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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Jul 09. 2023

주말, 델리 국립박물관 투어

장마때 가기 좋은 인도의 필수 투어 명소

델리로 돌아온지 20일 정도됩니다만 거의 매일 비가 오는 듯 합니다. 보통 7월에 오는 몬순이 이르게 도착했다고 해서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7월 몬순은 몬순대로 진행이 되는지 하늘의 부조화를 막을 수 없습니다. 저번 주 주말도 남편 생일 축하해준다는 영미씨네 부부의 초대도 캔슬하고  무슨 세미나의 참석도 캔슬하고 지난번 비왔을 적에 차 고장났던 생각이 나서 주로 방콕을 합니다.


보통 밤에 비가 많이 오고 아침은 개이기에 걷기운동을 다녀오곤 했는데 이번 주말은 아침에도 계속 비가 내립니다.


오랜 지인이 인도에서 책 발간을 하고 싶다고 어떤 인도구루과의 만남을 계속 주선합니다만 어제 코넛플레이스에서의 미팅 약속도 우천으로 인해서 다음 주로 미뤄졌습니다. 나갈려고 맘 먹은터라 그래, 박물관으로 가자! 이후에 칸 마켓에서 점심 먹는다는 계획을 갖고 길을 나섰습니다.


비 피해서 쾌적한 실내공간에서 서너시간 국보급 유적물 보면서 문화감상하기엔 최적이란 생각이 들었고 매번 국립박물관을 가보면 새로운 못보던 것들이 눈에 띠기에 좋아합니다.

빗노래를 들으면서 인도의 가장 아름다운 길을 한가로이 가는 기분이 참 좋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관람객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인도인 20루피, 외국국적 500루피. 아다르카드나 팬카드등지참하면, 20루피 입장합니다.  

주말 오전에는 10:30, 11:30 두차례 가이드 투어가 있었는데 저흰 시간을 놓쳐서 홀로 투어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전시장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만 가끔 특별전시회가 열리곤 합니다. 오늘은 별전시는 없었습니다.  

입구에 있는 대표적인 상들, 특히 사라스와티신은 공부와 예술의 신이라서 좋아한다.
비에 젖은 중앙 광장

보통 하라파 유적으로 대표하는 인더스 문명 전시장를 거쳐 웅장한 돌로 세세하게 담대하게 조각한 유물과 힌두 신들 그리고 각종 부처님 조각상 모신 곳을 지나 청동기 유물전을 둘러보곤 합니다. 시간이 더 있으면 16세기 전후의 무굴시대부터 무굴.힌두 세밀화(미니어처) 그림들을 보곤 합니다. 약 2만점이 전시되어 있다니 대단한 전시 규모입니다.

그러던중, 우연히 가이드 투어 일행을 보고서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힌두 조각상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그 배경설명을 하십니다. 아~ 작품마다 다 깊은 뜻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간 숱하게 박물관 왔었는데... 껍데기만 둘러본 겁니다.^^ 아마추어 수준의 시각으로 작품 감상하면서 시간 보내는 것만으로 나름 유의미하게 보낸거라고 만족했었는데요...

시바의 링감안에 조각된 시바상, 촐라 시대의 유물이라한다.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는 가이드분이 존경스럽다.

가이드 분의 설명을 듣다보니 작품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고 관찰력도 높아집니다. 당연히 궁금한게 많아지고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바깥에선 폭우가 몰아치는 와중에, 2시간여 투어하면서 박물관 작품 감상법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어쩌면 그간 짬짬히 홀로 둘러보면서 저절로 알게 모르게 쌓였던 지식의 파편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아~ 하면서 퍼즐이 조금 풀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뭐든 배움엔 끝이 없습니다.

특히 춤추는 나트라자 상이 무척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강가강의 신이 머리칼있고 구멍이 뚫린것은 강가강의 돌이며 머리 중앙의 해골은 장례터를 돌아다닌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뒷편의 한손에는 드럼과 다른 한손에는 불을 들고 있고  앞의 손은 무드라를 표현합니다. 시바신이 밟고 있는 난장이는 무지를 상징하며 전체적으로 전 우주적인 춤을 보여줍니다. 12세기 춀라시대의 작품입니다.


저희 집에도 20여년 전에 암리챠르에서 사온 커다란 멋진 나트라자 상이 있는데 당시 4학년이던 첫째가 자신이 들고 가겠다고 우겨서 사들고 온 생각도 났습니다.

악바르 대제 후반기에 반기를 들었던 아들, 자항기르왕이 마돈나상을 들고 있는 특이한 미니어쳐 그림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로 인도의 대표적인 청동상이라고 함.
샤자한이 큰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을 그린 세밀화, 참석자들이 누군지 다 알아볼수 있도록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무슬림남자들은 실크옷을 안 입는다는데... 처음 안 사실.

****

뜻하지않게 비 맞아가며 외출하면서 얻은 소득이 제법 됩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78세 타밀 출신의 가이드이십니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는지요? 내심 쓰러지면 어떻하나? 걱정이 될 정도로 열심히 성심껏 알려주십니다. 10시반부터 투어 시작이시라던데 거의 세시간넘게 설명하신 것이네요... 박물관이 좋다고 하십니다. 앞으로 "미세스 뮤지엄"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러야겠다고하니,  해맑은 웃음을 지으시면서 엄청 좋아하십니다. 식사자리에는 년배 많으신 가이드분이 합류했습니다. 지난 5년간 가이드 선발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거의 1년간 풀타임 교육을 이수했다고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썰이 난무한 인도에서, 가이드 두분의 해박한 역사.예술.종교 지식이 뒤섞여서 말의 향연을 펼칩니다.

투어를 끝내고 비 맞으며 박물관내 조촐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심플한 달 커레밥, 샌드위치 그리고 채소 한장 안들어간 비빔국수와 커피.차이를 차려놓고, 이들의 시공을 넘나드는 말의 향연에 경탄이 절로 나옵니다. 5명이서 점심  700루피의 간단한 스낵을 먹었습니다. 박물관내 식당 자체가 분식집 수준이라 비가 오질 않으면 사람들이 몰릴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장소가 문제인지요? 새로운 지인들과 한자리에 둘러앉아서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나누면서 보낸 유익하고 풍족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투어에 참가한 관광객은 타밀출신의 미국 거주인입니다. 출장차 몇 달간 인도에 와 있다고 합니다. 비 때문에 일정이 취소되어 박물관 견학왔다고 합니다. 미국생활 30년인데도 불구하고, 인도역사/ 힌두 전통/ 그림 등에 해박합니다. 가이드분과 맞장 정도는 아니지만, 설명을 잘 이해합니다. 그는 MS 그만두고 뱅갈로르에 사업체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미국-인도 생활이 이어집니다.


마침 비도 잠시 그치고 해서 밖으로 나오니 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다음번에 명소 견학할 프로그램이 있으면 연락달라고 하면서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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