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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Mar 26. 2023

해비탓트 국제 영화제

하루에 3편 연속 영화감상^^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델리 해비탓트 국제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그동안 뭐에 바빴는지 가지를 못하고(오후에 강한 비바람이 며칠동안 내렸기로 시내 나가기가 꺼려졌었지요) 있다가 어제 들렀습니다.

예년에는 지인들과 같이 가서 보기도 하였는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나브라트리 힌두명절과 겹쳐서 대다수가 9일간 단식을 하는 관계로 같이 다니자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쉬는 시간 짬짬히 늦은 점심 겸 저녁 먹으면서 3편의 영화를 연속해서 봤습니다. 다들 무슨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이라서 다른 곳에서 거의 동시에 하는 작품들도 보고 싶었답니다.


다큐로 찍은 프랑스와 이스라엘 작가의 작품 두개와 이집트 영화 한가지를 관람했습니다. 밤 9시에 하는 프로그램도 해외 영화제의 수상작이던데 넓은 공간인 스테인 오디토리움에서 상영하는 데도 예약자로 만석이라고 해서 자리도 없을뿐더러 온종일 영화를 섭렵?하다보니 피곤이 밀려옵니다.  패스했답니다.

프랑스 기를 게양하는 사람들이 모두 유색인종이랍니다.ㅎ

첫째, 프랑스 다큐는 해외에서 유입된 이주 노동자들 그리고 2,3세대의 삶이 말을 타고 사냥개를 풀어서 사냥을 즐기는 정통?프랑스 귀족임네...하는 사람들의 삶과 비교되어 보여집니다. 아프리카의 말리나 세네갈 등지에서 온 사람과 다카에서 온 이민자들의 삶의 일상을 조여 주는데요, 여전히 열악한 생활을 하는 듯 보여집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영화지만 새벽에 일찍 한시간 넘게 걷기하고  요가를 하고 온 상황이라 잠시 졸았습니다.ㅎ


식당 다이너에 들러서 피자와 스프, 샐러드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다음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4시가 다 되어도 음식이 안나옵니다. 영화보고 와서 먹겠다고 얘기해놓고 약간 허기진 상태로 다음 다큐를 보았습니다.


이스라엘 영화로 2016년 텔아비브의 가장 번화한 몰에 자리잡은 레스토랑에서 실지로 일어난 팔레스타인 형제의 테러를 소재로 했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레스토랑에 온 사람들... 테러의 생존자들은 그날을 이야기하면서 돌아가신 분들을 추억하며 애도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레스토랑의 안팎과 거리에 수많은  CCTV에 담긴 기록물을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그렇게 많은 CCTV가 존재하다니... 놀라웠습니다!

두 팔레스타인 형제들은 젊고 처음이라 총도 제대로 쏘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듯 했습니다. 도망가서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보여줄 때면 웬지 불쌍한 마음도 들었답니다. 총소리나면 얼른 도망치거나 숨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겠지요? 숨죽이면서 보느라 배고픔도 잊었답니다.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시간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스라엘 사람이 피해자라는 시각에서만 보여준 영화인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런 테러에 나서게 된 이유도 잠시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 및 얼마 전에 보았던 안중근 의사의 영화가 오버랩되었습니다.

근래 코로나가 재 유행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나오길래 마스크를 끼고 영화 관람을 함.

한시간이 채 안걸려서 끝난 다큐였기에 여유있게 다이너에 가서 식사하고 마지막 6시 반에 하는 영화를 스테인 오디토리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참, 다이너의 스프와 샐러드는 델리 최고 수준입니다.

20년 넘게 애정하는 레스토랑, 다이너!

마지막 이집트영화는 영어자막이 빨리 지나가기에 아쉽게도 핵심내용을 잡지 못했습니다만, 스릴러로 꽤 흥미로왔습니다. 2022 칸느 영화제에서 최고 각본상을 받고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집트출신 스웨덴 감독이 이집트의 민감한 정치와 종교의 문제를 다뤘는데 실지로는 튀르키야 등지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집트 시골 어촌에서 아버지를 도와 고기잡이하던 한 젊은이가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 위치한 최고의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게 됩니다. 이곳은 무슬림 최고의 학교(알 아즈하 대학교)로 전 세계에서 우수한 무슬림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갑자기 이집트 최고의 종교지도자(그랜드 이맘)가 돌아가시자 정치계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사람을 차기 그랜드 이맘으로 내세우고자 암투를 벌리는 와중에 순진한 시골청년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집트 정보부 사람들이 스파이 하는 장면들도 약간 구시대적이면서도 흥미롭게 보여졌구요, 특히 최고의 무슬림 대학교 교육은 어떤지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디지털 AI 스마트 폰 시대에 여전히 말하기과 글쓰기, 암송에 치중하는 재래식 교육이어서 무척 낯설었습니다만... 남 따라 가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교리와 논리에 집중하는 교육을 지속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잘은 몰라도 노래하듯 읊조리는 암송이 참으로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차기 그랜드 이맘으로 유력시되던 자가 가정부의 딸과 몰래 결혼해서?사내아이를 갖게되는 이야기등이 요즘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인도의 종교지도자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가나 참 뻔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재미있게 보고 나오는 길에 밤늦게까지 젊은이들로 붐빕니다. 청춘은 부럽습니다... 오랜만에 사람사는 동네에 온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해비탓트센터는  미술 전시회를 합니다. 영화 외에 덤으로 작품전도 둘러보았습니다. 지하 주차장도 널널하고 가족 나들이 와서 한나절 잘 보낼 수 있는 문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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