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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Feb 18. 2024

인도에서 졸업장 받기

하늘의 별따기?^^

한달 전에 고국의 어느 여학생으로부터 델리대 업장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알고보니 제 대학의 후배더라고요...


당연 제가 전문이니 해주겠다고 했는데 본인이 학교에 졸업생으로서 졸업장 수령을 부탁하는 연락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멜로 상세히 설명하고 제가 위임받아서 방문할거라는 장문의 메일을 보내었고 한달이 넘어가는데...  안 온답니다.ㅠㅠ 설날 축하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알게 되었지요.


***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중의 하나인 델리대의 졸업장 수령! 해결기미가 안 보입니다.


졸업하자마자 졸업장 수령해서 귀국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수순입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거의 대부분 졸업 당해년도에 졸업장 받기가 난망합니다. 혹시 졸업후 바로 졸업장 받은 분 계시는지요?


델리대의 입학, 또한 참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오죽하면 영리한 둘째 아들은 큰 형이 도서관 피 150루피 납부하느라 온 가족이 40도가 넘나드는 뙤약볕 에서 4시간 줄 서있었던 기억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해외로 일치감치부터 눈을 돌렸답니다.


또한 졸업장받기! 휴! 도대말이 안 된답니다.


울 큰 아들이 2015년 인도에서 델리대 석사(자연대로는 델리대 최고 학부인 세인트 스테판 대학)를 마치고 군입대하려고 서울로 복귀했다가 그당시 군입대 또한 장기대기자가 밀리는 바람에 언제 입대할 지 불투명해서 박사과정을 밟기로 했습니다. 이때 국내 학교측에서 델리대석사학위증을 당연히 제출하라고 했습니다만, 그 당시에도 졸업증을 받지 못한 채 귀국했었지요. 국내 대학교측에서도 한두번 그러려니 했지만 해를 넘기면서까지 제출하지 않으니 학생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North 델리캠퍼스를 몇번이나 다녀왔는지 모릅니다. 물론 사전에 전화하고 여기저기 알아 보았더니 미로처럼 연결된 점조직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졸업장 출력.관리하는 데이타센터장까지 갔습니다. 거기에서도 내일 내일 하다가 나중엔  몇주만 더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대책없이 그들은 학교정책이라 하면서 남의 일처럼 무성의합니다. 하루는 너무 기가 막혀서 울기까지 했었지요... 속타는 학생과 부모의 마음을 전혀 도외시하다니! 거의 8여년전 일인데 어제 일 같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여전히 그 행태가 지속입니다.


****

이번에는 경제, 경영쪽 델리대 최고의 학부인 스리람 칼리지업 커머스대학이었습니다. 제가 설날 지나고 수십번 전화해서 담당자에게 부탁하고 어필해서 드디어 졸업장 나왔으니 찾아가란 연락이 왔습니다.  발렌타인 데이 전날이었어요. 마침 델리는 펀잡 주와 하리아나 주의 농민 봉기로 도로를 곳곳에 통제하기에 얼른 해결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서둘렀습니다.


창구에 가서 전화를 나눈 직원을 만났더니 관련 멜을 들고 상급자에게 갑니다. 상급자 왈, 당사자 또는 부모만 수령할 있다고 합니다. 졸업해서 귀국한지 10년 가까이 되는데... 어떻게 달랑 졸업장을 받으러 인도에 올 수 있느냐? 본인에게 위임한다는 멜 확인해 봐라 했더니 이번엔 학적부 매니져에게 달려 갑니다. 같이 따라 들어갔더니 비슷한 말하면서 학장에게 결재받아야 하니 다음에 한번 더 오라고 합니다. 이 먼길을 또 오라고? 위임장까지 받았고 미리 확인해서 왔는데... 졸업생이 졸업장 받는 것이 이리도 어렵고 복잡하냐? 했더니 한국에서 오는것도 아니고 델리에서 한번 더 오는게, 뭐 그리 힘든 일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남편이 순간 참았던 꼭지가 열렸습니다.ㅎㅎ 학장님 방이 어디냐? 직접가서 설명하겠다고 했더니, 직원에게 물어보라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합니다. 할려면 해봐라 식입니다. 그래서제가 남편을 진정시키면서 그 분께 사정을 다시 설명했지요. 졸업생이 한국 대학원에 3월 입학시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좀 도와달라고 했어요.

본인 증명으로 아다르카드와  여권도 제출했고 졸업생과 주고 받았던 멜 사본을 보여주어 확인을 해주었습니다. 저더러 학장님 앞으로 멜을 쓰라고 해서 황당해서 레터를 쓰는 제 손이 벌벌 떨렸답니다.


학장실 찾아 가서 서류 내밀고 잠시 기다리니까 학장이 델리대 본부에서 확인을 하라고 메시지를 써 줍니다. 당일 졸업장 받기는 난망한 것이지요...

본부를 거쳐 거기서 정식 발급 승인받은 후에야 가능하다... 이건 무조건 따라야 하는 학교 정책이다... 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양파 하나씩 까듯 일의 끝을 알 수가 없습니다.


졸업장이 언제 발급되는지?

졸업장 발급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디지털시대, 온라인 앱과 서비스가 넘쳐나지만 정작 필요한 서비스받으려면 이리도 힘들게 합니다.


그간 최고급 사양의 데스크PC, 스캐너, 복사기, 출력기 등등 인터넷 디지털 사무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지만, 이들의 관료적이고 무책임한 행정서비스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옷만 갈아 입었고 번지르르하게 보일뿐 멘탈 의식은 과거 그대로입니다. 의식 개혁없이 이렇게 내버려두면, 젊은 직원들 또한 윗 사람으로부터 못된 것만 배울게 자명합니다.


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을 지향하려면 코딩과 개발 뿐만 아니라 소프트 마인드가 뒷받침되어야 진정 균형적인 발전을 기할 수 있을겁니다.


그나마 직원에게 어필을 많이 해두었기제가 보여달라고 했지만 보여주지 않던 졸업장 사본을 졸업생에게 보내 주었습니다. 그런데 졸업장속의 학생 등록 번호가  그동안 학생증에서 쓰여진 학생 롤번호와 다르답니다... 그래서 문의해서 정정하라고 했더니만 그것은 원래 다른 것이라고 답변이 왔어요. 새로운 것을 알았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받을수 있도록 한다고 했는데 다음주에도 나올수 있을지? 아직도 대학본부에 계류중이라고 멜이 왔답니다. 그래도 제가 다녀온 이후로 담당자가 따박따박 답을 잘 주네요.ㅎ


모처럼 데이트하듯 남편과1시간 반이나 걸리는 북델리 스리람 칼리지를 다녀왔는데 학생들의 게임과 공연 열기등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Pre Valentine's Day!

역시 젊음의 열기는 대단합니다!

카페에 들러서 남편은 집에서 가져온 늦은 점심을(치과치료를 하고 왔기에 유동식으로 가져옴)먹고  저는 파니르파라타를 시켜서 맛난 차이와 같이 먹고 돌아왔답니다.


모디정부가 주창하는 '디지털 인디아'의 허상이 델리 최고학부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졸업장 받을 때 유의사항

문의하니 보통 발급에 일년정도 걸린다고 하던데요,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이름,성별, 부모님성함, 롤넘버등이 잘못 기재되어 또다시 한참을 기다려야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러 졸업장 받으러 인도에 왔어도 바로 졸업장을 못받은 학생들도 있었답니다.


(표지 본교사진은 구박사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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