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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Mar 22. 2023

추억의 인도 여행기 (10) :: 하리드와르

남편의 버젼.

하리드와르는 12년 주기로 돌아가면서 가장 성대하게 열리는 쿰멜라 힌두 성지중의 한 군데이다 { 쿰멜라에 관한 글은 따로 올리겠습니다 }.


전설에 따르면, 천상의 새 가루다Garuda가 암리타(Amrita, 불멸의 생명수)를 담은 항아리를 운반하던 중 우연히 암리타 방울을 떨어트린 4곳 중 하나다. 암리타가 떨어진 지점인 브라흐마 쿤드는 하르키 파우리(말 그대로 "신의 발자취"Footstep of Lords)라고 하며, 하리드와르의 가장 신성한 가트로 여겨진다. 매년 수백만 명의 힌두신자들이 갠지스 강에서 신성한 물을 모아 수백 마일을 가로질러 운반하여 시바 신전에 제물로 바치는 칸와르Kanwar 순례의 주요 중심지이기도 하다.

***

델리 북동방향으로 240km 거리. 고속도로 개통으로 4시간내 도착함. 델리 기준으로 자이푸르와 아그라 또한 비슷한 거리에 있음. 델리에서 자동차로 여행할 만한 곳임.


***

새벽 4:30 출발, 오전 8시경 도착 (아침은 준비해 온 음식 차내에서 먹으면서, 중간에 화장실 한번 들르고는 직행) 새벽 일찍 그리고 렌트카의 숙달된 기사가 운전해서 빠르게 도착했음.


- 강가에 몸담그며 기원/ 조상들과 가족 본인 건강과 행복 기원/ Holy water 두병 (각 5리터 짜리) 담아오기

- 사람들로 붐비는 로컬식당에서 줄서서 기다리다가 늦은 아침 식사그리고 차이 한잔

- 케이블카와 버스 타고 2군데 템플, 만사 데비Mansa Devi & 찬디 데비 Chandi Devi템플 들름. 케이블카 타고 오르고 내림. 역시 기도.소원빌기. 평일인데도 인파가 엄청나다.

- 내려오면서 강가주변 둘러보고 걷기.장터 물건사기

- 오후 1:30 출발, 저녁 6:30분 델리집 도착

(오는 길에 휴게소 식당에서 늦은 점심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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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하리드와르 다녀오면서 새로이 배운게 있다면 힌두교에 관한 그간 지식이 지나치게 암기식 교과서적이었으며 매우 피상적이라는 사실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힌두교를 종교라고 하기보다는 way of life라고 하는데, 이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즉 일상이 힌두교리와 맞물려서 돌아가며, 힌두교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타 종교를 믿는 신자들에겐 하등 관련이 없겠지만, 14억 인구의 80%에 가까운 힌두신자들이 있는 인도는 가히 힌두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내의 절친 로미와 그녀의 직원이 함께한 이번 여행에서 주워 들은 이야기가 무척 많다. 처음엔 그리 멀 지가 않기에 본인이 운전해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차 렌트를 권하고 직원을 데려간 이유가 있었다. 하리드와르에 도착해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주차장과 가트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 들고갈 짐이 적지않다. 강가에서 몸을 담그려면 갈아 입을 옷이며 슬리퍼 등 신발도 챙겨야 한다. 무엇보다도 적어도 5~10 리터짜리 물통 2개에 Holy water를 담아 와야하니 젊은 피?가 필요했다. 당일치기라 따로 숙소를 잡는 것도 아니라서 짐들을 주차장까지 옮겨놔야 이후 일정을 가뿐하게 소화할 수 있다.


하리드와르 (하리= 비슈누/ 드와르 = door) 즉 신 비슈누의 문이라는 의미이다. 바르나쉬가 시바신의 성지라고 한다면, 이곳은 비슈누의 성지라고 말할 수 있다.


