하기에 요즘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모 장관 자제들의 거시기한 것들은 아예 싹수를 자릅니다.

우리나라도 좀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아빠 찬스, 엄마찬스 그런 것 없이 제 실력으로 경쟁하고 이루어내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새 정부에 절실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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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원에 갔는데 시원한 바람이 연신 불어서 오늘 점심 약속한 것이 다행스러웠습니다. 그래도 12시가 넘어서 나간 길은 땅이 갈라지듯 이글거리더군요...


두달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점심 초대를 받아 대접을 잘 받았기에 답례로 모신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리나의 미국 아들방문, 영국 여동생방문, 저의 여행등으로 미뤄졌던 차였습니다.

저희 아줌마들은 세상사보다는 서로 만나서 반가움에 다양한 수다를 즐겼는데 남편과 남자 어른들은 요즘 세상사 이야기를 나눈 듯합니다. 다음은 그들간의 대화 내용입니다. 일반 인도의 지식인층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엿보는 기회라 생각하고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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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네들은 세상사 풍부한 식견을 가지고 계신 터라, 어떤 화제도 막힘이 없습니다.


미국을 믿지 못한다지만, 자식들은 미국 유학이나 미국서 일자리 터전을 잡은 이중적인 스탠다드가 흠이라면 흠입니다.^^


이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만약 경제적으로 그리 가까운 일본에 중국이 침공하면 인도는 군대를 파병할까? 아니다라는게 이분들의 의견입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인도국경을 침공하면, 미국은 군대 파병 대신 물자 자원 등에 국한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전쟁시, 과거처럼 UN군 파병은 절대 없을 것이다...


한가지 더 언급했습니다. 인도 외무부장관이 몇주전 미국 국무부장관과  회동자리에서 외신기자들이 질문한 사항에 대해서 답변 마무리하면서,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가스 등 에너지를 지속해서 수입한다지만 현재 EU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양과 비교한다면, 인도의 한달 소요 수입물량은 유럽 수입량의 오후 한나절 물량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탈세계화라는 주제를 잠시 언급했는데요... 이미 자식들을 다 키운 입장이라 그런지 그리 심각하게 생각치 않는 듯 합니다.ㅎㅎ 문제에 직면한 다음 세대가 고민을 안고 풀어가야 할 숙제일까요?? 사실 델리에 살고 있지만 몇군데 익숙한 곳을 벗어나서 낯선 곳은 델리내라 해도 꺼리는 현실에서 unknown한 외지로 먼길을 나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는 전제를 깔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족은 뭘 믿고 서역만리 인도에 왔을까? 기회의 땅, 그 한가지 화두에 꽂혀서 가족들 설득해서 온 셈 입니다. 앞으로는 '기회' 한가지만 따지지 말고 자연 재해, 정치적인 성향 등 복수의 변수들을 저울질해서 해외 진출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반대 급부가 많다는 뜻인데요... 냉정한 현실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식견을 여하히 갖추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고민있을 때, 답은 얻지 못하더라도 속내를 털어놓고 의견을 구할만한 이들을 가까이 두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맙습니다. 이분들이 자식 이야기할 때, 우리부부도 우리 자식들 근황을 공유하면서, 무게 중심이 자식 세대로 서서히 넘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한 세상 잘~ 살다가 스무스하게 바톤 넘기는 일이 이리도 힘든 일인지 진짜 몰랐습니다.^^ 매일 매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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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에게 중국음식점으로 할까 한국 음식점으로 할까 했더니 강하게 중국음식점!이라고 해서 단골인 구루가운 《사이드 욱》으로 간 참이었습니다. 한가하기에 우리는 커다란 방을 배정받아서 한시간 반동안 맛있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사실 구루가운 까지 온 이유는 식사후 델리로 돌아가는 길에 산스크리티 켄드라에 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역시  두 커플과 그 아들 또한 한번도 이곳을 와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더워서 연신 땀을 씻으면서 감탄에, 감탄을 했습니다.

저는 너무도 신나서 여기저기 제 안방을 드나들듯이 설명해 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늘이 진 곳에 가서 준비해 온 이온 음료와 냉커피를 서빙해 주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특히 냉커피가  슬러시처럼 되어서 아주 맛났습니다.

45도를 오르내리는 그 더위도 우리의 기쁨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델리행...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작별 인사하고 나서도 뙤약볕 아래에서 10여분 이상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안되겠다싶어서 차에 시동 먼저 걸고나서야, 진짜 작별 인사 나눴습니다. 인도사람들,  情이 많은게 맞습니다.~~

고마운 닥터 블라그나 부부와 그 아들, 리나부부와의 아름다운 시간으로 올 5월의 문을 엽니다. 모두들 신나는 5월 되시기를 바랍니다.


#인도에서공부하기 #이웃지인들과오후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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