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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Dec 29. 2022

큰 아들 대학원 시절, 수학과 학장님댁 방문

교수님의 은혜에 항상 감사드리며

요즘 하루하루가 아들들의 스케쥴에 맞추어 생활하기에 시간이 어찌 흘러가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벌써 연말입니다.

한해 잘 마감하시기를 바라면서 저의《인도에서 공부하기》밴드에 올린 남편 글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요즈음 돌밥돌밥하느라 바쁩니다. 600여일 넘어 매일 공부하는 두오링고도 어느날 빼먹고 지나갔습니다.ㅎㅎㅎ 브런치에 글쓰는 것이 제 낙이었는데 우선순위가 아들에게 있다보니 글 쓰는 것이 게을러집니다. 새해에는 자주 글을 올려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여러분들도 화이팅! 입니다.


*****

시간은 거슬러 10여년전, 큰아들이 챈나이에서 학부를 마칠 무렵, 심신이 크게 상해서 학업을 계속하기가 난망했었다. 일단  몸을 추스르는게 최우선... 무조건 델리 집으로 불렀다. 두어달간 엄마의 지극정성 간호로 회복하였다.


몸이 완쾌되자, 대학원 진학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입학시즌이 끝났다. 요행히 델리대학교만 남아 있었다. 델리대학교 입학요강을 알아보기 위해서 가족이 뛰어다니던 그 무렵, 교내에서 학장님을 아주 우연히 마주쳤다. 그 당시엔 학장님 직함을 가진 줄 몰랐고 교수님인 줄 알았다. 알고나면 쉬운 일이었겠지만, 지나고 나서 그때를 생각할 수록 구세주를 만났다고 여겨질 정도로 감사한 분이시다.


델리대학교는 우리가 알고있는 무수한 단과대학college들의 집합체이다. 지나는 인도 젊은이에게 어느 대학교 다니느냐 물으면 죄다 델리대학교 다닌다고 하지만, 실제 이 학생의 재학중인 college가 어딘지 알면 괜찮은 대학다니는지 아닌지 식별이 가능하다.


불필요한 관료시스템이 뒤섞인 델리대 입학절차는 인도학생들도 곤혹을 치룰 정도로 엄청 복잡하다고 하시면서,

외국학생들은 오죽 하겠느냐라는 심정이었다고 하신다.

학장님은 외국 생활을 해 보셨기에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건대, 입학 절차대로 따라하기가 상당히 힘들게 보였기 때문에 조언을 자청하신게다. 석사과정을 외국인학생 신분이 아니라 일반전형으로 치를수는 없겠는지? 문의를 하였지만 시원한 대답을 받을 수가 없었을 때 그분이 구세주처럼 나타나셨다.


초중고를 인도에서 공부했고 수학의 원조인 챈나이에서 학부를 졸업했으니 당연히 일반전형으로 치러도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는게 그분의 지론이셨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입학시험 석차로 대학원 학교를 순차적으로 결정한다. 입학시험 결과 3위권이라 기억난다. 학장님도 그리 기억하고 계신다. 인도 최고의 세인트 스테판 대학교 입학은 입학시험 결과의 선물이다.


학장님은 인도교육의 큰 문제점인 쿼터시스템과 학과 성적에 의한 메리트시스템을 들었다. 큰아들이 입학 시험을 치렀기에 본인의 자질을 살릴 수가 있었고 주변으로 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신다. 학장님은 재직시절 입시관련 회의 때 마다, 큰아들 사례를 종종 언급하셨다고 한다.

학장님은 2016년 65세에 정년퇴직을 하셨고 그간 명절때 마다 안부 인사를 드리곤 하면서 큰 아들 근황도 간간히 알려드렸다. 매번 친절하고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주신다.


마침, 큰아들이 내년 2월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고 포스트닥터십을 찾는 와중에 휴식차 델리에 왔다. 고교동기 결혼식 초대를 받았고 때마침 초중고 졸업생 모임도 있었으니... 그리고 학장님이 요행히 시간을 내 줄 수 있어서 인사 드리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년말이다.


*

학장님은 정년퇴직 후, 수학과 멀어지고 조용히 지낼 요량이었는데, 해외학회 모임에서 의외의 제안을 받아서 현역때 보다 더 바쁜 일정을 보내신다고 한다. 아시안수학 포럼을 새로이 만들어서 (미국과 유럽은 있다) 인도를 대표하신다고 한다. 해외출장과 원격 회의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


수학은 과거엔 Queen of all of science였다면, 작금의 시대는 Mother of all of technology라고 명쾌히 정의하신다.


포스트닥터십을 해야하는 이유? 목적? 박사가 되기까지엔 멘토/책임교수의 지도하에서 이루어졌다면, 박사는 모든 연구활동을 스스로 혼자서 헤쳐나가야 한다, 박사는 연구실적과 논문으로 말해야 하므로, 포스트닥터십 하면서 실적을 쌓아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극대화해야 한다,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이라고 하신다.


아들의 수학과의 인연은 초중등시절 인도 학교에서 공부한 덕에 일찌기 맺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인연은 대학원시절까지 이어진다. 이제 홀로서기해야 하는 시점, 박사는 종착점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이다.


북델리 델리대학교 캠퍼스 가까이에 거주하신다. 평생 터전이라고 하신다. 가까이 티벳 정착촌이 있기에 점심식사를 그쪽으로 모셨다. 미로같은 골목길은 여전하다.평일날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길가 도로는 여전히 주차하기가 어렵고 먼지가 휘날린다.

한옥집이라고 한글로 써붙이고 깨끗해보여서 교수님을 모시고 같으나 음식의 질과 서비스가 아주 엉망이었다. 다음번에 좋은 곳으로 모실것을 약속드리며...

색다른 분위기를 기대했는데...예전의 차분한 티벳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상업적으로 변했다.

대가족 단독주택, 위아래 형제가족과 함께 사신다고 한다.

학장님은 아들내외 손자손녀와 함께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신다. 아들은 미국서 7년간 공부하고 부모님 모시기 위해서 인도로 복귀하여 델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니... 대를 이어서 델리대학교 교수로 지내는 교수 집안이다.

교수님 뿐 아니라 며느리의 환대에 벌써 친해졌다.

학장님 서재, 며느리 또한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석사출신, 자녀 키우느라 직장생활은 중단했지만, 서재방을 공동 사무실로 꾸몄다.


안정된 가정생활과 더불어 재능을 기부하시면서 노후를 보내시는 교수님을 만나뵈어 정말 반갑고도 많은 교훈을 얻을수 있었던 만남이었다. 항상 감사드리면서...

#인도에서공부하기 #큰아들.델리대.은사댁.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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