가족.친지가 세상을 뜨면, 화장하고 그 재를 강가에 뿌린다. 우리네처럼 삼오제 49재가 있고 매년 기일제가 있는데... 그때마다 가족.친지들이 이곳에 와서 푸자를 올린다. 바르나쉬는 강변 화장터 가까이에  있는 가트에서  사람들이 물에 몸 담그고 하지만, 하리드와르는 하류쪽에 화장터가 따로이 있고 강가 상류쪽이라 수질이 바라나쉬에 비할 바가 없이 좋아보인다.


그러면 바라나시에 가거나 하리드와르에 가는 기준은 뭘까? 궁금한게 많다. 아내의 절친 로미는 일일이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그걸 일상에서 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하리드와르 강가는 비슈누의 성지라곤 하지만, 주변은 시바신 동상이 서있고 인근 산에 위치한 2군데 템플은 모두 여신Devi들과 하누만이 자리잡고 있다. 브라만.시바.비슈누 3신은 모두 남성들이라서 이들을 적절히 통제할 여신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한다.^^


힌두유적지 갈 적에 미리 서적 들추어보고 암기하면서 껴맞추곤 하지만 여행 다녀온 후로는 끝~~ 늘 그 수준에서 멈춘다. 늘 그 수준에서 반복하다가 이번에 좀 더 진도가 나가면서 깨친 바가 크다. 함께 해준 로미 덕분이다.


로미 왈, 매번 하리드와르에 올 적엔 의미있는 가족 행사가 있다. 가족과 하룻밤 머무를 적에는 가트에서 저녁 석양 예배를 드리곤 한다고 한다. 주로 어른들 기제사 때 오곤 하는데, 이번엔 친구인 우리와 함께 왔으니 그 의미가 남달랐다고 한다. 스위스에 있는 남편, 미국과 캐나다에 살고있는 두아들 그리고 혼자서 델리에서 사업하는 그녀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 동안 미루어왔던 하리드와르 나들이를 같이 가자고 했었다.


어디를 가든 늘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곤 하는데, 이번 하리드와르에서 눈여겨 봤던 한가지는 혼자서 다니는 인도인을 거의 보질 못했다는 사실이다. 장애자나 노숙자, 고행을 자처하는 사두들을 제외하면 모두들 가족.친구들과 함께 왔다.


성지에 와서 강가물에 몸을 담그면서 죄를 씻으며 회개하고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케이블카 타고 템플에 올라서 가족의 행운을 기원하며 맛집에서 식사하고 미로처럼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뒷 골목의 온갖 물건들이 진열된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즐거움이 함께 하는 성지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들에겐  슬픔 따로, 기쁨 따로가 없는 것 같다. 마치 볼리우드 영화처럼 시도 때도 없는 노래와 춤이 연상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대한민국은 홀로 베낭여행.혼밥.혼술 그리고 이젠 일인가구를 당연시하는 현실이다. 힌두교가 가진 관습 중에서 유교권인 우리와 비슷한 조상 숭배.대가족제 등의 뿌리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생각해 봤다. 그건 바로 두나라 공히 농경사회에 기인한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업국으로 변환하면서 대도시 사회로 이미 넘어갔지만, 인도는 아직 인구의 60~70%가 농어촌에 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인도인 태반은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거두 절미하고, 그것이 가족이 되었든 지역사회가 되었든 공동체,"커뮤니티"가 부재한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잘 사는 서구사회의 프라이버시.개인주의가 그리도 부러웠는데... 아직 대가족과 엉키며 살고 있는 인도인들을 보자니, 지겨워 보이질 않고 외톨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열심히 살았는데... 과연 뭘 위한 것이었는지???  이제 과거로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온 대한민국이다. 개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주의 성향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사회적인 대세인 것 같다. 이는 누구 잘잘못이 아니고 잘 살아 보자면서 치른 댓가가 아닐까?


서구의 개인주의와 인도의 대가족제 장점을 혼합한 새로운 방식의 "함께 잘 살아보자"는  하이브리드 가족.사회 모델을 찾아가리라 굳게 믿는다.


#인도에서공부하기 #추억의인도여행기10 #하리드와르Haridwar #힌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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