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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Mar 07. 2024

힌디 미디엄, 인도에서 사립학교 입학하기

 하늘의 별따기? 인 인도 최고 사립 학교의 유치원 입성기

짧게 우리말로 편집한 인도 영화 "힌디 미디엄"를 소개합니다. 일단 황당하고 재미있습니다.^^ 인도내 국제학교를 다룬건 아니구요, 인도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교육에서 벌어지는 양극화 사회상을 코메디처럼 다룬 영화입니다. 말 속에 뼈가 있다고 하듯이... 가볍게 다루었지만, 인도사회의 치부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이하 남편 볼레로의 글을 가져왔습니다)


저희 볼레로 가족의 두 아들은 같은 인도사립학교에 입학과 졸업을 했습니다. 영화에서 부촌으로 나온 동네가 바산트비하르입니다.^^ 우리 가족이 델리에서 두번째로 자리잡았던 곳이지요. 저희 교민분들은 친근감있게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자녀들이 거의 모두 국제학교에 다닐 것이기에 직접적인 교감을 가지기엔 부족할 수도 있을 겁니다만, 치열한 인도교육의 현장을 간접 체험으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영화를 보고 저희 둘째 아들의유치원 면접기를 읽어보시면 인도 교육의 현장이 보다 생생하게 다가올 겁니다. 또한 오늘 오전에 랭서스 학교 코리아 축제에 다녀온 소감도 차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몇가지 느낀 소감을 함께 정리하겠습니다.

https://youtu.be/NoaNQGL9ieo?si=cCcvh5w3RQwU_bnM

■ 치열한 입학 경쟁은 유치원 입학 면접부터


 { 아랫 글은 2002년 당시, 막내 아들의 인도사립학교 유치원반 입학 면접시 상황을 정리해 놓았던 글입니다. 현실감을 살리기위해서 그대로 옮깁니다. 어찌하다보니 멋모르고? 인도의 초경쟁 현장 한복판에 뛰어들어들었는데요, 다행히도 결과가 좋으니 그 험했던 과정이 좋게 보이고 인도사회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공부외의 개성을 살리는 다양성이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이라는 사다리를 올라타고자 인도학교 학생들의 치열한 경쟁 분위기는 과거와 대동소이 하리라 짐작됩니다. 인도에서의 20년 자식농사라는 긴 터널을 통과하고 돌이켜 보니... 교육은 길게 멀리 봐야 합니다...


*

 인도 학교는 겨울 방학이 아주 짧다. 년말 크리스머스 직전에 방학해서 1월 첫째주 말에 개학한다. 겨울 방학이 약 열흘 ~ 보름 정도 되는 셈이다. 이곳 유치부 초등학교 입학 경쟁은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 매년 10월부터 입학경쟁에 들어간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딸린 사립학교 (유치원 과정 포함)의 총 입학 정원은 90명(학교마다 다르다) 인데, 1차 서류 심사를 거쳐서 2차 면접이 있다. 매 단계마다 거의 3~5:1의 높은 경쟁이라고 한다. 후보 대상 학생들은 12~13명의 소그룹 단위로 나뉘어 져서 약 일주일에 걸쳐서 면접을 시행한다.


면접은 13명의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진행된다. 아이들 개별 면접이 아니라 부모와 애들을 모두 유치원 큰 교실에 모아 놓고 자유스럽게 진행하는데, 교실 가운데에는 학부모가 앉을 의자들을 비치해 놓는다.


약 한시간 삼십분 동안 대여섯 선생들이 맡는바 분야를 미리 정해놓고 부모와도 면접하고 얘들하고도 개별적으로 붙잡고 이것 저것 탐색하듯 질문하면서 체크한다.


부모들끼리 자연스럽게 눈인사도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도 하고 아이들은 교실에 널려 있는 각종 놀이기구와 학습 도구들을 만지작거리거나 뛰면서 논다. 교실 구석에는 차와 커피 그리고 과자들도 준비되어 있었다.


면접 선생들은 명단에 적어 있는 얘들을 하나씩 찾으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그러나 아주 날카롭게 이것 저것 질문하면서 아이들의 자질을 부지런히 탐색하고 있는 것이 목격된다. 부모들은 대체적으로 남편과 부인 모두 단정한 복장에 태연해 하는 듯한 가운데에서도 자기 아이들이 면접보면서 혹시나 잘못 대답하지는 않을까 신경쓰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랫 인터뷰 사진처럼,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들 주변에 서성이며 실수나 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낸다)   


 사전에 분야별로 임무를 부여받은 선생들은 개별적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도형 맞추기, 과일 채소 이름 맞추기, 찰흙 만들기, 그림 그리기 등 이것 저것 묻고 노트에 기록한다. 또 다른 한 선생은 개별 면접을 하지 않고 얘들 한명 한명씩 시선을 두면서 전체적으로 노는 것을 관찰한다.

