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chang 강연아 Jun 30. 2023

6월이 가기 전에, 7월이 오기 전에

<인도에서 공부하기 >밴드 글에서 가져옴.

어찌하다보니 지금 살고 있는 델리 집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다. 고국 서울에서도 태어나서 결혼 전이나 결혼 후 "10년 거주" 채운 집이 없다.^^ 좋게 말하자면, 그 당시가 다이나믹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고성장 시기라서 부모님 부임지 따라 이사하면서 富를 쌓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로 줄여서 가는 경우도 있다. 결혼해서는 고생스럽게도 내집 마련하느라 옮겼다. 결국엔 내집을 마련했지만, 지금처럼 주재원 등 외지살이하게 되어 또다시 옮겨다니게 되었다.


*

집 앞 골목길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다. 이사왔을 당시엔 앞이 휑한 것이 나무가 거의 없었다. 건너편 집이 다 보였다. 그 당시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에서는 년초에 학기 시작하면 화분 하나씩 가꾸기 운동이 있었다. 학기말에는 학교에서 키운 화분을 집에 가져오는데, 그 화분들을 앞 화단에 심었다. 10년이 되자, 어느새 컸는지 하늘을 가린다.

현재 살고 있는 델리 집은 비록 월세이긴 하지만, 우리 가족의 산 역사이기도 하다.


****

큰 아들이 챈나이에서 학사마치고 델리대 세인트스테판 대학원 석사 입학할 때부터 졸업까지 그리고 군복무하러 한국에 복귀해서는 군 제대하고 박사과정도 함께 시작했다. 그리고 금년초 박사학위 받고 어제는 포닥 임용 통지서를 받았다. 이 모든 경사스런 중대사가 델리 집에서 사는 동안 이루어졌으니, 가히 산증인이다.

어제 포닥 임용 축하 멜을 받고서, 정말이지 크게 기뻤다. 박사학위 받으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이고 이제 끝이다~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박사는 논문으로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전공이 순수수학이라 논문 하나 쓰는 것도 시간이 한참 걸리고 심사하는데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러하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몇군데 대학교에서 관심을 가졌지만 마지막 단추를 껴맞추지 못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란걸 늦게 안 셈이다. 그러던 차에 포닥 축하멜을 받은 것이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

작년 가을, 막내아들은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학부 졸업했다. 막내는 12학년 수능시험을 이 집에서 거주할 때 치렀고 국내 대학교에 입학 그리고 2년간 국내에서 대학 생활하다가 본인의 의지대로 해외 여러 곳을 타진하다가 학부 2년차에 헬싱키로 진로를 바꾸었다. 학부 졸업 전에는 현지 유럽은행에 입사해서, 현재 석사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두 아들은 성장기에 현재 델리 집에서 보냈으니... 무의식적으로 델리 집을 자신들의 본거지로 여길 것이다. 큰아들은 초1년 마치고 한글 떼자마자 인도로 왔다. 인도 사립학교 다니면서 영어에 힌디, 그리고 산스크리트어 배우느라 얼마나 곤혹을 치루었을지? 인도 학생들과 동등하게 10학년과 12학년 수능시험도 치렀다. 막내아들은 더 불리한 상황이었다. 뱅갈로르에서 태어났으니 우리말을 집에서 드라마보면서 어깨 넘어 배웠다.^^ 나중에 영어.힌디 배울 , 형보다 유리했다.


그런데, 그 힘든 과정을 통과하니까, 힘들었던 것이 경쟁력으로 탈바꿈한다. 적어도 영어가 원어민 수준인 것이 일하거나 공부하는데 있어서 플러스 작용하는거 맞다고 본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때 화상 회의 등을 하거나 영어 논문 발표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원어민 수준 여부가 크게 작용한다. 또 한가지는 매사 길게 봐야 한다는 점이다. 긴 호흡으로 고비 고비를 넘기다 보면, 알게 모르게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것 아닐까? 싶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으나, 인도살이는 추억이 깃든 이 집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한다.


*

*

오늘 이른 아침, 비 안오는 틈을 타서 아라벨리 걷기...


전혀 안보이던 원숭이 한마리가 출현했다. 잠시 멈칫했다. 정찰병인지? 아니면 길을 잘 못 들었는지? 아리송하다.

피셔 두마리가 전기줄 멀리 떨어져 있다. 아침부터 싸웠나?ㅎㅎ

가까이서 본 킹피셔. 등 색상이 화려하고 몸체에 비해서 주둥이가 엄청 크고 길다. 노랫소리도 경쾌하며, 멀리서도 알아챌 만큼 독특하다.

걷기하다가 이웃 지인의 등에 떠 밀려 함께 조깅하다. 모처럼 뛰니 기분은 업되었지만 숨이 가쁘다.^^

시니어 한 분이 짐을 풀고서 체조를 하신다. 지팡이, 요가메트, 우산, 물병이라... 단촐하다.

간디 선생께서 생전 몸에 지닌 검소한 자산을 모아놓은 액자가 떠오른다.


인생 후딱 간다. 사는거, 사실 별거 아니다. 사는데 필요한거, 그리 많이 필요치 않다.



#인도에서공부하기 #델리집에서10년.자축 #단촐한검소한삶

작가의 이전글 The MSME Summi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