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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May 23. 2022

착한 사마리아인은 도처에 계십니다!

새벽에 만난 착한 인도인들

요즘 델리의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틀전부터 갑자기 모래폭풍이 불어서 화분이 넘어지고 그러더니만 어제는 강풍에 어딘선가 3미터 정도되는 하수도 파이프가 우리집 마당에 떨어졌습니다. 바깥에 누가 지나가다가 맞으면 큰 부상을 당할 뻔 했습니다. 다행히 우리집 마당끝에 떨어지면서 햇볕 막는 차양을 찢어놓고 화분 몇개를 쓰러뜨렸네요. 그만한 것이 다행입니다. 그런데 밖에 나가서 아무리 둘러봐도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겠어요...

평소에 45도를 넘다드는 폭염으로 사람을 위시해서 모든 것들이 힘들어했는데 오늘 새벽에 현관문을 여니 시원한 것이에요. 너무 강풍이 불기에  공원 걷기를 같이 하는 로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오늘은 쉴까? 그런데 바람도 시원한데 같이 걷자고 합니다. 그래서 5시 30분 전에 아라밸리 바이오 다이벌시티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로미를 만나서 모래폭풍이 거센 듯하여 마스크를 끼고 대화를 나누면서 걷는데... 15분정도 걸었을까나? 시커먼 먹구름과 함께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집니다. 얼른 발걸음을 재촉하여 관리실쪽으로 갔더니 그새 번개 동반한 거센 빗줄기가 내리칩니다.


45도 폭염이 무색하게 히말라야 강풍이 엄습합니다. 비를 맞았더니 순식간에 몸이 오싹한게 한기가 몰려옵니다. 월요일이라서 우리부부 모두 옷을 갈아입고 특히 운동화까지 예쁘게  것을 신고 왔는데...ㅠㅠ

비 그치길 기다리면서 비와 관련된 노래를 부르거나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제가 요즘 볼리우드 춤을 배우러 다니니 로미가 동영상을 틀어서 40대 이상이 쉽게 배우는 인도 춤 스텝을 가르쳐 줍니다. 로미는 여러번의 결혼식에서 보여준 그녀만의 현란한 춤동작으로  우리 부부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30분 너머기다려도 그칠 기미가 안 보여서 비 맞고 가려고 태세를 갖추고 나서는데 도중에 빗줄기가 또 세집니다.어찌 중간초소를 발견해서 안으로 들어가서 비를 피하긴 했지만, 몇십분 지나도 그칠 줄 모릅니다. 이미 흠뻑 젖은 상태... 얼마 안되는 거리인데 이리 멀게 느껴질 줄이야!


공원내 흙길은 금새 도랑이 되었습니다. 어쩌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디젤 트럭이 지나갑니다. 남편이 급하게 뛰어나가 SOS를 구하니, 트럭기사가 고맙게도 태워줍니다. 이미 3명이 타고있는 트럭 앞자리에 우리 일행 3명이 꾸겨탔습니다.^^  저는 남편 무릎에 앉아서 위의 손잡이를 꼭잡고 있었습니다.


이쪽 아라밸리 길이 초행이라는 트럭기사 왈, 우리 일행을 태워주려고 평소엔 오지도 않았을 이 길을 온 것 같다고 말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찌 이리 고맙게 말할지요? 쓰러져 있는 나무를 넘어서 앞으로 가다보니 중간 게이트 문이 잠겨 있습니다. 거기서 차를 주차해 둔 공원 입구까지는 멀지 않지만 억수로 내리는 비 맞으며 걷기엔 무리라 생각되어  반대방향으로 가다가 큰 길에 내려주면 우버나 릭샤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돌아가더라도 비를 피하는 게 낫거든요. 우리의 난생 처음 대장정의 길은 시작된 것입니다.


트럭은 좁은 포장이 안된 공원 길을 지나 무허가.빌리지촌에 이르렀고 좁고 구불구불한 빌리지촌 안쪽을 한참을 지나쳤습니다. 바산트 비하르(울나라 한남동이나 압구정 같은 곳)의 부촌에서 20여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이렇게 물이 귀해서 집앞에 물통을 놔두는 동네가 크게 자리잡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 공원과 연결된 빌리지촌은 바산트 비하르 메트로역까지 연결이 되어 있는 커다란 동네였고 상,하수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척에 있으면서도 한번도 지나쳐 본 적이 없는 빌리지촌을 졸지에 트럭타고 관통한 것인데요... 좁은 통로는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아마도 요근래 포장된 듯 합니다. 비오는 날 포장이 안된 질척거리는 길에 사람과 개와 돼지와 소가 엉켜서 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ㅠㅠ


드디어 큰 길에 이르렀고 트럭기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진심 그들의 호의가 고마워서 오래동안 같이 하고싶어 거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내리면서 신의 가호를 빌어주었습니다.


빗줄기는 그칠 줄 모릅니다. 2분내로 온다는 우버는 신호가 안잡혀서인지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지나가는 릭샤를 잡아타고는 공원 입구로 갔습니다. 얼마를 드릴까요? 했더니 마음대로! 또다른 감동입니다. 갑작스런 소낙비로 도로에 웅덩이가 많이 생겼었는데 릭샤를 타고 물웅덩이 가운데로 가면서 포물을 일으키는 것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습니다. 100루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렸습니다.

우리의 단골, 마디얀찰의 모글리 레스토랑에서 포하 한접시와 따뜻한 차이를 마시면서 몸을 녹였습니다.


공원 입구에 주차해 놓은 차에 올라타니,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온 듯 긴장이 풀립니다.


새벽 두시간 반동안에 공원에서 일어난 일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는 아주 옛날 일처럼 느껴지네요... 결론은 인도에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오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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