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간 델리와 구루가운의 천주교 모임을 하면서 매달 조금씩 돈을 모아서 귀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선물을 사서 주거나 외국 지인들이 귀임할 적에 식사대접을 하거나 선물을 사서 안기곤 했었지요. 만났을 적보다 헤어질적에 더 열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젠 우리가 인도를 떠나지는 않지만 인도 땅끝으로 이사를 갑니다. 보내는 정에 익숙해져 있다가 가는 정을 마주하려니 가슴이 아려옵니다.
물론 23년전 뱅갈로르에서 살다가 델리로 올라왔었을 적에는 제가 인도를 잘 몰랐고 둘째가 100일도 안되었을 때라서 아가에게 신경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CSB(Community Service of Banaglore)의 회장이었던 메이부인과 이웃이었던 스코틀랜드 부인이 둘째 출산도 축하할 겸 우리 가족의 페어웰 파티를 열어주었을 적에 저는 케익을 세개 사갖고 가서 함께 나누고 출산에 대한 축하도 받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더랬습니다.
뱅갈로르에 살적에 나를 많이 보살펴주었던 지인인 벨기에 출신의 푸짐한 크리스틴 아주머니께서는 내가 보낸 편지에 답장이 없어서 궁금해하면서 거의 8년을 보내었는데 어느 순간 멜이 와서 기적적으로 연락이 되었습니다. 볼보에 근무하셨던 남편인 케사르씨가 우리가 떠나자마자 중국으로 발령이 나서 거기서 5년정도 근무하다가 벨기에로 귀국했다고 하였습니다. 요즘은 크리스마스때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페북으로 소식을 듣기도 합니다.
일본의 한 지인은 두바이 갔다가 보석집에서 K자를 발견하고는 제가 생각났다면서 작은 다이아가 박힌 팬던트를 사서 주려고 제게 연락했더랬습니다. 당시 남편이 차를 안 내주어서 택시타고 둘째를 가슴에 품고 여기저기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좀 근사한 곳으로 모셔야 했는데 델리 초창기였고 가본 곳이 별로 없어서 야솬트 플레이스에 갔었습니다. 우리가 7월에 델리로 이사를 왔고 10월에 방문하셨으니 제가 좀 얼떨떨할 때 였습니다. 당시에 델리에서 처음 만난 감을 한아름 안겨드렸더니 좋아하셨어요!이젠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미타브바흐찬 영화를 좋아한다던 푸근한 마음씨의 그녀가 가끔씩 생각납니다.
그리고 내 조언에 따라 우리가 살던 뱅갈로르의 스카이라인 레지던시로 이사를 온 귀여운 아끼꼬 짱과 두 아이들... 말레이지아로 간다고 놀러오라고 사진이 동봉된 편지를 받았던 기억도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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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기저기에서 초대를 하지만 이사짐 회사와의 조율 문제로 그리고 물건을 좀 정리해야 되기에 만남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사짐 회사들과 크거나 작은 소소한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금액을 너무 많이 불러서 곤란해지거나 가져온 박스에서 이상한 쿰쿰한 냄새가 났습니다. 두어번 바꾸어봐도 안되니 이제는 포기상태... 대신 모든 창문을 다 열어두고 지냅니다. 에어콘 켜지도 못하는데 다행히 비가 자주와서 기온이 30도를 조금 넘나드는 상황입니다. 견딜만합니다!
지난 주중에 둘째 아들의 군대가는 것에 많은 도움을 준 대사관 직원분을 초대해서 시킴하우스에서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덕분에 커다란 송어 요리를 맛볼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모르고 그냥 시켰을 적에는 훨씬 적어서 실망했었는데 그 직원분이 자주 왔었고 잘 아는 관계로 맛있는 생선요리를 먹게 되었습니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집에서 가져온 화분 두어개를 나눔했습니다. 화분에 꽃이피는 몇개의 식물을 같이 심어 놔서 잘 키운다면 예쁜 꽃들을 많이 볼수 있을 겁니다.
일요일 저녁에는 코(Ko) 상네 가족을 초대했습니다. 도시바에 근무하는 코 상과는 어언 5년의 인연이 있습니다. 세명의 아이들을 어릴적에 공원에 초대하여 점심을 같이 한 인연도 있고 가족이 방학동안 일본에 갔을 적에 코상을 우리집에 초대하여 점심을 같이 하고 김치도 한통 싸준 인연으로 가족이 돌아왔을적에 그의 집에서 프레쉬한 일식 식사 초대를 받아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올 초에는 영화제에서 두아이와 같이 온 코 상을 만나서 큰 아들 여자친구도 소개? 받고 했었지요. 그들은 우리보다 이틀 전에 일본 귀국입니다! 다시금 인도에 오시라고, 델리말고 첸나이나 뱅갈로르에 오시면 우리 집과 더욱 가까와 질 것이라고 했습니다.ㅎ
일찍 만나서 로비에서 자리잡고 기다리는 중... 일요일이라 그런지 7시 오픈 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동안 프랑스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무척 자랐습니다. 세아이의 엄마인 아야코 상은 짧은 머리가 잘 어울렸고 테니스를 친다더니 구리빛 얼굴에선 건강미가 넘칩니다. 다만 코상이 팍 나이들어보입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한 듯합니다... 나를 비롯 두 여인네는 주름살도 별로 없는데 두 남편은 흰머리에 주름살, 몸무게도 빠진듯 합니다...ㅠㅠ
시킴하우스에서 만나서 이것저것 아이들과 많은 것을 시켰습니다. 아이들이 우리나라 만두 비슷한 모모를 참 좋아합니다. 모모 5통, 뚝바와 뗌뚝, 완탕스프, 송어구이, 중국식 요리 두어가지와 맛있는 흰빵, 볶음밥과 인도식 볶음 국수... 또 있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이 성장기라 그런지 잘먹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코상과 아야꼬상도 잘 먹어서 아주 즐거운 만남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끝나고 아쉬워서 바산트 락에 가서 한국인이 하는 찻집에서 버블티를 앞에 두고 또 추억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 아이들이 참 이쁩니다. 예전에 사둔 꽃무늬의 캐스키드슨 가방이 아이들에게 잘 어울릴 듯해서 부부잔 티셋트와 같이 넣었고 선물 받은 안쓰는 검은 슬링백이랑 모조 목걸이 몇개를 같이 넣어서 주었습니다. 쵸코렛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밤이 늦어서 헤어질 시간인데 이별의 정을 나누는 코상과 남편이 울컥하는 듯 합니다. 남편이 얼른 차쪽으로방향을 돌리기에 나도 대강 서둘러 인사하고 주차된 차로 갔습니다.
나이드니까 감정도 자주 일렁거리는지? 좋은 가족들과의 만남을 그리고 이별을 아쉬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