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chang 강연아 Dec 23. 2022

오지랖 넓은 이야기

남편의 스토리

최근 "오지랖 넓은 Kay 마담"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오늘 글 쓰다보니, 이 또한 오지랖과 관련성이 많습니다. 이야기 들어 보시지요.


지난 주말 인도지인 가족과 네루공원 소풍을 갔었습니다. 나들이 마치고 인도지인 가족과 헤어지고 가는 길 주차장에서 스페인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빨간색 차량이 서 있었고 열려있는 중간 문으로 실내가 보였는데... 흔히 말하는 차량에서 숙식하면서 여행하는 차였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잠시 이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네루공원에 주차하고는 쉬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밤에도 이곳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한참 전에도 네루공원에 이와 비슷한 차량이 주차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여행 중에 호텔에는 가지않는 철칙?이 있다고 합니다. 일종의 노숙생활인데요... 차를 가지고 이동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연배가 많아 보이시는데, 믿거나 말거나 75세 할아버지였습니다. 스페인에서 이태리.조지아 등지를 거쳐서 이란과 파키스탄 찍고 인도로 들어 오셨다고 합니다. 3월에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출발했다니...9개월을 차로 이동하면서 해외여행하신 셈입니다. 앞으로도 여정은 계속된다고 하시면서, 동북인도.미안마를 거쳐 종착지로 태국을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중국땅은 여행하기가 조금 위험하다고 여기십니다. 과거 현역시절 중국.한국 대기업과도 일해본 경험이 있으시더군요.

오랜 외지 생활에 집밥이 그리우실 터, 주말이기에 저희 집에서 차 한잔 나누면서 잠시 휴식 취하는게 어떠신지 여쭈었더니... 아주 반기십니다. 이야기 나누는 중에 다음 주 그러니까 어제, 스페인으로 한달간 돌아가서 가족과 연말년시를 보낼 참이다... 그동안 차를 어딘가에 주차해놔야 하는데, 걱정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스페인 대사관에도 이야기해 봤는데... 개인적인 일이라 편의를 봐줄수 없다는 답변 받았답니다. 순간적으로 저희 집앞에 할당된 노상 주차용도로 두대를 세워둘 수 있는 공간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에 주차해 둬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공항 주차장이라든지 유료주차장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한달 동안 주차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괜찮다면 차 한잔 나누면서 저희 집 주차 공간도 보여드리면서 여행 경험담도 듣고 싶었습니다. 인터넷 상으로 차량 몰면서 해외여행기 올린 글을 접하긴 했지만, 실제로 보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정리할게 있으니 좀 있다가 오신다고 합니다. 저희집 구글 맵으로 알려주니, 두시간 후에 아주 쉽게 찾아 오셨습니다.^^ 인도친구들도 초행길로 저희 집 찾아올 때 거의 한두번 물어서 오거든요. 과연 여행의 대가이십니다.


깔끔하게 갈아 입으시곤 노란 백합꽃다발 들고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저희 주차장을 보시곤 안심하신 듯 합니다. 다과 나누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젊은이도 해내기 힘들었을 여정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술술 풀어내십니다.


마침 며칠전 서울서 온 큰 아들이 피아노 한곡 치니까, 차안에서 전자피아노를 꺼내시면서 큰아들에게 선물로 주십니다. 여행중에 무료하면 소일거리로 피아노 배우면서 칠려고 했는데... 독학으로 배우는게 쉽지가 않다고 하십니다. 한달간 잘 보관하겠다고 했습니다.


스페인으로 출발하는 날, 차 몰고 저희집에 오셔서 주차해 놓고 점심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공항도 가까우니, 저희가 모셔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사흘 뒤 차를 몰고 오셨는데요, 깨끗이 세차를 했습니다. 초코렛 한 상자와 손수 뜨신 조그만 수예품으로 만근 귀걸이를 들고 오셨습니다. 구면이라서 그런지, 한결 편안해 하십니다. 점심은 극구사양하십니다. 먼 비행기 길에 속이 편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아내가 호박죽과 빵, 차이를 대접해 드렸는데요... 다행히 잘 드셨습니다. 아내는 따뜻한 숄과 실크 스카프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녹색 스카프가 맘에 드시는지 당장에 두르시고 좋아하시네요.

저에게 차 키를 맡기시면서 차 내부를 설명해 주십니다. 혹시 차를 이동해야 할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차 안은 그야말로 숙식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설비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입니다...


이 차를 구입하고 내부를 개조했는데, 이제 5년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처음엔 스페인 국내와 이웃 유럽국가들을 여행하면서 경험을 쌓고나서 유럽 바깥 해외여행에 도전하신거 같았습니다.


차량에 대한 기본적인 정비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배터리. 타이어 관리 그리고 샤워.세탁시설과 침낭과 음식 만들기 등등 챙겨야 할 사항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국경을 넘기 전 비자 발급, 보험처리, 통행 여부 등 어느 길로 가야할 지에 대한 사전파악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아플 때는 어떻게 대처하고 식사는 어떻게 할 것이며 어디서 차를 세우고 노숙해야 할 지 등등 궁금한게 한둘이 아닙니다.^^ 델리에서는 네루공원 주차장에서 노숙할 수 있다는 정보까지 공유하는, 비슷한 여행하는 글로벌 매니아들과의 정보교환 루트가 있다고 합니다.


만난 지 두번 밖에 안되는 이들 부부가 무엇을 믿고 저희에게 애지중지하는 고가의 차 키를 맡겼을지요? 친구사이가 되는건 만난 기간 못지 않게 서로에 대한 관심과 믿음이 참으로 중요하다... 매사 열린 마음이 중요하지, 나이 차이는 그리 중요치 않다... 나이 더 들어서도 꿈과 용기를 갖고 배우면서 도전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 이들 부부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저희가족이 5년전 스페인.포르투칼.모로코 여행을 다녀왔기에, 스페인에 관한 짧은 여행 경험이지만 느낌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이 인도이기에, 다양한 인연과 경험들을 쌓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인도라는 나라는 동서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분들과는 왓츠앱 친구로 등록했고 오늘 오후엔 바로셀로나 집에 잘 도착했다,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년말년시, 가까이 사는 두딸내외와 손자손녀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빕니다.


1월말 델리로 돌아오시면 - 일정과 여건이 맞는다면 - 갈만한 인도내 여행지를 정해서 저희부부와 함께 며칠간이라도 여행 하는 기회를 만들면 어떨까? 혼자만의 상상도 해 봅니다.^^ 이들 노부부와의 예상치 않은 조우를 통해서, 요며칠간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요, 호기심 넘는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제가 이분들과 비슷한 여행을 행여나 꿈꿀까봐 아내는 단칼에 차단합니다. 크루즈 여행은 모를까... 차 몰고 국경넘는 일은 꿈에도 꾸지 마시라~~ㅎㅎ


#인도에서공부하기 #차몰고해외여행 #스페인노부부여행기

작가의 이전글 지난 일요일 소풍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