 

모든 체크가 끝나면 아이들이 개별적으로 교장 선생과 단독 면접을 한다. 칸막이 방에서 독립적으로 면접을 시행한다. 교장 선생과 면접이 끝난 아이들은 손에 조그만 사탕 봉지를 들고 웃으면서 뛰어 나온다. 인도학생들은 모두 면접 준비를 철저히 해온다. 그림 채색도 야무지고 도화지 모퉁이에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잘도 쓴다. 모두들 구김살 없고 깔끔하다. 인도 아이들은 숙성해서인지 면접 전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에는 오늘이 아주 중요한 날이라는 사실을 알고 온 것처럼 진지하게 단정히 앉아서 기다린다.


 경쟁은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시작된다. 이 조그만 이벤트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니... 자못 현실의 냉혹함에 아이들이 안쓰럽다.


 이번에 유치원에 입학하게되면,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는 보장받는 셈이기 때문에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만에 하나 기회를 놓치면, 다른 학교 유치원에 또 응시를 해야 하지만 선택의 기회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것마저 안되면 기대에 못미치는 학교라 하더라도, 거액의 기부금 부담을 안고서라도 입학시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괜찮은 사립학교는 유치원 과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입학하지 못하면 설혹 결원이 생긴다해도 자기 자식이 합격할 수 있는지 아무런 보장이 없다. 인도 학부모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애태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도 아이들은 면접에 대비해서 예상 질문들에 대한 답안을 철저히 공부하고 온다고 한다. 4살 짜리에게 웬 면접?... 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인 것을 알게 된다. 학교 입장에서도 어린 나이 얘들이지만 이왕이면 자질있는 꿈나무를 뽑아서 제대로 가르치려는 의도라고 볼 수도 있다. 인도의 장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중 하나는 젊은 층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월등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는 아무래도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아무리 긴장하고 왔더라도 한시간 넘게 면접이 계속되니, 여기 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면접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기 시작한다. 부모가 옆에서 지켜 보고 있지만 다른 학부모들 뿐만 아니라 면접 선생들 눈이 있기에 잔소리하거나 제동도 걸 수 없어서 안타까움을 속으로 삭이면서 지켜 볼 뿐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아이가 가진 평소의 전반적인 품성을 관찰할 수 있는 자리이다. 학교측에서 보면 한시간 삼십분은 얘들과 학부모 모두에 대해서 관찰할 수 있는 충분한 면접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내색할 수 없는 긴장된 면접 자리이지만, 한 시간 넘게 한 자리에 모아 놓으니 평소의 태도가 어느 정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부모들을 포함해서 아이들간에도 자연스럽게 모든 게 비교되고 저절로 가진 자질을 드러나게 만드는 면접 방식이다.


 학교측에서도 - 당장에는 보이지 않지만 - 아이들의 장래가 걸린 면접의 중요성을 인지해서 가능한 한 객관적인 선발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 하에 임하면서 학부모가 결과를 수긍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적극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은 선진화된 성숙한 교육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든 달달 외우고 온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지나면서 밑천이 드러날 면접 방식이기에 평소 실력?과 올바른 습관이 당락을 좌우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 우리 아이 만한 아이가 있으랴 자신 만만해 하면서, 동네시장 가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장에 갔다가 잔뜩 준비하고 온 다른 학부모들 하며 똘똘한 인도 아이들 그리고 학교측의 치밀한 면접을 지켜 보자니... 아차~ 싶다. 두 달간의 험난한 테스트 과정을 통과하면, 년말에 초등학교(유치원반) 합격을 발표한다.

****


20여년전의 일인데도 어제와 같이 생각이 납니다. 간단히 생각했던 인터뷰했던 13명의 학부모와 학생들 가운데 우리 아이포함 2명만 합격했다는 성공기입니다.

얌전했던 인도 학생들에 비해 신기한 것이 많아서 처음부터 여기저기 올라가고 내려오고 하던 아들을 따라 한시간이 지나니 모든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같이 놀더라고요.

당시에도 노티 보이로 학교의 명물이던 큰아들 덕분으로 그 어려운 인생의 한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였습니다.(여러개의 항목이 점수별로 매겨지는데 가산점으로 형제자매의 재학여부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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