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용문사,2025.8.10 (일)
저희 어머님과 오전에 시간을 보내시는 자매님으로부터 용문사 가는 길을 전해 들었습니다. 전철타고 공덕역에서 경의 중앙선으로 갈아타면 종점이 용문사가 위치한 용문이랍니다ㅡ 전철로 가는 입지가 좋기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아, 용문사, 저희 부부가 결혼전 데이트할 적에 당일치기로 시외버스타고 갔었던 곳인데 순진했던 나는 긴장했던 탓인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저 사진 속에 들어있는 은행나무와 절 마루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등이 전부랍니다.
경의 중앙선을 타고 종점에 닿으면 식당차들이 우리를 데려가고 데려다 준다고 하였는데 우리는 '은행나무'식당차를 타고 가서 '황해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용문사에 올랐습니다. 자매들이 운영하는 같은 집이라 합니다. 원래는 '여기가 좋겠네' 라는 차를 타고 가기로 전화까지 했었으나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다른 차를 타고 간 것이지요. 바로 산길이 시작되는 초입에 위치한 곳이었고 이른 점심 먹고는 바로 산행...
사찰까지 거리는 1km 로 그리 멀지 않고 가파르지도 않습니다. 오르는 길 한쪽으로 도랑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세차게 흘러내립니다. 빽빽한 나무숲을 이루었기에 땡볕을 가려줍니다. 올라 가는 길이 아기자기 잘 닦여 있었고 아래의 개울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나와서 놀고 쉬고 있었습니다.
먼저 유명한 42미터 높이의 은행나무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워낙 고목이고 귀한지라 정기적으로 영양제 맞으며 전문가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옆에는 피뢰침이라고 높은 철제 구조물이 함께 합니다.
우리는 용문사의 1500년이 넘는 은행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델리의 부다 탄생 공원에서의 스리랑카로부터 기증받았던 부처님과 인연이 깊은 보리수의 자손이 생각났습니다. 위로 올라가서 대웅전을 비롯 여러 건축물의 사진도 찍고 푸르른 하늘을 감상하면서 구경도 하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스리랑카나 인도 북부에서 보던 금박을 입힌 부처님상이 인상깊었습니다.
스님들도 황금을 좋아하나 봅니다. 사찰 건물마다 걸려있는 한자 휘호들은 황금색으로 치장했습니다. 르네상스 시절 돈을 쓸어담아 휘황찬란한 교회를 후손에 남긴 유럽처럼, 대한민국은 신앙심 깊은 불제자들 덕분에 종교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전히 어렵고 탁한 세상, 구원의 손길로 보다듬어 줘야 할 종교계는 오히려 화려함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며 뽐내고 있습니다.
절 옆의 개울가에서 발을 담그고 포도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누군가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놓은 큰 돌멩이 한개가 눈길을 끕니다.
계곡물이 너무 깨끗하고 시원합니다. 발을 담그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북인도 맥그로드간지 박수 폭포가 생각납니다. 계곡 곳곳에 소풍나온 가족들이 삼삼오오 바위에 둘러앉아 발을 담그고 있고 아이들은 물놀이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가히 천하태평 극락의 세상입니다.
슬슬 내려와서 2시 차를 타고 전철역 앞에 갔는데 마침 5일장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인가? 아주 별로였어요. 그래도 어머니 드릴 깻잎이랑 도토리묵 청포묵을 사서 지방 경제에 기여했다는 뿌듯함으로 집으로 오다가 전철안에서 놓고 왔어요...ㅠㅠ 그동안 잠이 부족해서인지 2시간 정도 걸리는 전철 여행길 내내 꾸벅꾸벅 졸면서 오다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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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하고 부처님께 인사드리며 나라와 사회와 가족 모두가 무탈하길 빕니다. 나 자신부터 평정한 마음을 갖도록 기도드립니다.
한국의 산과 하늘과 구름과 소나무 그리고 계곡물이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루는 대자연에 푹 빠진 당일치기 여정이었습니다.